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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AI 시대,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준 바뀐다

  • 판카즈 샤르마 슈나이더 일렉트릭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및 서비스 사업부 부사장
기사입력 2025.06.26 18:12
고밀도 전력부터 액체 냉각까지, AI를 위한 데이터센터 기술의 진화
  • 판카즈 샤르마(Pankaj Sharma) 슈나이더 일렉트릭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및 서비스
    ▲ 판카즈 샤르마(Pankaj Sharma) 슈나이더 일렉트릭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및 서비스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산업계는 새로운 전력 수요와 인프라 구조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급속한 확산은 데이터의 양뿐 아니라 처리 방식, 연산 능력, 그리고 데이터센터의 전력 및 냉각 수요까지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AI 기술의 본격적인 확산은 곧,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AI 모델의 학습 및 추론을 위한 고성능컴퓨팅(HPC) 환경에서는 기존 IT 인프라 대비 수배에 달하는 연산 부하가 발생하고, 그에 따라 전력 공급과 열 관리 문제가 새로운 병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약 945TWh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는 국가 단위의 전력 수요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제 데이터센터 인프라는 단순한 규모 확장이 아니라,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구조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AI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지금, IT 인프라도 그에 걸맞은 수준으로 진화해야만 비로소 AI의 진정한 잠재력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 전력 수요의 폭증, 예측을 뛰어넘다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을 위해서는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병렬 연산이 필요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나 AI 가속기는 높은 전력 밀도를 요구하며, 일부 AI 서버는 랙당 80~100kW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는 과거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전력 공급과 발열 해소 전략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는 더 이상 단순한 IT 공간이 아닌 ‘전력 설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고 있다. 특히 전력의 연속성과 품질을 보장하는 무정전전원장치(UPS)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 유연한 인프라의 핵심, UPS

    고밀도 AI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갑작스러운 전력 이상이나 단전에도 대응할 수 있는 고성능 UPS가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설치 공간을 절약하면서도 고용량을 지원하는 UPS가 각광받고 있다. 

    프랑스 글로벌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갤럭시(Galaxy) VXL’은 고밀도 AI 환경을 위해 설계된 UPS 솔루션으로, 프레임당 최대 1.25MW, 병렬 구성 시 5MW까지 확장 가능하다. 무엇보다 기존 UPS 대비 약 52%의 설치 공간을 절약할 수 있어, 전력 효율성과 공간 활용성을 모두 만족시킨다.

    또한, 단순히 전력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전력 품질(Power Quality), 부하 분산(Load Balancing), 이중화(Redundancy) 등의 요소를 고려한 설계가 필수적이다. AI 워크로드가 실시간 학습 및 추론에 민감하기 때문에 단 1초의 전력 장애도 치명적인 운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데이터센터는 과거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전력 공급과 발열 해소 전략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 데이터센터는 과거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전력 공급과 발열 해소 전략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

    ◇ 열을 잡아야 AI를 돌릴 수 있다

    전력 공급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발열 관리다. AI 연산은 막대한 열을 발생시키며, 이를 효율적으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장비의 성능 저하, 고장, 운영 중단 등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에서는 냉각 전략을 인프라 설계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다.

    대표적인 쿨링 방식은 공랭식과 액체 냉각으로 나뉜다. 공랭식은 기존 데이터센터에 널리 적용되던 방식으로, 공기를 이용해 서버의 열을 외부로 배출한다. 다만 고밀도 AI 환경에서는 공기만으로 열을 충분히 제거하기 어려워, 차세대 쿨링 기술이 부상하고 있다.

    ◇ 액체 냉각, AI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기준

    액체 냉각은 열전도율이 높은 액체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서버에 접촉시켜 발열을 해소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직접 칩 냉각(Direct-to-Chip)’과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이 있다. ‘직접 칩 냉각(Direct-to-Chip)’은 냉각수를 서버 칩과 히트싱크에 직접 순환시키는 방식이며,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은 서버 전체를 절연 냉각액에 잠기게 하는 고효율 방식이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글로벌 기업들도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최근 미국의 액체 냉각 전문 기업인 모티브에어(Motivair)를 인수하며, 고밀도 AI 데이터센터용 쿨링 솔루션 역량을 강화했다. 해당 기술은 AI 및 HPC 인프라에서 점점 더 표준화되고 있는 수랭 방식에 최적화된 설계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효율성과 밀도, 신뢰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다.

    ◇ AI 시대, 지속 가능성과 유연성을 갖춘 인프라 전략이 해답이다

    AI는 산업과 일상에 혁신을 가져다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발열이라는 커다란 과제가 존재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설비 확장을 넘어선 ‘지속 가능하고 유연한 인프라 전략’이 필요하다. 즉, 전력 공급의 연속성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UPS 시스템, 고밀도 전력 구조에 최적화된 냉각 솔루션,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인프라 설계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미래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은 ‘연산 능력’이 아닌 ‘인프라 역량’에서 판가름 날 수 있다. AI 시대의 흐름 속에서 데이터센터는 이제 에너지와 냉각, 공간의 효율을 균형 있게 갖춘 총체적 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 판카즈 샤르마 슈나이더 일렉트릭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및 서비스 사업부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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