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관절염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을까?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 ‘오스카(OSCA)’가 기존의 통증 완화 중심 치료를 넘어, 구조적 회복 가능성을 임상에서 처음으로 제시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오스카 임상 개발 현황을 발표했다. 사측은 “국내 임상 1상 결과, MRI 영상과 통증·기능 지표에서 모두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며 골관절염 근본 치료제 개발 성공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
오스카 임상 1상, 통증 완화부터 구조 개선까지
이번 임상은 총 1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저용량·중용량·고용량군으로 나뉘어 6개월 및 12개월 시점에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탐색적 연구다. 회사는 관절강 내 1회 투여만으로도 통증과 기능 지표에서 뚜렷한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VAS(시각적 통증 척도)는 평균 89.9% 감소했고, WOMAC(서양 골관절염 지수)는 76.8% 감소했으며(각각 p=0.002), IKDC(국제 무릎 기능 지수)는 91.0% 증가, KOOS Pain(무릎 손상 및 골관절염 결과 지수 하위 항목) 지표는 134.2% 상승해(p=0.039), 기능 회복뿐 아니라 일상생활 수행 능력 및 삶의 질 측면에서도 개선 양상이 확인됐다.
발표를 맡은 배요한 임상개발본부장은 “임상 1상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개선 수치는 기대 이상의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영상 기반 분석에서도 구조 개선이 관찰됐다. 중용량군에서는 연골 손상 부위가 투약 6개월 시점에서 충전된 모습이 확인됐고, 고용량군에서는 연골하골 부종이 개선되며 연골 표면이 매끄러워지는 등 회복 양상이 나타났다.
MRI 판독 결과, 전체 환자의 70%에서 MOCART(연골 재생 평가 지표) 점수가 향상됐으며, 특히 연골 결손 충전 항목은 60%, 연골 경계부 변화 항목은 10% 개선됐다. WORMS(골관절염 구조 악화 지표)에서도 환자 40%가 개선 소견을 보였고, 연골모의 결함, 하중부, 이차적 손상 등의 안정성이 확인됐다. 구조적 악화 없이 연골 상태가 유지된 환자도 다수였다. 이는 단기적인 통증 완화뿐 아니라, 질병 진행 억제 가능성도 시사하는 의미 있는 결과다.
줄기세포 복합 기전, 기존 치료제와의 차별성 강조
이러한 효과는 오스카가 가진 복합 작용기전에 기반한다. 오스카는 줄기세포(Osiramestracel)와 무세포 매트릭스(CAM)를 조합한 복합제제로, 연골세포 분화를 유도하는 연골 재생(chondrogenic), 염증 억제(anti-inflammatory), 세포 사멸 차단(anti-apoptosis), 미세환경 조절(microenvironment modulation) 등 다양한 기전을 동시에 작동시킨다. 이는 기존 하이알루론산 제제나 진통제 중심의 대증 치료와 차별화되는 접근으로, 근본 치료 가능성을 평가하는 ‘질병 수정형 골관절염 치료제(DMOAD)’ 후보군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 본부장은 “‘연골 결손’은 외상으로 특정 부위 연골만 손상되는 국소 질환이지만, ‘무릎 골관절염’은 비만, 나이, 사고 같은 복합 요인에 의해 관절 전체, 연골하골, 반월상 연골까지 손상되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구조적 손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골관절염에서 구조 개선이 관찰됐다는 건,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질병 자체를 되돌리는 치료제의 가능성을 처음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이번 결과에 대해 '단순한 통증 개선이 아니라, 구조적 개선이 동반된 근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첫 사례'라고 자평했다. 다만 회사 측도 한계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배 본부장은 “총 12명의 소규모 임상이고, 위약군이 포함되지 않은 설계라는 점에서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중대한 이상 반응(SAE)은 보고되지 않았으며, 전체 환자의 25%에서 관절 부종 등 경미한 이상 반응이 나타났으나 대부분 자연 회복됐다.
이번 발표에서 고용량군의 상세 분석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사측은 해당 결과를 5월 중순께 별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량군 데이터는 장기적 효과와 구조 개선의 용량 의존성을 평가하는 핵심 자료로, 향후 발표될 MRI 분석 결과가 근본 치료제 가능성을 뒷받침할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글로벌 진출 가속화…기술이전 논의 본격화
골관절염은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3,000만 명(WHO 2019 기준)이 겪고 있는 대표적 만성 퇴행성 질환으로, 고령화에 따라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글로벌 골관절염 치료제 시장 규모는 약 739억 달러로 추산되며, 2029년까지 연평균 4.7% 성장해 924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치료 패러다임은 병기(Kellgren-Lawrence Grade)에 따라 Grade 1~2는 약물 및 보존적 요법, Grade 4는 인공관절 수술이 적용된다. 하지만 중간 단계인 Grade 3 환자에게는 뚜렷한 치료 수단이 부재한, 이른바 ‘치료 공백(Treatment Gap)’이 존재한다. 오스카는 이러한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비수술적 DMOAD 후보군으로서의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들도 질병수정형 치료제(DMOAD)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노바티스, 콜론티슈진,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주요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줄기세포 또는 성장인자 기반의 치료제 개발이 다수지만, 오스카는 줄기세포와 무세포 매트릭스를 결합한 국내 유일의 복합제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는다.
강스템바이오텍은 글로벌 임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CRO인 알루센트(Alucent)와 함께 글로벌 임상 전략을 수립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 FDA와의 프리-IND(임상 계획 사전 미팅)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 2027년 미국 임상 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임상 설계와 자료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확보된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이전 및 글로벌 공동개발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나종천 대표는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가 진짜 근본 치료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오스카'의 국내 임상 과정에서 2a상까지는 강스템바이오텍이 직접 주도하고, 이후 2b상과 3상은 국내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유영제약이 진행할 예정이다. 유영제약은 대규모 무작위 비교 임상 진행부터 시판 허가 취득까지 국내 상용화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양사는 글로벌 임상과 병행하여 국내 시장 진입 전략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유영제약은 국내 임상 운영과 시판 허가 신청을 포함한 실무를 전담하고, 강스템바이오텍은 임상 설계와 글로벌 전략과의 정합성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