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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도암 치료를 위한 기존 광역학 치료의 한계를 보완하고, 국소적이고 선택적인 암세포 파괴 가능성을 높인 새로운 광역학 치료용 카테터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박정훈 교수, 소화기내과 김도훈 교수, 가톨릭대학교 나건 교수 연구팀은 협착 부위를 넓히는 데 사용되던 스텐트를 치료 도구로 활용해, 식도암 국소 치료를 목표로 한 광역학 치료용 카테터를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검증했다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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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학 치료는 광응답제를 체내에 주입한 후 특정 파장의 빛을 조사해 활성산소를 생성, 암세포를 파괴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 방법은 광응답제가 전신으로 퍼져 국소 치료가 어렵고, 광섬유를 통한 레이저 조사 과정에서도 병변과의 거리 조정이 어려워 치료의 정밀성과 효율성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응답제(Al-PcS4)를 혈액이 아닌 스텐트 표면에 직접 코팅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또한 스텐트 내부에 투명한 원통형 레이저 전용 통로를 삽입해, 광섬유 없이도 목표 부위에 고르게 빛을 조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광역학 치료를 필요한 부위에만 국소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치료 환경도 암실이 아닌 일반 조명 환경에서도 가능하게 했다. 또한, 스텐트의 양 끝을 카테터에 고정하는 방식을 채택해, 치료 후 스텐트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장기 거치로 인한 천공, 출혈 등의 합병증 위험을 줄였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카테터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식도암 이식 마우스와 토끼 모델을 이용해 검증했다. 실험 결과, 마우스 모델에서는 종양 크기와 무게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토끼 모델에서는 국소 광역학 치료 후 내시경 및 조직검사에서 점막 괴사와 섬유화 반응이 관찰됐다. 천공이나 출혈과 같은 주요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 피인용지수 12.8)’에 최근 게재됐다.
박정훈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광응답제를 코팅한 스텐트를 활용해 종양을 국소적으로 파괴하고, 레이저를 균일하게 조사할 수 있어 치료 효율이 높아졌다”며 “이번 기술은 식도암뿐 아니라 다른 비혈관계 악성종양에도 적용할 수 있는 최소 침습적 중재 시술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도훈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정맥주사 없이 국소적으로 광역학 치료를 적용할 수 있어 전신 독성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기존 표준 치료법으로 대응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