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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 있는 지금,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자율주행, 의료진단, 금융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는 이미 인간의 평균적 능력을 넘어서고 있으며, 머지않아 거의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흥미롭게도 AI의 학습 원리는 인간의 뇌와 놀라운 유사성을 보인다. 인간의 뇌가 수많은 뉴런과 시냅스를 통해 도파민,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로 정보를 처리하 듯, AI도 노드 사이의 가중치와 편향을 조절하며 학습한다. 다만 결정적 차이가 있다. 생물학적 진화가 수만 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반면, 반도체 기반의 AI는 기하급수적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공상과학 소설에서 우려했던 인류의 위협은 먼 우주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 만든 기술에서 오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초기 AI 혁명에서 선전하던 한국의 AI 산업은 2023년 대형언어모델(LLM) 등장 이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인프라 투자 경쟁에서 뒤처지며 경쟁력을 잃고 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딥시크(DeepSeek)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막대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투자만이 정답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이제 한국은 범용 AI 개발 경쟁보다는 산업별 특화 AI, 즉 ‘버티컬 AI’ 개발에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정 산업에 특화된 AI 솔루션은 우수한 데이터와 산업 노하우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의료, 제조업, K-콘텐츠 분야에서 특화 AI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의료 분야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대한민국의 임상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전국민 의료보험 시스템을 통해 축적된 방대한 의료 데이터가 존재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선진 IT 기술로 병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국가기관에 체계적으로 보관되고 있다.
자율주행 AI가 수많은 운전 영상을 학습해 인간 운전자를 능가하듯, 의료 AI도 풍부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들의 진단과 치료를 보조하며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인간 의사가 의학 교과서와 논문으로 기초를 다지고 다양한 환자 경험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AI도 체계적 학습과 실제 데이터 경험을 통해 진화한다.
정부는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 닥터앤서,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 등을 통해 헬스케어 AI 발전을 지원해왔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더욱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현 정부는 AI를 세계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게임 체인저’로 규정하고, 대한민국 기술 주도 성장의 핵심 동력으로 제시했다. 이는 올바른 방향이다.
AI 인프라 투자와 함께 산업 특화 응용 AI에 대한 적극적 지원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미래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고 속에서, 대한민국이 선택할 길은 명확하다.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에서 ‘우리만의 AI’를 키워내는 것,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엔진을 만들고 AI 강국으로 도약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이상헌은 휴니버스글러벌 대표이자 고려대안암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이다. 앞서 그는 고려대의료원 의생명연구센터장, 대한의료정보학회 부회장, 정밀의료병원정보시스템(P-HIS) 개발사업단장을 역임했다. 바이오헬스 융합연구와 정밀의료 플랫폼 구축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다.
- 이상헌 휴니버스글로벌 대표 spine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