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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쏘시스템이 인공지능(AI)과 버추얼 트윈으로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 단순한 3D 모델링을 넘어, 데이터와 행동, 제품의 정체성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디지털 혁신을 통해 설계·제조·마케팅·판매까지 전 과정이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마시모 프란도(Massimo PRANDO) 다쏘시스템 3D익사이트(3DEXCITE) 사업 및 영업 총괄은 2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다쏘시스템 3D익스피리언스 컨퍼런스 코리아’에서 삼성전자, 애플, 엔비디아 등과 협업한 최신 디지털 설계 사례들을 공개하며, 첨단 기술이 제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키는 사례를 공개했다.
그는 “25년 전 단순히 제품을 생생하게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3D 익사이트가 이제 AI 기반 자율 설계 시대를 열며, 엔지니어링의 정밀성과 고객의 감성적 경험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애플, 엔비디아 같은 테크 거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클라우드 기반 설계 도구들을 개발하고 있다”며 “이 기술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공우주, 철도, 공장, 조선 등 모든 제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항공우주부터 소비재까지 전 산업 적용
다쏘시스템이 공개한 사례들은 항공우주 방위산업부터 일반 소비재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다. 항공우주 방위 분야에서는 차세대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3D 시각화 기술을 적용해 수천 명의 엔지니어들이 복잡한 기술 내용을 정부 관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미쓰비시 중공업과는 차세대 탱크 설계에, 인도에서는 잠수함 프로젝트에도 이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복잡한 무기 체계 개발에서 3D 익사이트가 핵심 역할을 하는 이유는 정부 관계자들이 기술적 세부사항을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프란도 총괄은 “염분이나 유지보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정부 관리들에게 어떻게 이를 생생하게 전달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3D 익사이트가 더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과 명확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엔비디아 칩의 주요 공급업체인 페가트론과 협력해 ‘다크 팩토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실제 공장이 가동되기 전에 가상 환경에서 생산라인의 병목 지점을 미리 파악하고, 작업자들이 가상 공장에서 훈련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 애플·삼성·현대차 등 주요 기업과 협업 사례 공개
철도 분야에서는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고속철도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이 프로젝트는 수천 가지 구성이 가능한 복잡한 철도 시스템에서 어떤 변형을 생산에 투입할지, 정부 기관에 어떻게 새로운 고속철도의 특성을 적절하게 전달할지가 과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합 모델을 구축해 모든 관계자가 실제 철도가 건설되기 전에 가상으로 경험하고 구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애플과의 협력 프로젝트도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음 주 애플 월드와이드 개발자 컨퍼런스(WWDC)에서 관련 솔루션이 일부 공개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특히 한국인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는 가전제품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3개월에서 6개월로 매우 짧은 제품 생명주기를 가진 소비자 전자제품 특성에 맞춰 ‘슈퍼 애자일 콘텐츠’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카탈로그, 브로셔, 온라인 콘텐츠 등 다양한 마케팅 자료를 빠른 속도로 제작하면서도 높은 품질과 개인화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스포츠용품 분야에서는 아식스와 협력해 개인 맞춤형 신발 제작 시스템을 개발했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면 발 데이터를 스캔해 신발의 색상, 소재뿐만 아니라 발에 정확히 맞는 깔창까지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할 수 있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현대자동차와의 협력 사례를 공개했다. 현대차의 연간 400만 대 생산 규모에 맞춰 코드 하나만 입력하면 모든 가능한 차량 구성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한국, 미국, 유럽, 호주 등 각 지역 시장의 요구사항에 맞는 마케팅 자료를 즉시 제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 버추얼 트윈으로 제조업 DNA 변화
다쏘시스템은 이러한 기술들이 단순한 3D 모델링을 넘어 버추얼 트윈 개념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버추얼 트윈은 단순한 디지털 복제본이 아니라 데이터, 행동, 제품 정체성이 전체 생명주기 동안 역동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이다. 설계부터 제조, 마케팅,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생성형 AI 기술을 접목해 2D 정적 이미지에서 완전한 3D 인터랙티브 영상까지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이 컴퓨터로 생성된 콘텐츠로 처리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란도 총괄은 “이러한 기술들을 매우 민주적이고 사용하기 쉬운 방식으로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기술 자체가 복잡하다고 해서 사용법까지 복잡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 “전 세계 105개국에서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