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일반

한국인, 아시아인 중 ‘조절 T세포’ 가장 낮았다…인종 특성 맞춘 정밀의료 새 기준 제시

기사입력 2025.03.24 14:03
  •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치료 반응이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삼성서울병원은 세계 최초로 아시아인의 ‘면역 다양성 지도’를 완성해 국제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고 24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 박웅양 유전체연구소장이 이끄는 ‘아시아 면역 다양성 아틀라스(AIDA)’ 연구팀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5개국 7개 인종 집단 619명의 혈액에서 추출한 총 126만 개의 면역세포를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scRNA-seq) 기술로 정밀 분석해 해당 지도를 완성했다.

  • 한국인(그림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박스)은 조절 T세포가 다른 아시아국가 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비율이 낮았다. /이미지 제공=삼성서울병원
    ▲ 한국인(그림 오른쪽에서 두 번째 박스)은 조절 T세포가 다른 아시아국가 사람들보다 현저하게 비율이 낮았다. /이미지 제공=삼성서울병원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조절 T세포 ▲T세포 ▲B세포 ▲NK세포 ▲골수계 세포 등 주요 면역세포의 비율과 분포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아시아인 중 한국인의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비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절 T세포는 면역 반응을 억제해 자가면역질환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며, 이 수치가 낮을 경우 면역 과반응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결과가 원형탈모증,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발생률과 연관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인은 면역항암제 반응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T세포 비율 또한 낮았다. 이는 면역항암제를 투여해도 예상보다 낮은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며, 향후 한국인 대상 면역항암 치료 전략 수립 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달리 B세포나 NK세포 등 다른 면역세포는 대체로 국가 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 일본인과 싱가포르 중국인은 전체 평균에 가까운 균형 잡힌 면역세포 구성을 보였고, 싱가포르 말레이인은 B세포 비율이 높았으며, 인도계는 NK세포가 낮고, 태국인은 골수계 세포 비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단일세포 분석 기술을 활용해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과 면역 구조를 ‘세포 단위’로 시각화한 첫 대규모 결과물로, 아시아인의 면역 생물학적 특성에 기초한 정밀의학 개발의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웅양 소장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인종의 유전적 특성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규명함으로써,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른 치료 전략이 필요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며 “미래 의료를 주도할 단일세포 기반 정밀의학의 방향성을 제시한 연구”라고 평가했다.

    AIDA 프로젝트 총괄책임자인 샤얌 프라바카르 박사(싱가포르 유전체연구소 부소장)는 “후속 연구를 통해 아시아 지역 전체로 단일세포 유전체 분석을 확장할 계획”이라며, “정밀의학과 면역 치료의 기반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