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파리 에어쇼 물들인 다쏘시스템 ‘카티아 DNA’

기사입력 2025.06.19 15:38
2025 파리 국제 에어쇼 출품 항공기 설계 주역
보잉·에어버스·KAI 주력기 모두 카티아 설계
  • 다쏘시스템 인스타그램에는 파리 에어쇼에 참가한 항공기들이 카티아로 만들었다는 영상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캡처
    ▲ 다쏘시스템 인스타그램에는 파리 에어쇼에 참가한 항공기들이 카티아로 만들었다는 영상이 올라왔다./ 인스타그램 캡처

    6월 16일(현지시각)부터 2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항공우주 박람회 ‘2025 파리 국제 에어쇼.’ 화려한 항공기와 전투기 사이 숨은 주인공이 있었다. 바로 다쏘시스템의 카티아(CATIA)다.

    “이것은 카티아로 만들어졌어요!”. “이것도 카티아”, “저것도 카티아”

    최근 다쏘시스템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파리 에어쇼에 참여한 항공기와 전투기들이 카티아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재밌는 영상들이 올라왔다. 전시에 참여한 많은 항공기가 다쏘시스템의 카티아로 설계됐다는 것. 실제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선보인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를 비롯해 이번 파리 에어쇼에서 약 70억 유로(약 11조 원) 규모의 신규 계약을 발표한 에어버스 A350까지, 세계 최첨단 항공기들은 모두 카티아의 작품들이었다.

    ◇ 에어쇼 숨은 주인공, 카티아의 정체

    카티아(CATIA, Computer Aided Three-dimensional Interactive Application)는 프랑스 다쏘시스템에서 개발한 3D CAD 소프트웨어다.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프로그램을 넘어 제품의 전체 생명주기를 관리하는 PLM(제품수명주기관리) 기능까지 포함한 통합 설계 플랫폼이다.

    다쏘가 미라주와 라팔 전투기를 만드는 회사인 것을 생각해 보면, 카티아는 항공기 제작과 관계가 밀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카티아는 항공기 제작에 쓰이던 소프트웨어로, 1977년 다쏘 아비에이션이 항공기 설계를 위해 개발하기 시작했지만, 1981년 다쏘시스템이 설립되면서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이 됐다. 지금은 보잉, 에어버스, BMW, 도요타 등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사용하는 대표 제품이 됐다.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 현대로템, SK하이닉스 등 굵직한 기업들이 이 제품을 사용한다.

    카티아의 핵심 강점은 복잡한 3차원 곡면 모델링 능력이다. 특히 서피스 모델링을 통한 곡면이 많고 정밀한 부분의 설계가 가능해서 항공기, 자동차 업계에서는 설계 시 필수인 소프트웨어가 됐다. 항공기는 아주 미세한 항력과 양력, 마찰을 제어하고, 최근에는 저피탐성을 위해 매우 정밀한 설계가 요구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카티아의 정밀한 곡면 모델링 기술이 필수적이다.

  • 다쏘시스템 플랫폼에서 항공기를 설계하는 모습. /다쏘시스템
    ▲ 다쏘시스템 플랫폼에서 항공기를 설계하는 모습. /다쏘시스템

    카티아의 또 다른 장점은 PLM이다. 제품생산 라인을 설계하여 제품생산의 시뮬레이션, 인간의 이동 경로, 활동 범위 생산 기계의 유지, 보수의 타이밍 등 모든 것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단순한 3D 모델링을 넘어 제조부터 운영까지 전 과정을 가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종합 플랫폼인 셈이다.

    ◇ 보잉 777부터 KF-21까지, 하늘을 나는 ‘카티아 DNA’

    카티아의 항공기 설계 역사는 혁신의 연속이었다. 1990년대 초반에 개발된 보잉 777의 모든 설계도면을 카티아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역사상 최초로 종이 설계 도면을 한 장도 안 그린 항공기로 기록되며 항공기 설계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이후 보잉 787, A380 등 여러 보잉, 에어버스 항공기들도 카티아로 설계도를 그렸고 KF-21 보라매 전투기도 카티아로 설계도를 그리고 있다. 특히 보잉 787 드림라이너는 탄소복합재 등 신소재를 활용한 혁신적 설계로 화제가 됐는데, 이 역시 카티아의 정밀한 곡면 모델링 능력 덕분에 가능했다.

