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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S 공공서밋 2025] 美 잠수함 부대 “中 도전에 AI·로봇으로 반격”

기사입력 2025.06.11 22:06
로버트 가우처 미 해군 잠수함부대사령관 ‘AI 도입’ 강조
중국 페이싱 위협… 양적 열세를 기술 우위로 극복
  • AWS DC 서밋에선 양적 우위에 있는 중국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AI와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왼쪽부터) 리즈 마틴(Liz Martin) AWS 국방부 담당 디렉터, 로버트 가우처(Robert Gaucher) 미 해군 잠수함부대사령관, 닐 써굿(L. Neil Thurgood) 안두릴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 수석부사장. /김동원 기자
    ▲ AWS DC 서밋에선 양적 우위에 있는 중국 군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 AI와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왼쪽부터) 리즈 마틴(Liz Martin) AWS 국방부 담당 디렉터, 로버트 가우처(Robert Gaucher) 미 해군 잠수함부대사령관, 닐 써굿(L. Neil Thurgood) 안두릴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 수석부사장. /김동원 기자

    미 해군이 중국의 급속한 함정 증강에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가우처(Robert Gaucher) 미 해군 잠수함부대사령관(중장)은 10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DC 서밋’에서 “중국이 우리를 능가하는 속도로 함정을 건조하고 있어 그들의 숫자와 경쟁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며 “품질에서는 세계 어떤 해군과도 일대일로 경쟁할 수 있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양 자체가 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우리가 충분히 빠르게 함정을 건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며 “중국이 우리의 페이싱 위협(Pacing threat)”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싱 위협은 미국의 군사력 발전 속도와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점이 되는 주요 경쟁국을 지칭하는 미군 전략 용어다. 미국이 국방 예산 배정, 무기 개발, 전력 배치 등 모든 군사 계획을 세울 때 ‘이 상대방에 대응할 수 있는가’를 최우선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는 의미다. 현재 미국은 2018년 국방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공식적인 페이싱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세션은 리즈 마틴(Liz Martin) 아마존웹서비스(AWS) 국방부 담당 디렉터의 사회로 진행됐다. 패널로는 가우처 사령관과 함께 닐 써굿(L. Neil Thurgood) 안두릴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 수석부사장도 참여했다. 써굿 부사장은 육군에서 37년 복무 후 중장으로 전역한 인물이다. 안두릴인더스트리즈는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인 팔머 러키(Palmer Luckey)가 2017년 설립한 AI 기반 방산 스타트업으로, 자율 무인기, 감시 시스템, 대드론 방어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회사다.

    ◇ 중국과 군사 경쟁, AI와 로봇으로 우위 점해야

    가우처 사령관은 잠수함 전력 강화를 위해 AI와 로봇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우리는 스스로 제약을 두는 경향이 있다”며 군에서 AI 활용을 주저하는 상황을 우려했다. 이어 “지금 우리는 손으로 계산하던 1960~80년대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 달리 AI 기술로 이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며 “21세기 기술을 1980년대 규칙에 맞추려 하지 말고, 아예 규칙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페이싱 위협인 중국과의 경쟁은 AI와 로보틱스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관련 인재와 기술 활용 능력에서 이점이 있는 만큼, 로봇 기술을 통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 시스템의 장점으로는 승무원을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는 점을 꼽았다. 잠수함을 건조할 때는 승무원 안전을 위해 엄격한 설계와 테스트가 필요하지만, 로봇을 바다 아래로 보낼 때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는 “물론 로봇이 10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들겠지만, 인간의 생명과는 비교할 수 없다”며 “이런 특성 덕분에 로봇을 활용하면 과감한 실험이 가능하고 함정 건조 속도와 기술 혁신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스페이스X가 때때로 발사대에서 로켓을 폭발시키면서 운영 방법을 배우는 것처럼, 인간이 관련되지 않은 로봇 시스템에서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군 AI 전환 걸림돌, 세대 간 기술 인식 차이 

    써굿 부사장은 전통적인 무기체계 개발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술이 무어의 법칙을 능가하지 않았을 때는 20년 생명주기가 괜찮았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지금 개발한 자율·무인 시스템이 2045년에 가치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이어 “3~4년마다 장비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정부와 군이 산업계보다 빠른 속도로 혁신을 추진해 오히려 민간을 이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도입 과정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세대 간 기술 인식 차이로 나타났다. 써굿 부사장은 “현재 부서 대부분의 고위 지도자들이 디지털 이민자인 반면 지금 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라며 조직 내 세대 갈등을 지적했다. 그는 “젊은 군인들이 장비를 받으면 우리가 생각지 못한 혁신적 활용법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창의적 아이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우처 사령관도 이에 동의했다. “중국과의 군사 경쟁에서 양적 열세를 극복하려면 AI 활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해군이 함대 전체에 로봇 및 자율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것은 필수”라고 재차 강조했다.

    ◇ 미 해군의 AI 활용 사례 공개

    가우처 사령관은 실제 미 해군이 AI를 활용하는 사례도 소개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율수중무인정(AUV)의 실전 배치다. 그에 따르면, 미 해군은 이미 잠수함 어뢰발사관에서 자율 수중 무인정을 발사하고 회수하는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가우처 사령관은 “잠수함이 움직이고 해류가 흐르는 상황에서 12인치 지름의 무인정을 21인치 지름의 어뢰발사관에 정확히 넣는 것은 매우 어려운 기술적 도전”이라며 개발 과정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이 시스템 개발에는 AI 기반 데이터 분석이 핵심 역할을 했다. 처음 테스트에서 무인정을 분실하고, 노르웨이 재시도에서도 30번 중 1번만 성공하는 등 반복적 실패를 겪었지만, 각 실패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냈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AI를 활용한 함대 관리 시스템이다. 가우처 사령관은 70척의 잠수함 준비태세, 인력, 부품, 훈련 상태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데이터 기반 시각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일일이 확인해야 했던 전력 현황을 AI가 자동으로 분석해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미 해군의 AI 활용은 성과 평가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다. 그는 “이번 주 안두릴의 자율 무인정을 테스트하고 있으며, AWS를 통해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AI가 성과 보고서를 자동 작성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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