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이 다행히 진화되었다. 험난한 상황에서도 진화 작업에 최선을 다해주신 모든 관계자들과 주민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하지만 이번 산불을 겪으며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산불 발생 이후의 대응만큼이나, 사전에 산불을 막기 위한 예방과 대비 활동의 중요성도 다시금 절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의성 산불과 같이 봄이 일찍 찾아오고, 기온이 높으며 건조한 기상이 지속되는 시기에는 산불의 위험성이 높아져 조기 예보에 기반한 선제적 대응이 더욱 중요해진다.
고려대학교 오정리질리언스연구원(OJEong Resilience Institute, 이하 OJERI, 원장 고려대학교 이우균 교수)은 산불 발생 이전에 ‘산불 단기예보’를 통해 위험 지역을 분석해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에 산불이 발생한 대부분의 지역이 OJERI가 고위험 지역으로 지목했던 곳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예보 정보가 지역사회에 널리 활용되지 못했다는 점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OJERI는 자연재해 예측 및 분석을 통해 지역사회가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연구기관이다. 특히 100m 해상도 단위로, 3시간 간격의 산불 위험 진단 정보를 제공하는 정밀한 예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산불 위험성 판단에 있어 매우 유의미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밀한 진단체계가 있어도 정보가 지역사회로 전달되지 못한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실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보의 접근성과 전달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불과 같은 자연재해는 사후 복구보다 사전 예방이 훨씬 효율적이고 중요하다. 이제 산불진단정보는 전문가들만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일상 속에서 지역 주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 홈페이지, 마을 방송, 지역 언론, SNS, 재난문자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예보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산림청 등 중앙정부뿐 아니라 산림을 관리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시·군) 차원에서도 산불 예보 정보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주민들과 소통하며 현장 중심의 예방 전략을 수립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산림청에서는 이를 위해 산림청 홈페이지 첫 화면에서 관심, 주의, 경계, 심각 4단계에 따른 산불경보발령을 공지하고 있으며, 실시간 산불정보와 산불위험예보시스템, 그리고 산불방지 국민행동 요령도 알려주고 있다. 특히, 위에서 말한 산불 예방을 위해 산림청에서는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시스템에서 산불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시기를 예측해 산불담당자와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개선된 기상청 단기예보를 반영하여 산불 발생 위험을 5일(기존 3일)까지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실제로 국가산불위험예보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산불위험등급과 대형산불위험예보, 소각산불징후예보 등을 전국 지도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산불 뿐만 아니라 산사태에 대한 예방 관련 정보를 스마트폰으로도 알 수 있도록 ‘스마트 산림재난’ 앱을 서비스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 스스로 산불진단정보를 확인하고 실천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더해질 때 비로소 산불을 줄일 수 있다. 정보는 단순히 제공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그 정보가 지역의 ‘공동 실천’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산불로부터 사람과 환경, 삶의 터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산불이 그저 ‘지나간 사건’으로만 남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예보 시스템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예방 중심의 대응 체계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
글
이우균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 전 (사)산림경영정보학회 회장
이종현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한국지속가능발전학회 부회장※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