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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및 슈퍼컴퓨팅 기술 기업 엔비디아가 노보 노디스크와 함께 AI 기반 신약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12일 발표했다. 양사는 덴마크 국가 슈퍼컴퓨터인 ‘게피온(Gefion)’을 중심으로 첨단 컴퓨팅 기술을 접목한 의약 R&D 혁신에 나선다.
이번 협력은 노보 노디스크가 덴마크의 AI 인프라 운영 기관 DCAI와 체결한 게피온 사용 계약에 따라, 엔비디아가 기술 파트너로 참여하는 구조다. 양사는 신약 후보 물질 도출, 약물 반응 예측, 단백질 구조 시뮬레이션 등에 AI를 접목한 연구 환경을 구축하고, 생성형 AI 및 에이전틱 AI 기반의 맞춤형 워크플로를 개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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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는 엔비디아의 바이오 특화 플랫폼인 ‘BioNeMo’, AI 모델 운영을 위한 마이크로서비스 ‘NeMo’와 ‘NIM’, 정밀 시뮬레이션 환경을 구현하는 ‘Omniverse’를 활용해 생명과학 분야의 AI 모델링을 대규모로 가속할 계획이다. 특히 방대한 글로벌 과학 문헌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전자-질병-단백질 간 연관성을 분석하는 생의학 특화 언어모델(LLM)도 함께 구축된다.
이번 협력은 덴마크 보건 생태계의 디지털 헬스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DCAI는 게피온을 기반으로 제약사, 스타트업, 병원, 정부 기관 등이 동일한 플랫폼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공공 보건 데이터 통합도 추진 중이다. 보건 당국은 기존에 사일로화돼 있던 건강 정보를 분석 플랫폼으로 일원화해 정밀 의료 기반의 공공 서비스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게피온은 현재 정신질환 치료제 개발, 단백질 표적 기반 바이오 신약, 병원용 AI 디지털 트윈 등 다양한 프로젝트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번 협력을 통해 기술적 활용 범위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비디아 생명과학 비즈니스 개발 수석 디렉터 로리 켈러허는 “AI는 모든 산업에 필수적이며, 그중에서도 신약 개발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분야”라며, “노보 노디스크와 함께 R&D 전반에 생성형 AI와 에이전틱 AI를 적용해 제약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보 노디스크 측은 “엔비디아의 컴퓨팅 역량을 통해 전례 없는 속도로 신약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번 협력은 디지털 헬스 통합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인 덴마크가 AI 기반의 제약 연구와 개발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가 글로벌 제약 산업의 R&D 환경에서도 AI 도입을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AI 기반 신약 개발 생태계가 확산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품질 확보, 윤리적 가이드라인 정립, 규제 체계 정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기술 가능성과 기대가 커지는 만큼, 책임 있는 데이터 활용과 신중한 제도적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