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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쉰 목소리’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가 늘고 있다. 성대 역시 다른 신체 기관처럼 시간이 지나며 자연스럽게 노화가 진행되어 발성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를 ‘노인성 발성장애(presbyphonia)’라고 하며, 성대 근육의 위축과 진동에 관여하는 조직층(고유층)의 퇴행으로 인해 성대 진동이 약해지고 음성이 쉬거나 약해지는 증상을 말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말할 때 피로감이 느껴지거나, 큰소리를 내기 어렵고,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 않는 현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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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는 보통 60세 이후에 흔히 나타나지만, 일부에서는 50대 이전부터 증상이 발현되기도 해 사회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하기도 한다. 성별에 따라 양상도 다르다. 남성은 성대 근육 위축으로 인해 고음 발성이 어려워지고, 여성은 폐경 이후 목소리가 다소 낮아지며 중저음화되는 경향이 있다.
단순 노화 아닌 경우도…다른 질환과의 감별 필요
쉰 목소리는 노화에 따른 현상일 수 있지만, 성대결절, 성대폴립, 성대마비, 초기 성대암 등 다른 질환의 징후일 수도 있다. 특히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단순한 노화로 단정하기보다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이승원 교수는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계속되면 후두내시경을 통해 성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초기 성대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회복 가능한 질환…맞춤 치료로 개선 가능
노인성 발성장애는 방치하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넘어 심리적 위축이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
치료는 성대 근육과 점막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다. 대표적인 치료법으로는 ▲음성 재활치료 ▲성대 주입술 ▲성대 성장인자 주입술 등이 있다. 음성 재활치료는 발성과 호흡을 조절하는 훈련을 통해 남아 있는 성대 기능을 극대화하며, 성대 주입술은 위축된 성대를 보완하는 주사 치료다. 성장인자 주입술은 성대 점막과 근육의 재생을 유도한다. 치료법은 환자의 성대 상태와 위축 정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결정된다.
이 교수는 “환자의 성대 상태에 따라 치료법을 조정하게 되며,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히 대응한다면 증상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생활 속 관리도 중요
쉰 목소리를 예방하기 위한 생활 습관도 중요하다. ▲장시간 큰 소리로 말하지 않기 ▲하루 1.5~2리터 이상의 수분 섭취로 성대 점막 건조 방지 ▲카페인·알코올 섭취 줄이기 ▲잦은 헛기침 삼가기 등 일상적인 관리가 도움이 된다.
또한 흡연, 건조하거나 먼지가 많은 환경, 고음을 반복해서 부르는 행위 등은 성대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쉰 목소리는 단순한 노화 현상일 수 있지만, 다른 질환으로 인한 증세일 수도 있기 때문에 목소리 변화가 오래 지속된다면 전문가와 상담하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