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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연구팀이 한쪽 무릎에 퇴행성 관절염이 있는 환자에서 반대쪽 무릎에 질환이 진행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관절염의 반대쪽 무릎 진행 가능성을 조기에 예측해, 예방적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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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과 관절 구조물이 점진적으로 손상되며 발생하는 질환으로, 통증과 운동 기능 저하를 유발한다. 전 세계 인구의 16~30%가 앓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유병률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한쪽 무릎에 관절염이 생긴 뒤 수년 내 반대쪽에서도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진행 속도나 발생 여부는 환자에 따라 다르다.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노두현 교수와 김지산 연구원은 미국의 대규모 관절염 추적 연구 데이터인 OAI(Osteoarthritis Initiative)와 MOST(Multicenter Osteoarthritis Study)를 활용해, 총 1,353명의 편측 관절염 환자를 분석했다. OAI 900명은 AI 모델 학습용, MOST 453명은 검증용으로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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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에 걸친 추적 관찰 결과, OAI 환자의 19.1%(172명), MOST 환자의 39.3%(178명)에서 반대쪽 무릎에도 관절염이 새로 발생하거나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머신러닝 기반 알고리즘(Tree-based Pipeline Optimization Tool)을 적용해 총 9가지 변수로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예측 모델에 사용된 주요 변수는 ▲성별 ▲반대쪽 무릎의 외측 관절 간격 감소(LJSN) ▲반월판 절제술 병력 ▲체질량지수(BMI) ▲관절염이 있는 무릎의 관절염 정도(KLG) ▲인종 ▲반대쪽 무릎의 기존 관절염 유무 ▲양쪽 무릎의 통증 및 기능 점수(WOMAC) 등이다.
SHAP 분석 결과, 예측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성별이었으며, 외측 관절 간격 감소가 그다음으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외측 관절 간격이 줄어든 경우, 반대쪽 무릎에서 관절염이 발생할 위험이 약 4.5배(odds ratio 4.475)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관절염 무릎의 KLG나 WOMAC 점수가 반대쪽 무릎의 관절염 발생과도 유의미한 연관을 보인 것으로 처음 확인됐다.
모델의 성능은 수신자 조작 특성 곡선 아래 면적(AUC) 0.69로 나타났다. 이는 제한된 변수만으로도 비교적 양호한 예측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노두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대쪽 무릎의 관절염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최초의 머신러닝 모델”이라며 “향후 양측 무릎을 고려한 맞춤형 치료 계획 수립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정형외과 분야 SCI(E)급 국제 학술지 ‘Journal of Orthopaedic Research’에 게재됐으며, ‘2025 대한슬관절학회 국제학술대회(ICKKS 2025)’에서 발표돼 우수 구연상을 수상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