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쏘시스템이 버추얼 트윈 기기로 선택한 스마트 글라스는 애플 비전 프로였다.
다쏘시스템은 25일(현지시각)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다쏘시스템 연례행사 ‘3D익스피리언스 월드’에서 애플과 협업을 발표하며 애플 비전 프로에서 버추얼 트윈을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현실 세계의 모든 요소를 가상으로 구현하는 버추얼 트윈 이용 기기를 PC를 넘어 스마트 글라스로 확대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쏘시스템은 왜 애플을 선택했을까.
26일 3D익스피리언스 월드 미디어 세션장에선 그 힌트를 들을 수 있다. 톰 애클랜드(Tom Acland) 3D익사이트(EXCITE) 최고경영자(CEO)는 “지금 모든 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결합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자동차나 항공기, 산업용 장비 제조와 같은 모든 제조 분야는 단순히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이 둘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 비전 프로는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제품”이라며 “높은 정확성과 정밀도를 요구하는 산업에서 가상 환경을 현실로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하드웨어”라고 했다. 현실 세계를 정밀하게 가상으로 구현하는 버추얼 트윈을 구현할 스마트 글라스로 애플 비전 프로가 적합했다는 말로 풀이된다.
버추얼 트윈은 다쏘시스템이 제공하는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실제 제품과 공정, 시스템 등을 정밀하게 재현하는 가상공간을 뜻한다. 실제 환경과 동일한 데이터와 동작을 반영한 가상공간으로 제품 설계, 생산, 유지보수, 운영 등에 활용된다. 디지털 트윈과 유사해 보이지만, 기술 차원에서 다르게 평가된다. 버추얼 트윈은 현실 세계 모든 요소를 가상으로 완벽하게 재현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쓰인다면, 디지털 트윈은 현실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현재 상태를 모니터링 하는 용도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버추얼 트윈이 실제 제조 설계와 공정, 시뮬레이션에 쓰이는 만큼, 다쏘시스템은 이를 완벽하게 구현할 기기를 찾았다. 그 결과가 애플 비전이다. 실제로 마이크 록웰(Mike Rockwell) 애플 비전 제품 그룹 부사장은 25일 파스칼 달로즈(Pascal Daloz) 다쏘시스템 CEO와 협약을 얘기하며 비전 프로 기술력을 자신했다. 록웰 부사장은 “비전 프로를 개발할 때 우리는 단순한 게임용 기기가 아니라 실제 산업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되기를 원했다”며 “이를 위해 우리는 업계 최고의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이어 “비전 프로에는 2300만 개의 픽셀이 탑재돼 있고, 카메라 영상 투과 지연 시간은 0에 가깝다”며 “여기엔 고급 카메라와 센서가 탑재돼 있고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환경을 실시간으로 맵핑해 현실 세계를 가상으로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 고급 카메라와 센서, 강력한 모바일 칩이 탑재돼 있다”고 강조했다.
애플 비전 프로의 산업용 활용 사례는 많다. 헬스케어, 항공, 자동차 산업 등에 사용되며 성과를 내고 있다. 록웰 부사장은 “UC 샌디에이고에서는 외과 의사들이 비전 프로를 활용해 수술 전 계획을 세우고, 심지어 복강경 수술에도 사용하고 있다”며 “항공 분야에선 CAE가 항공기 훈련과 전체 시뮬레이션에 비전 프로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동차 산업에서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비전 프로를 사용해 디자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했다.
-
애클랜드 3D익사이트 CEO는 비전 프로와 버추얼 트윈의 결합을 통해 교육과 협업에서 혁신이 빠르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복잡한 제품을 설명해야 할 때 단순한 문서나 설명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버추얼 트윈에서 직접 경험하게 하는 새로운 교육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또 팀원들이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버추얼 트윈에서 같은 3D 모델을 보고 의견을 나누며 수정 작업을 하는 것도 실현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여름 다쏘시스템과 애플은 공동으로 멀티 사용자 협업 기능을 출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해 여러 사용자가 같은 공간에서 3D 모델을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수정하며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CEO는 마이크 록웰 애플 부사장과 대담에서 “우리는 이번 협업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더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고자 했다”며 “비전 프로는 현실과 가상 세계를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결합하며 혁신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휴스턴=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