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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암 병기라도…우울증·대처 전략 따라 생존 최대 4.6배 차이

기사입력 2025.06.21 06:00
  • 같은 병기의 진행성 고형암 환자라도 우울증과 이에 대한 대처 전략 수준에 따라 생존율이 최대 4.6배까지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전국 12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진행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우울증·대처 전략 상호작용, 생존율과 연관

    연구는 병기 4기 또는 치료 후 재발한 고위험군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팀은 환자의 우울증 여부와 긍정적 대처 전략(Proactive Positivity) 수준에 따라 1년 생존율을 비교했다.

    그 결과,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군은 기준군보다 사망 위험이 4.63배 높았다(조정위험비 aHR=4.63, 95% CI: 2.54–8.43, p<0.001). 반면, 긍정적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

  • Kaplan–Meier 생존곡선.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군(노란색)의 1년 생존율이 가장 낮았고,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군(빨간색, 파란색)에서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Kaplan–Meier 생존곡선.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군(노란색)의 1년 생존율이 가장 낮았고,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군(빨간색, 파란색)에서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거의 없었다.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우울증이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이 환자의 대처 전략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대처 전략이 낮은 환자에게서는 우울증 관리와 정신건강 중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고 설명했다.

    긍정적 대처 전략, 생존율 보호 요인 될 수도

    연구에 사용된 ‘스마트 건강경영전략 도구(SAT-SF)’는 긍정적 재구성, 능동적 문제 해결, 경험 공유 등으로 구성된 행동 기반 전략이다. 연구팀은 SAT-SF 점수 66.66점을 기준으로 대처 전략 수준을 나눴으며, 우울증은 PHQ-9 점수 10점 이상을 중등도 이상으로 분류했다.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교신저자)는 “이번 결과는 말기 암 환자에게 정신건강 중재와 회복력 강화를 통한 맞춤형 돌봄이 필요함을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라고 강조했다. 윤제연 교수(공동 제1저자)는 “우울 수준과 대처 전략을 함께 평가하고 개선하는 접근이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체 기능도 생존율과 연관

    연구팀은 신체 기능(ECOG-PS)과의 관계도 분석했다. 그 결과 ECOG-PS 점수가 2점인 환자는 0~1점인 환자보다 사망 위험이 2.33배 높았다(HR=2.33, 95% CI: 1.25–4.34, p=0.012). SAT-SF 점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여 병이 진행될수록 긍정적 대처 전략 유지의 어려움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단순히 우울증 유무가 아니라 환자의 심리적 회복력과 대처 전략을 함께 평가하고 이를 높이기 위한 중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긍정적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는 우울증이 있어도 생존에 부정적 영향을 덜 받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BMC Psychiatry 최신 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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