    에어버스 A380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여객기로, 복잡한 이중층 구조와 4개 엔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설계가 카티아를 통해 구현됐다. 현재 항공업계의 주력기종인 A350 역시 카티아로 설계됐다. 에어버스는 이번 파리 에어쇼에서 사우디아라비아 항공기 임대업체로부터 A320네오 30대와 A350 화물기 10대를 수주하는 등 약 70억 유로 규모의 성과를 거뒀다.

  • KAI는 이번 전시에서 차세대 전투기 KF-21 등을 선보였다. 이 전투기 설계에도 카티아가 사용됐다. /KAI
    ▲ KAI는 이번 전시에서 차세대 전투기 KF-21 등을 선보였다. 이 전투기 설계에도 카티아가 사용됐다. /KAI

    한국의 항공기 개발에서도 카티아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T-50 고등훈련기부터 FA-50 경공격기, 그리고 최신작인 KF-21 보라매까지 모두 카티아로 설계됐다. KAI는 이번 전시에서 국산 다목적 전투기 FA-50, 차세대 전투기 KF-21과 함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핵심 구성인 UCAV(무인전투기), AAP(다목적 무인기)와 소형무장헬기 LAH, 다목적 기동헬기 KUH 등을 선보이고 있다.

    ◇ AI 만난 카티아, 항공우주 산업 미래 설계

    카티아는 지난 5월 2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3D익스피리언스 코리아 컨퍼런스 2025’를 통해 한국에서도 크게 다뤄졌다. 당시 다쏘시스템코리아는 카티아에 대해 단순한 설계 도구를 넘어 AI 기반 버추얼 트윈의 핵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마노하 프라부(Manohar Prabhu) 카티아 엔지니어링 IPC 디렉터는 “카티아는 단순한 CAD 시스템이 아니다”라며 “기계 설계 엔지니어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시스템 아키텍트, 건설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 마노하 프라부(Manohar Prabhu) 카티아 엔지니어링 IPC 디렉터는 “카티아는 기계 설계 엔지니어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시스템 아키텍트, 건설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 마노하 프라부(Manohar Prabhu) 카티아 엔지니어링 IPC 디렉터는 “카티아는 기계 설계 엔지니어뿐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 시스템 아키텍트, 건설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동원 기자

    사실 다쏘시스템은 산업 DNA를 바꿔왔다. 40년 전 물리적 제품의 3D 표현인 디지털 사전 조립에서 시작해 디지털 목업, PDM(제품데이터관리), PLM, 버추얼 트윈을 거쳐 이제 AI 기반 3D유니버스로 나아가고 있다.

    이러한 회사의 방향처럼 카티아는 최근 AI 옷을 입고 있다. 대표 사례가 AI 기반 버추얼 컴패니언 ‘아우라(Aura)’ 도입이다. 챗GPT와 유사하지만 외부 데이터가 아닌 회사의 맥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된 AI 어시스턴트다. ‘Help Me’, ‘Teach Me’, ‘Work For Me’의 3단계로 발전하며, 설계자의 의도를 파악해 필요한 명령어를 제시하고 실제 작업까지 수행한다.

    첫 번째 수준인 ‘Help Me’는 검색, 태깅, 정보 분류를 수행한다. 예를 들어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장단점 비교”를 요청하면 관련 정보를 정리해 준다. 두 번째 수준인 ‘Teach Me’는 팀원 간 주고받는 지식을 문서화하고, 이를 AI가 학습하여 사용자 질문에 답한다. 세 번째 수준인 ‘Work For Me’는 사용자의 설계 의도나 맥락을 파악해 필요한 명령어 세트를 제시하고, 실제로 작업까지 수행해 준다.

    더 나아가 센스 컴퓨팅과 애플 비전 프로 연동을 통해 증강현실 환경에서의 몰입형 설계 경험도 제공한다. 프라부 디렉터는 “시뮬레이션을 직접 보고, 소리까지 들으며 실제와 가까운 감각을 얻을 수 있다”며 “작업자는 실제 공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교육 환경에 익숙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반 명령어 인텔리전스 기능도 장착했다. 선택된 요소에 따라 AI가 최적 명령어를 예측하고, 자동으로 필요한 필드를 채워준다. 명령어는 선택할 때마다 정교해지고, 부분 선택도 가능하며 사용자 맞춤화도 가능하다. 자동차 측면 구조 설계 예시에서 명령어 인텔리전스를 사용할 경우 설계 시간을 최대 30% 단축할 수 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