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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으리으리한 페스티벌은 처음이에요."
호텔 로비에서 내린 관객들이 데미안 허스트의 조형 작품을 지나 샹들리에 복도를 통과하자 짙푸른 잔디광장이 펼쳐졌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호텔 리조트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아시안 팝 페스티벌 2025(아팝페)' 현장의 모습이다.
지난 6월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된 아팝페는 8개국 50팀의 뮤지션들이 참여해 1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으며 영종도를 명실상부한 '음악섬'으로 탈바꿈시켰다.
21일 새벽까지 쏟아졌던 비가 극적으로 멈추고 선선한 날씨 속에서 시작된 아팝페의 포문은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가 열었다. 깃발 아래에서는 열혈 관객들이 '스캥킹' 춤을 추며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홍대 '탈진 로큰롤'로 불리는 결성 20년 차 하드록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무대에서는 관객들이 서클핏을 돌고 몸을 부딪쳐가며 록페스티벌 특유의 문화인 '슬램'을 즐겼다. 베이스 이주현은 쉼 없이 노래를 불러 무대를 달궜다.
"여러분, 우리나라에 호텔 잔디밭에서 여는 뮤직페스티벌이 있다, 없다? 있다!" 실리카겔 보컬 김춘추의 질문에 관객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 외에도 인도네시아의 '롬바 시히르', 일본의 '하쿠', 백예린의 '더 발룬티어스', 백현진, 이승윤, 허회경, 너드커넥션 등이 팝의 다양한 얼굴들을 선보이며 사색적이고 지적인 음악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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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아팝페의 가장 큰 백미는 아시아 최고 수준의 호캉스 인프라와 함께 치밀하게 설계된 상설 공연장의 최고급 음향 환경이었다. 관람객들은 4개의 실내외 공연장을 골고루 돌아다니며 각기 다른 음악적 경험을 즐겼다.
키라라, 이디오테입 등 일렉트릭 뮤지션들이 전자음악을 실연한 클럽 크로마는 평소 일반 음악팬들이 찾기 어려웠던 곳이다. 이곳에서는 탱크가 밀고 들어오는 듯한 단단한 우퍼 사운드가 VJing(Visual Jocking)과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적 감동을 선사했다.
하우스 밴드가 상설로 무대에 서는 라이브 뮤직바 '루빅' 스테이지에서는 찰랑이는 음의 입자가 구석구석 홀을 채워 일반 소극장이나 클럽 공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생생함을 전달했다.
파라다이스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음악 생태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해외 델리게이터(공연기획자)들을 초청하고 국내외 뮤지션들이 활발히 교류할 수 있는 '아티스트 라운지'를 운영하며 음악적 생태계가 풍성하게 가꿔질 수 있도록 꼼꼼히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파라다이스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로서 문화적 측면에도 많은 힘을 쏟고 있다"며 "건강한 페스티벌 문화를 통해 대중음악이 더욱 다양해지고 아티스트들의 국제적 교류도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올해 2회째를 맞은 아팝페는 아시아의 대중음악을 한국 팬들에게 소개하는 한편, 한국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페스티벌을 통해 해외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앞으로도 기업재단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여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행사장과 호텔 곳곳이 포토스팟이 된 가운데, 개장 전부터 크로마 앞에 관중들이 장사진을 이루며 아팝페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파라다이스의 기업철학인 '아트테인먼트'를 통한 'Happy Memories'가 젊은 관객들의 문화적 경험을 넓히는 데 기여한 성공적인 축제로 평가받고 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