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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도입으로 조직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사입력 2025.06.26 11:07
  • 신해동 패스트캠퍼스 CIC 대표 겸 데이원컴퍼니 사업부문 총괄 대표.
    ▲ 신해동 패스트캠퍼스 CIC 대표 겸 데이원컴퍼니 사업부문 총괄 대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현실에 도달했지만, 조직은 준비되지 않았다. 생성형 AI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확산한 기술 중 하나가 됐다.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1억 명의 월간 사용자를 넘었다.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직장인, 창작자,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요약, 기획, 번역, 코딩, 콘텐츠 작성 등으로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변화가 ‘기업’이 아닌 ‘개인’에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기술 도입은 특정 연구소, 정부, 대기업에서 출발해 시간이 지나면서 개인에게 퍼졌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거꾸로 흘렀다. 먼저 AI의 가능성을 체감한 건 학생, 유튜버, 스타트업 창업자, 퇴근 후 AI 툴을 탐색한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이 격차가 오히려 조직 내에서 ‘AI를 도입했지만 생산성은 오르지 않는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도입한 기업 중 60% 이상이 “명확한 생산성 향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또한 AI 도입의 주요 병목으로 ‘조직 구조의 비탄력성’과 ‘리더십의 기술 이해 부족’을 지목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그 이유는 첫째, 기술보다 조직의 의사결정 속도가 훨씬 느리고 경직돼 있다. AI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시도를 장려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규정, 승인 절차, 데이터 사일로, 부서 간 협업 문제에 갇혀 있다. 마케팅팀은 AI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만, 법무팀은 저작권과 보안을 걱정한다. 그 결과 AI는 조직 내에서 ‘배워야 할 기술’ 혹은 ‘미래의 가능성’으로만 머물고 실제 적용은 더디게 이뤄진다.

    둘째, 리더의 기술 리터러시 부족이 병목이 된다. 딜로이트(Deloitte) 조사에 따르면 기업 의사결정자의 65%가 “AI를 잘 이해하는 데 자신이 없다”고 답했다. 실무자는 퇴근 후에도 다양한 툴을 시도하며 AI를 학습하고 있지만 리더는 이를 전략으로 전환하거나 리스크를 감수할 준비가 안 돼 있다. 이 간극은 AI 활용을 ‘개인 단위의 실험’ 수준에 머물게 만들고, 우수 사례의 조직 내 확산을 가로막는다.

    셋째, AI는 팀 단위보다 개인 단위로 작동하는 경향이 있다. 2024년 PwC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직원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부서 간 표준화되지 않은 툴 사용, 결과물의 신뢰도 문제, 검토 책임 불명확 등이 협업을 어렵게 만들고 AI는 오히려 추가 검토 비용을 유발하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문제는 왜 중요할까. 생성형 AI는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 주는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실험하며, 팀 내 질문을 고도화할 수 있게 돕는 ‘역량 증폭기’에 가깝다. 결국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리더가 주도해 프로세스를 해체하고 재설계해야 한다. 실무자보다 높은 수준의 AI 이해도와 활용 사례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부서 간 협업과 실험을 장려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조직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대한 전략이 아니다. 작고 반복 가능한 실험을 시작해 조직 전체가 학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생성형 AI는 이미 우리 손안에 있다. 남은 질문은 하나다. 우리는 그 기술을 통해 함께 일하는 방식과 구조를 바꿀 준비가 되었는가.


    신해동은 임팩트 투자 벤처캐피탈(VC) D3를 거쳐 약 10년 전 데이원컴퍼니 초기멤버로 합류해 현재는 패스트캠퍼스 대표이자 데이원컴퍼니 사업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그는 현업 최고의 전문가로부터 격차 없는 학습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철학 아래 기업과 공공기관을 위한 혁신적인 온·오프라인 기술 교육 콘텐츠를 기획·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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