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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포화 속 등장한 광고 요금제가 국내 미디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는 26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에서 ‘제1회 미디어 이슈와 콘텍스트’를 개최해 국내외 시장동향과 광고 요금제가 소비자와 광고주, OTT에 가져올 효과를 분석하고, 향후 미디어 산업의 변화 방향성을 가늠했다.
광고 요금제, OTT의 판을 흔들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책임연구위원은 ‘OTT 광고 요금제와 이용자’라는 주제로, 국내외 OTT 광고 요금제의 확산과 그 배경, 그리고 소비자·광고주·플랫폼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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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연구위원에 따르면, OTT 광고 요금제는 단순히 비용을 줄이는 대안이 아니라, 이용자 만족도와 광고 효과를 동시에 고려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광고 요금제가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권을 확대하고, 광고주에게는 타깃팅과 브랜드 노출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시장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OTT는 시청자의 몰입을 중시하기 때문에, 광고도 그 흐름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OTT 광고 요금제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과 광고주·소비자 만족도를 높일 방안에 대한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춘 넷플릭스 한국광고사업부문 디렉터는 광고 삽입 기술을 고도화해 광고주와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원수 한국디지털광고협회 부회장은 광고 요금제가 광고주에게 프리미엄 이미지와 신뢰를 제공하는 중요한 채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OTT 플랫폼의 프리미엄 콘텐츠가 광고의 품질까지 함께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 넷플릭스
이번 행사에서는 단순한 수익 다변화가 아니라, 콘텐츠와 광고의 관계를 재정의하려는 넷플릭스의 광고 전략이 특히 주목받았다.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는 현재 전 세계 12개국에서만 진행하고 있다. 이춘 디렉터는 한국이 광고 요금제 도입 국가로 선정된 것이 “광고 제작 역량이 높고, 다양한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어 광고주에게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요금제는 시청자에게 가격과 몰입 측면의 만족을, 광고주에게는 타깃 노출과 데이터 기반 성과 분석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시청자에게는 요금과 몰입의 혜택을, 광고주에게는 데이터 기반 광고 효과를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시청자는 월 5,500원만 내면 고화질 콘텐츠 대부분을 볼 수 있고, 한 번에 여러 편을 연속해서 보면 중간 광고가 줄어드는 식이다. 이는 ‘양면 플랫폼 구조’로 해석된다.
넷플릭스는 ‘몰입형 광고’ 설계를 통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추구한다. 3편을 연속 시청하면 4편은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보상형 광고’, 콘텐츠 일시 정지 시 노출되는 ‘일시 정지 광고’, QR코드를 통해 제품 정보를 연결하는 방식 등은 광고를 콘텐츠 외부의 간섭이 아닌, 사용자 경험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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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 디렉터는 “넷플릭스는 사용자 경험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광고도 그 흐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설계하고 있다”며, “광고도 콘텐츠처럼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광고가 나오는 시점이나 횟수를 세심하게 조절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광고 기술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켜 광고주와 시청자 모두의 만족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신규 연구위원은 “OTT의 글로벌 확장성은 국내 광고주에게도 기회”라며, 기아자동차의 '오징어 게임 시즌2' 협업 광고, 마뗑킴의 미국 진출 사례 등을 소개했다. 복잡한 광고 대행 체계를 거치지 않고, 글로벌 콘텐츠와 연계된 맞춤형 브랜디드 캠페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는 새로운 광고 접점을 제공한다.
광고가 콘텐츠가 되는 시대의 OTT 전략
넷플릭스는 소비자와 광고주라는 두 이해관계자를 동시에 만족시키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정책이 아니라, OTT 플랫폼이 콘텐츠·광고·데이터를 통합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또한, 넷플릭스는 향후 AD-Tech(광고 기술) 고도화를 통해 사용자 관심사 기반의 정밀 타깃팅을 강화하는 ‘초개인화’ 광고 도입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이름, 나이, 성별 등 인구통계 정보를 광고에 직접 활용하기는 아직 어렵다. 현재는 시청 패턴이나 콘텐츠 취향을 기반으로 한 제한적인 맞춤형 광고만 가능해 초개인화 광고는 여전히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전략은 OTT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예전의 TV 광고처럼 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구조가 아니라, 콘텐츠 몰입과 광고 메시지가 같은 흐름 안에서 어우러지는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넷플릭스의 광고 요금제가 얼마나 많은 시청자와 광고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지, 그리고 이러한 실험이 다른 OTT 서비스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주목할 만하다. 특히 시청자의 몰입과 광고주의 마케팅 목표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는 이 전략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이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