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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가요를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고, 무대가 마련이 됐다. 가요 생활 66년 만에 아무 여한이 없는 행복한 가수라고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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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스탠포드홀에서는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을 개최하는 가수 이미자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노래한 지 66년이 됐는데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운을 뗀 이미자는 "든든한 후배들과 함께 전통가요의 맥을 이을 수 있는 공연을 발표하는 것을 정말 행복하고 기쁘게 생각다. 감사합니다"라며 벅찬 감회를 전했다.
이미자는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함께 전통가요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평생을 노래해왔다. 이미자의 노래 인생은 곧, 우리 전통가요의 역사가 됐다.
66년 동안 끊임없이 전통가요를 노래해 온 원동력을 묻자 이미자는 "'열아홉 순정'으로 가요계에 데뷔했지만, 1964년도 '동백아가씨'로 이미자라는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 차트에서 33주 동안 1위를 하기도 했는데, 어느샌가 제가 부른 노래는 서구풍의 노래에 밀려 소외감을 느끼고 지냈다. 다른 장르로 바꿔볼 수도 있었지만 여러 위문을 다니며 제 노래를 듣고 울며, 웃으며, 또 환영을 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긍지감을 느꼈다. 그게 지금까지 흘러온 것 같다"라고 답했다. -
이러한 이미자의 가수로서 마지막 활동이 될 공연이 펼쳐진다. 이미자는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줄 사랑하는 후배 가수들과 함께 더 늦기 전, 가장 빛나는 시간이 될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공연 '맥을 이음' 개최를 확정했다. 이미자는 "은퇴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평생 살아가면서 어떤 단을 내리는 것은 경솔하지 않나 하는 마음이 있어서 은퇴라는 말을 하지 않았는데, 이번은 마지막이라는 말씀을 확실히 드릴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미자는 이어 "항상 무대를 설 때마다 우리 전통가요의 뿌리를 잊지 않아야 하고, 또 이어갈 수 있는 연구를 많이 해왔다. 우리의 전통가요는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 주는 노래라고 자부할 수 있는데, 그러한 노래들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깝고 힘들었다. 질이 낮은 노래라고 소외를 받은 기억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어려웠을 때 함께한 노래들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지만, 내 대가 끝나면 다 사라지고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다는 생각을 했을 때 이 공연이 이야기가 됐다"라며 "기꺼이 감사한 마음이다. 우리의 맥을 잇고 물려줄 수 있는 공연을 통해 마무리를 지을 수 있다는 행복함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공연의 의미에 대해 전했다.
이번 공연에는 가수 주현미, 조항조가 함께한다. 이날 간담회에도 함께한 주현미는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갈 가수로 저와 조항조 씨를 지목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조항조는 "제가 과연 그런 자격이 있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선배님의 선택해 주신 만큼, 저는 뒤를 따르고 후배들께는 선배님이 물려주신 뿌리 깊은 전통가요의 맥을 잇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
'맥을 잇는다'라고 한 만큼, 전통가요의 핵심이 무엇인가 묻자 이미자는 "우리의 가요가 100년 역사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겪은 설움과 해방의 기쁨을 되새기기도 전에 6.25전쟁까지 고난의 세월의 연속이었다. 그때마다 우리의 가요는 시대의 변화를 알려주고 널리 퍼질 수 있게 해주었다. 노래를 통해 위로를 하고, 위로를 받고, 함께 애환을 느낄 수 있게 시대의 흐름을 대변해 주는 노래가 전통가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때의 시대를 담고 위로를 해준 것이 핵심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주현미는 전통가요의 맥을 잇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사실 대중가요라는 것이 그때그때 유행을 따라가는 음악인데, 지금 우리가 소비되는 것 또한 대중가요가 아니냐 굳이 맥을 잇는다고 해야 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전통가요를 부르는 가수 입장에서는 백 년이 다 되어가는 우리 가요의 역사다. 노래 한 곡 한 곡마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옛날의 구질구질한 감성을 알아야 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는 역사를 토대로 현대를 살아간다. 무겁게 의미를 두려는 것이 아니라 선배님들께서 남겨둔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어떤 정서를 느낄 수 있다. 그런 것이 이어져야 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꼭 오리지널로 복원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 그 노래가 있던 시대와 이야기를 잊지 않고 이어갔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조항조는 이미자의 선택을 받은 것에 대해 "부족한 저에게 큰 영광을 주셔서 제 인생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 같다"라며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으려 한다. 노래에도 예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께서는 항상 노래에 대한 예의를 갖춰오셨다. 나의 감정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고 솔직하고 진솔하게 표현하는 것이 진정한 대중가요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어떤 노래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선생님의 교본 같은 노래의 맥을 열심히 이어가고 싶다. 큰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주현미는 "이 공연이 큰 전환점이 되어서 다시 한 번 전통가요가 서민들에게 얼마나 따스한 위로가 됐고, 기쁨이 되었는지 일깨워주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라는 진심을 더했다. -
주현미, 조항조 외에도 후배 가수들과 함께 특별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선사한다. 이미자의 대표곡 '동백 아가씨', '여자의 일생', '섬 마을 선생님' 등의 협업 무대를 비롯, 전통가요 듀엣 무대와 세대별 감성 무대는 이번 헌정 공연의 백미가 될 전망이다. 이미자는 "최근 '미스 트롯 3'는 끝이 났고, '미스터 트롯 3'가 방송 중인데 두 프로그램의 진을 이번 공연에 초대하려고 한다. 조항조 씨와 주현미 씨가 대를 물려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해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이미자는 끝으로 자신을 "전통가요의 맥을 이어간 가수로만 생각해 주시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라는 말을 전했다. '엘레지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66년 가수 인생을 이어온 이미자의 명곡을 생생한 라이브로 만날 수 있는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은 오는 4월 26~27일 양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최된다. 이에 앞서 오는 6일 오후 2시 티켓링크와 세종문화회관 홈페이지를 통해 티켓 예매를 진행한다.
대중가수 최초로 세종문화회관에 입성했던 이미자는 같은 장소에서 가수 인생의 마지막을 알리게 됐다. 그는 "'동백아가씨'를 비롯해 저의 3대 히트곡이 다 금기시됐다가 1987년에 해금이 됐고, 데뷔 30주년인 1989년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했다. 아마 가장 많은 기념 공연을 선 사람도 제가 기록일 것 같다. 30주년부터 40주년, 45주년, 50주년, 55주년, 60주년까지 5년 간격으로 기념 공연을 했고, 65년째는 제가 자신이 없어서 지내오던 중 이렇게 지금 기회가 마련이 됐다. 66년이 되는 해에 다시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는데 세종문화회관 자체가 무척 애착이 가고, 저한테는 영원히 기념으로 남을 무대가 될 것 같다"라고 전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