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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 지체 우려한 美 사령관, 한국군 상황은?

기사입력 2025.06.12 06:00
로버트 가우처 美 사령관 ‘AWS 서밋’서 AI 도입 지체 지적
韓 상황은 더 심각… AI 전문가 없고 데이터 활용 불가
  • 로버트 가우처 미 해군 잠수함부대사령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DC 서밋’에서 군에서의 AI 도입 지체를 경고했다. /김동원 기자
    ▲ 로버트 가우처 미 해군 잠수함부대사령관은 워싱턴 D.C에서 열린 ‘AWS DC 서밋’에서 군에서의 AI 도입 지체를 경고했다. /김동원 기자

    “군은 스스로 제약을 두는 경향이 있다.”

    로버트 가우처 미 해군 잠수함부대사령관(중장)의 말이다. 그는 10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DC 서밋’에서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 도입에서 군의 보수적인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손으로 계산하던 1960~80년대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AI 기술로 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면서 “군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스스로 제약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미국은 AI 강국이자 군사력 강국이다. 이미 팔란티어 등의 기업은 AWS와 협력해 군사 분야에 AI 기술을 다수 적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국 군 사령관이 AI 도입 속도가 늦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국방 분야 AI 활용 수준은 어디까지 와 있을까? 전문가들은 한국은 그 속도가 훨씬 더 뒤처져 있다고 진단했다.

    ◇ 韓 국방부 ‘AI 강군’ 강조하지만 야전은 냉소적

    국방부 출입 경력 31년의 군사 전문 기자 출신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한국 국방 AI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했다. 정부는 AI 강군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야전 부대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여전히 폐쇄적인 인트라넷 환경에 머물러 있고, 부대 내에는 AI 전문 인력조차 한 명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야전에서는 AI 도입을 쉽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에서는 챗GPT와 같은 AI를 활용해서 업무하는 것이 일상화됐지만, 군에서는 PC와 스마트폰을 모두 보안 프로그램으로 막아놓아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민간에서는 집이든 직장이든 어디서나 인터넷을 활용해 챗GPT를 이용하지만, 군에서는 인터넷은커녕 인트라넷에만 갇혀 있다. 유 의원은 “국방부 등에서 AI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야전 부대에서는 인프라도 데이터도 인재도 없다”며 “말만 앞서는 걸 넘어서려면 군 수뇌부부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술은 있는데 데이터 못 쓴다”… AI 기업의 지적

    더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 활용이다.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국방 AI 세미나에서 한국 국방은 기술이나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있는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국방 AI 포럼 ‘AWC : AI for Defense’에서 한국은 국방에서 데이터 활용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기자
    ▲ 전태균 에스아이에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열린 국회 국방 AI 포럼 ‘AWC : AI for Defense’에서 한국은 국방에서 데이터 활용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기자

    한국은 큰 비용을 들여 기술을 개발하고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훈련하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올바르게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대표는 더 큰 인프라를 만들어도 데이터가 제대로 흐를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 등은 데이터 확보와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AI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 정부가 이 회사에 투자한 것은 금전이 아니라 기밀 정보 일부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었다. 전 대표는 “데이터는 AI 기술, 인프라에 앞서 국방·AI 경쟁력의 중요 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의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전산화하고 이를 토대로 AI 전환을 이끌고 있다. 2022년 12월 90억 달러 규모의 JWCC 계약을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에 분할 발주해 전군의 클라우드 데이터 통합을 추진했다. 가우처 사령관은 이번 AWS DC 서밋에서 “이번 주 안두릴의 자율 무인정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AWS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AI가 성과 보고서를 자동 작성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인재 양성 및 운영도 어려워

    한국 방산업체들의 AI 인재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AI 전문가들에게 방산 기업은 좋은 선택지로 여겨지지 않는다. 보안상 이유로 회사에서만 일할 수 있는 제약적 근무 환경이 원인이다. 유용원 의원은 “타 기업들은 자택에서도 AI를 개발할 수 있는데, 방산 회사는 보안 때문에 회사에서만 일할 수밖에 없어 고급 인력들이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가장 비효율적인 것은 행정 절차다. 한국에서는 방산 전문가들이 정부 과제 제안서 작성에 매달리고 있다. 전 대표는 “방산 쪽 제안서는 보통 1000~2000장”이라며 “현재 한국은 유능한 연구진들이 힘을 모아 제안서만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면 미국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어떤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후 제안서는 10페이지 내외로 간단하게 제시하고 이를 개발하고 시연하는 데 집중한다”며 한국도 행정 절차를 줄이고 인력의 행동을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실전 경험 쌓는 북한… “지금이 골든타임”

    한국은 주적인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만큼 AI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최신 전쟁 경험을 쌓고 있기 때문이다.

  • 유용원 의원은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1만 2000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이 실전 경험을 축적한 뒤 귀환한다면, 우리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덕규 기자
    ▲ 유용원 의원은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1만 2000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이 실전 경험을 축적한 뒤 귀환한다면, 우리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덕규 기자

    유용원 의원은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약 1만 2000명을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들이 실전 경험을 축적한 뒤 귀환한다면, 우리에게는 중장기적으로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번에 투입된 부대 대부분이 11군단이나 정찰총국 소속의 특수부대원들”이라며 “실전을 경험한 특수부대가 북한으로 복귀한다는 사실 자체가 향후 우리 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한국 국방 AI 도입의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다. 유 의원은 “우리는 경각심을 바탕으로 이들의 도발에 맞설 수 있는 AI 기반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훈련과 대비 태세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선일 씽크포비엘 선임연구원은 AI 도입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처음부터 행정적으로 완벽한 기술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만들고 실패하면 보완해 가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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