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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성백제박물관이 오리엔트 최강의 제국으로 불리던 히타이트 문명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국립김해박물관에서 큰 호응을 얻었던 히타이트 철기 유물 전시가 이번에는 더욱 확장된 콘텐츠와 깊이 있는 구성으로 서울을 찾아온다.
한성백제박물관은 3월 8일부터 6월 8일까지 국제교류전 〈히타이트: 오리엔트 최강의 제국〉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튀르키예 문화관광부와 초룸시(市), 국립김해박물관, 그리고 김해시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사되었다.
특히 튀르키예에서는 이집트보다 6,000년 앞선 초고대 문명의 흔적이 발견되면서, 그 역사적 가치를 조명하는 연구와 전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튀르키예 문화관광부는 자국의 유구한 역사를 세계적으로 알리기 위한 전략적 역사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는 기원전 17세기부터 12세기까지, 이집트·아시리아와 함께 '오리엔트 3대 강국'으로 불리던 히타이트 제국의 문화유산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누어 총 212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관람객들은 히타이트 하투샤 유적을 상징하는 '사자의 문'을 통과해 고대 도시와 성곽을 재현한 영상으로 히타이트 제국으로의 시간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1부 '최강의 군대를 가진 나라'에서는 히타이트의 뛰어난 금속 기술로 만들어진 화살촉과 도끼 등 강력한 군대의 무기와 이집트와의 '카데시 전투' 및 평화조약 체결 과정을 소개한다.
2부 '두 개의 문자를 사용한 나라'에서는 점토판과 도장 등 히타이트인들이 사용한 상형문자와 쐐기 문자 기록을 통해 그들의 역사를 살펴본다.
3부 '다채로운 문화를 꽃 피운 나라'와 4부 '천신(千神)의 나라'에서는 히타이트인들의 일상생활과 다양한 민족의 신들을 포용했던 종교적 관용을 엿볼 수 있다. 의복 제작에 사용된 방추차와 바늘, 장식용 핀과 팔찌 등이 전시되며, 여신상, 의례용 팔모양 그릇, 황소 머리 모양 잔, 새부리 모양 주둥이를 가진 주전자 등을 통해 히타이트 문화의 특색이 담긴 생활모습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유물로는 청동기 후기 히타이트 문화를 대표하는 '청동무기'와 백제에서도 발견되는 '청동 비늘 갑옷', 그리고 히타이트의 역사와 문화가 담긴 정교한 '쐐기문자'와 '상형문자 점토판' 등이 있다.
한성백제박물관은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4월 18일(금)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히타이트 유적의 발굴조사 성과와 더불어 백제 유적조사의 최신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학술대회는 주한튀르키예대사관, 한성백제박물관, 국립김해박물관,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이 공동 주최하며, 독일과 튀르키예의 히타이트 유적 조사를 비롯한 대한민국 유적조사 사례를 다룬다.
또한 4월부터 5월까지 매주 금요일 저녁에는 초등학생 전학년 자녀를 동반한 가족을 대상으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쐐기 문자와 상형문자를 새긴 점토 방향제 만들기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낯선 오리엔트 고대 문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지연 한성백제박물관장은 "서울의 고대사 전문 박물관으로서 백제문화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고대 문명을 소개하는 것이 한성백제박물관의 중요한 사명"이라며 "많은 시민들이 이번 히타이트 특별전을 통해 동서양 고대 문명 간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다양한 세계 문명을 흥미롭게 접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