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고] 전주국제영화제 26년, 문화도시 전주의 자긍심

    기사입력 2025.05.07 14:49
    도시의 브랜드가 된 영화제, 그 성장의 기록과 미래 과제
    •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한국엔터테인먼트법학회 회장
      이종현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전북임팩트플로우 회장

    • (왼쪽부터)이재경 건국대 교수 겸 변호사, 이종현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 사진 제공=AVPN 한국대표부
      ▲ (왼쪽부터)이재경 건국대 교수 겸 변호사, 이종현 AVPN 한국대표부 총괄대표 / 사진 제공=AVPN 한국대표부

      올해로 26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는 단순한 영화 상영 행사를 넘어, 도시 정체성과 문화정책의 상징으로 성장해 왔다. 독립·예술영화의 실험정신을 견지하며 발전한 이 영화제는 이제 ‘전주’라는 이름과 함께 세계 영화계에서도 기억되는 브랜드가 되었다. 

      관객 수, 상영 편수, 국제 교류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동시에, 시민의 일상 속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가 만들어온 변화는 ‘도시가 문화를 어떻게 품고 성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남긴다.

      독립영화의 실험정신, 전주에서 피어나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더 이상 ‘지역 영화제’에 머물지 않는다. 국내 독립·예술영화의 산실이자,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을 끄는 국제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전주국제영화제’라는 이름은 이제 전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문화 브랜드로 기능하고 있다.

      2000년 첫 출범 이후 영화제는 줄곧 ‘독립·예술영화의 실험정신’을 중심 정체성으로 삼아왔다. 상업영화 중심의 국내 영화 생태계 속에서 비주류 영화가 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왔으며, 이는 신진 감독들의 도약 무대이자 관객에게는 새로운 영화 언어를 익히는 창이 되었다. 영화 언어와 표현의 경계를 실험하는 이 흐름은 현대 영화의 다양성과 실험정신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전주를 재정의해 왔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전주대담’, ‘전주클래스’, ‘익스팬디드 시네마’ 등 전주만의 기획 프로그램은 지역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몽환적인 상상력의 흐름을 담아내거나, 석재와 같은 단단한 서사의 구조를 빌려, 독립영화 창작을 지원하고 영화문화의 다양성을 확장시키는 양축 역할을 해왔다. 특히 상업성이 부족해 배급이 어려운 예술영화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해 온 점은 전주국제영화제만의 뚜렷한 차별점이다.

      수치로 증명된 성장의 궤적

      영화제의 위상은 다양한 수치를 통해 입증된다. 제1회 당시 40여 개국 90여 편이던 상영작은 2025년 제26회 기준 57개국 224편으로 늘었다. 관객 수는 매년 7만~8만 명을 유지하고 있으며, 2024년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50만 명에 이른다. 제24회 영화제에서는 42개국 247편이 상영되었고, 71,693명이 관람했으며, 좌석 판매율은 83.1%에 달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단순히 양적인 확대를 넘어, 관객과의 접점 확대, 국제 영화계와의 교류 심화 등 질적인 성장을 함께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도시의 브랜드가 된 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제 전주시의 문화 인프라를 넘어, 도시의 정체성과 브랜드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영화제 기간 동안 수만 명의 관람객이 전주를 찾으며, 숙박, 음식, 교통, 공예 등 지역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2019년 기준 영화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204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은 96억 원에 달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위축되었던 경제적 효과도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회성이 아닌, 문화 생태계로

      전주국제영화제는 단순한 ‘축제형 행사’에 그치지 않고, 도시의 문화 생태계와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전주영화종합촬영소,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전주영화제작소 등 관련 인프라가 집적되어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영화산업 육성 전략은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유치된 쿠뮤필름스튜디오는 이러한 문화 기반에 새로운 전환점을 더한다. 아시아 최고 수준의 첨단 영화·영상 제작 스튜디오가 전주에 들어서며, 영화제를 중심으로 한 문화 플랫폼은 이제 콘텐츠 산업의 실질적 거점으로 확장되고 있다. 쿠뮤필름스튜디오의 입지는 단순한 산업시설 유치를 넘어 영화제와 연계된 창작 생태계의 확장을 의미하며, 지역 청년 창작자와 중소 콘텐츠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전주 출신의 양경준 대표가 이끄는 투자사 크립톤(KRYPTON)은 단순한 자본 투자를 넘어, 지역 창업생태계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소멸 문제에 대응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을 핵심 사명으로 삼고 있다. 특히 전주에서는 영화를 중심으로 한 콘텐츠 기반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 가고 있으며,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제2, 제3의 봉준호·박찬욱 같은 세계적 창작 인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것을 중요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성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지향하는 ‘창작의 자유’, ‘실험의 용기’라는 철학과 맞닿아 있으며, 영화제를 둘러싼 문화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하는 민간 부문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다.

      아울러 ‘시민 참여형 영화제’와 ‘생활문화와 영화의 결합’이라는 기조 아래, 영화제를 연중 체감 가능한 문화 플랫폼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어린이 영화 체험 프로그램, 시네마 투어, 지역 예술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 등은 전주만의 독자적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직과 리더십이 만든 변화

      이 같은 변화와 성과는 영화제를 이끄는 조직과 리더십의 힘에서 비롯됐다. 현재 전주국제영화제는 우범기 전주시장을 조직위원장으로, 민성욱·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우범기 조직위원장은 영화제의 정책적 기반을 조성하며 제도적 후원을 이끌고 있고, 배우 출신인 정준호 위원장은 대중성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영화제의 외연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민성욱 위원장은 예술감독으로서 상영작 구성의 예술적 완성도와 다양성을 책임지고 있다. 이 세 인물의 유기적인 협력은 영화제의 안정성과 혁신을 동시에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전주의 문화 미래를 여는 열쇠

      이제 전주국제영화제는 단순한 영화제가 아니다.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지역 기반의 문화정책 가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결국 칸느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명문 영화제가 보여준 선순환 시너지의 길로 가는 것이다. 지난 26년 동안 쌓아온 신뢰와 성과는 향후 더 다양한 목소리와 세대를 포용할 기반이 되고 있으며, 문화도시 전주의 미래를 여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다가올 10년은 영화제의 미래이자, 전주라는 도시가 어떤 문화 철학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영화제를 지켜내는 일은 곧 도시의 문화적 자산과 가능성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운영 기반과 시민 협력 구조를 갖춘 전주국제영화제는 향후 문화도시 전주 전략의 핵심 플랫폼이자, 지역 중심 글로벌 축제로의 전환을 이끌 핵심 자산이다.

      ※ 본 기사는 기고받은 내용으로 디지틀조선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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