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과 온디바이스 AI와 에이전트 시대 이끌 것”
-
LG AI연구원이 추론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 딥’(EXAONE Deep)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미국 오픈AI, 중국 딥시크 등 글로벌 추론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는 모델이다. LG AI연구원만의 경쟁력인 ‘연비’로 글로벌 모델들과 동일 선상에서 경쟁을 시작했다.
LG AI연구원은 17일(현지시각)부터 닷새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에 참가해 엑사원 딥을 소개했다. 이번에 공개한 모델은 △엑사원 딥-32B(320억 개 매개변수), △엑사원 딥-7.8B △온디바이스 모델 엑사원 딥-2.4B이다. 높은 성능의 모델부터 경량화 버전까지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번에 오픈소스로 공개한 모델들은 LG AI연구원의 경쟁력인 ‘연비 성능’이 고스란히 녹아 들었다. 적은 매개변수와 학습 데이터로도 글로벌 모델들과 경쟁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AI 활성화의 골칫거리인 비용과 전력 사용량 부담을 줄이면서 장점인 효율성은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 적은 연비로도 잘 나가는 AI, LG가 개척
LG AI연구원에 따르면, 엑사원 딥-32B는 중국 딥시크 R1보다 가성비 높은 성능을 기록했다. 엑사원 딥-32B의 매개변수는 320억 개로 중국 딥시크 R1의 6710억 개 매개변수의 5% 수준이다. 하지만 성능 평가 결과 유사한 성능을 냈다. 그만큼 적은 비용과 적은 전력만으로 높은 성능을 낼 수 있게 한 셈이다.
LG AI연구원은 그동안 글로벌 AI 경쟁에서 좋은 연비를 내세워왔다. 지난해 공개한 엑사원 3.0이 대표 사례다. LG AI연구원이 밝힌 엑사원 3.0에 학습에 쓰인 토큰 개수는 8조 개다. 메타의 AI 모델 라마3.1에 쓰인 토큰 개수는 15조 개와 비교하면 절반 가깝게 적은 양이다. 보통 AI가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성능이 높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메타 라마3.1의 성능이 좋아야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엑사원 3.0은 벤치마크 점수 순위에서 실제 사용성을 비롯해 코딩과 수학 영역 등에서 라마3.1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AI 연료라 불리는 데이터를 적게 사용하고도 멀리 가는 LLM을 만든 것이다.
이번 추론 모델도 마찬가지다. LG AI연구원이 글로벌 오픈소스 AI 플랫폼 ‘허깅페이스’에 공개한 ‘엑사원 딥’ 세 모델의 성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이 모델들은 논리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 평가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엑사원 딥-32B는 적은 매개변수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수학 문제와 과학 문제해결 능력에서 우수성을 입증했다. 한국어에 강점이 있는 엑사원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2025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에서 94.5점으로 최고점을 기록했고, 선택과목(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모두에서 1등급을 달성했다. 수학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인 수학(MATH)-500은 95.7점을 기록했다.
-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 박사 수준의 과학 추론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에서도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과학 문제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GPQA 다이아몬드 테스트에선 66.1점을 받아 매개변수 규모가 유사한 추론 AI 모델과의 경쟁에서 앞서는 결과를 기록했고, 코딩 능력을 평가하는 라이브코드벤치(LiveCodeBench)도 59.5점을 기록하며 경쟁력 있는 성능을 달성했다.
LG AI연구원 측은 “엑사원 딥은 수학과 과학, 코딩 등 전문 분야 평가 지표에서 높은 성능을 보여줌으로써 향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분야뿐만 아니라 물리와 화학 등 과학 연구와 교육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 온디바이스 AI와 에이전트 시대, LG그룹이 주도
엑사원 딥-32B와 함께 오픈소스로 공개한 가성비 모델들도 높은 성능을 냈다. 경량 모델인 엑사원 딥-7.8B은 32B 모델의 24% 크기임에도 95% 성능을 유지했다. 미국 오픈AI의 o1-mini의 성능을 상회했다.
온디바이스 모델인 2.4B는 7.5% 규모임에도 성능이 86%에 달했다. 온디바이스 모델의 경우 외부 서버와의 연결 없이 기기 내부에서 안전하게 데이터를 처리해 보안성과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그만큼 회사 측은 스마트폰과 자동차, 로봇 등 다양한 산업에 확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LG전자, LG유플러스 등 LG 계열사들과 함께 모델을 고도화해 온디바이스 AI 시장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또 LG AI연구원은 자체 개발한 추론 AI인 엑사원 딥을 기반으로 ‘에이전틱 AI’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에이전틱 AI는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추론을 진행하는 과정을 통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동적인 AI를 뜻한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지식 AI’를 넘어서는 ‘추론 AI’ 개발이 필수적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오픈AI와 구글, 중국의 딥시크와 알리바바 등 파운데이션 모델을 보유한 소수의 기업만이 자체 추론 AI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한 ‘엑사원 딥’은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첫 모델이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