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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경색 환자의 당뇨병 관리가 치매 위험을 좌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신경과 이민우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는 당뇨병을 오래 앓을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당뇨병 지속 기간에 따른 치매 위험 상승이 더욱 뚜렷했다.
연구팀은 40세 이상 뇌경색 환자 11만 8,790명을 대상으로 2형 당뇨병 지속 기간에 따른 치매 발생 위험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2형 당뇨병은 주로 성인기에 잘못된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 등 생활 습관 요인으로 발생한다.
연구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 중 2형 당뇨병을 오래 앓은 이들은 치매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뇨병 유병 기간이 5년 이상인 환자의 경우, 당뇨병이 없는 환자에 비해 치매 위험이 약 1.5배(4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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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젊은 연령대(40~64세)에서 이 현상이 더 뚜렷해 눈길을 끌었다. 40~64세 환자군에서는 당뇨병을 5년 이상 앓은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정상 대비 1.84배까지 높아졌다. 고령층(65세 이상)에서도 위험은 상승했지만, 젊은 층만큼 가파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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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 교수는 “2형 당뇨병이 젊은 나이에 발병할 경우, 뇌혈관 손상이 오랜 시간 누적되기 때문에 뇌경색 이후 치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즉, 오랫동안 혈당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뇌가 뇌경색이라는 큰 충격을 받으면, 추가적인 신경 손상과 염증 반응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당뇨병 초기 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상태에서도 치매 위험이 정상군보다 약간 높게 나타났다. 이는 ‘경계선 혈당’이라 불리는 상태에서도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당뇨병을 가진 뇌경색 환자들에게 혈당 조절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관리에 대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나이일수록 당뇨병 관리 소홀은 훗날 치매 위험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민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뇌경색 환자에서 당뇨병 지속 기간이 치매 위험 증가와 유의미하게 관련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젊은 당뇨병 환자일수록 조기에 혈당 관리와 생활 습관 개선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급 국제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피인용지수: 8.0)’ 3월호에 게재됐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