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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변호사 보조 AI는 글로벌 트렌드… 대륜이 서면작성 AI 만든 이유

기사입력 2025.02.20 12:35
주식회사 대륜 박성빈 개발팀장·동태완 AI 파트장 인터뷰
“해외서 국내 판례 데이터 학습, 우리라도 만들어야 했다”
AWS ‘아마존 베드록’ 활용, 해외 수출도 용이
  • AI 서면작성을 개발한 주식회사 대륜의 박성빈 개발팀장(오른쪽)과 동태완 개발팀 AI 파트장(왼쪽).
    ▲ AI 서면작성을 개발한 주식회사 대륜의 박성빈 개발팀장(오른쪽)과 동태완 개발팀 AI 파트장(왼쪽).

    “법률 인공지능(AI) 서비스는 필연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식회사 대륜의 박성빈 개발팀장과 동태완 개발팀 AI 파트장의 말이다. 10대 대형 로펌인 대륜법무그룹 산하 리걸테크 기업인 주식회사 대륜(이하 대륜)은 최근 서면 작성 AI 서비스인 ‘대륜 AI’를 개발, 법무법인 대륜에 제공했다. 법률 서류 작성을 지원하고 사용자 질문에 법리적인 해석과 다양한 판례를 제공해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AI 서비스다. 법무법인 대륜은 변호사와 고객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활용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법률 AI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긴 어렵다. 거대한 척화비가 설치돼 있는 까닭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0월 협회 인증을 받지 않은 AI 법률 상담 프로그램에 대한 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제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AI 법률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변협에 인증을 먼저 받으라는 일종의 규제로 해석된다. 실제로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 제5조’에 따르면, 변호사 등은 변협이 인증하고 책임변호사가 감독하는 AI 프로그램 외에는 이를 업무에 이용한다는 사실을 광고할 수 없다. 또 소비자가 AI 프로그램을 직접 사용하게 하거나 소비자에게 AI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방식·내용의 광고 역시 엄격히 금지된다. 이에 법무법인 대륜은 이같은 조항이 변호사와 로펌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대륜 개발팀은 법률 AI 활용의 척화비가 세워진 상태에서도 대륜 AI를 개발했다. 힘든 개발 과정을 거쳐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도 일부에선 비난의 화살을 날릴 것을 각오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법률 분야 AI 활용이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성빈 대륜 개발팀장은 “법무법인 대륜에서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신규 사건을 수임하고 사건을 처리하는데, 이 과정에서 변호사들의 업무 보조하기 위해 AI 기반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서면 작성 AI는 필연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동태완 AI 파트장은 “대륜 AI 개발은 AI가 할수 있다고 판단한 ‘법률상담’, ‘법률정보제공’, ‘법률 서면 작성’ 3가지를 AI로 보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며 “이번에 개발한 서면작성 AI은 변호사 업무의 속도와 퀄리티를 크게 높이고 이는 의뢰인에게 높은 승률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법률 AI 개발이 필연적인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흐름에 있다. 이미 웨스트로(West Law), 렉시스넥시스(Lexis Nexis) 등 미국 리걸테크 기업을 비롯해 해외 기업들은 법률 데이터를 토대로 AI 서비스를 개발, 확산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국내 판례도 학습시키는 정황이 발견되고 있다는 점이다. 박 팀장은 “지금 해외에선 한국 판례까지 수집하는 공고가 종종 보인다”며 “며칠 전 공고를 보니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해외에서는 우리 판례를 수집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리걸테크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리걸테크 기업에조차 이러한 서비스를 준비하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있어 관련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 주식회사 대륜 대표가 워크샵에서 AI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주식회사 대륜 대표가 워크샵에서 AI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 대륜 서면작성 AI, AWS 아마존 베드록에서 탄생

    대륜 AI는 고소장, 항소장, 답변서 등과 같이 전문적 법률 지식을 요구하는 문서를 생성형 AI를 이용해 손쉽게 작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설루션이다. 하루에도 수백 건씩 신규 사건을 수임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들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개발했다. 공개된 판례 데이터와 더불어 법률 관련 Q&A 문서 등을 학습시켰다.

    개발은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아마존 베드록’을 이용했다. 아마존 베드록은 하나의 플랫폼에서 여러 파운데이션 모델을 서비스하는 제품이다. 사용자는 베드록에서 제공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쉽게 비교하고 파인튜닝할 수 있다. 여러 파운데이션 모델을 비교하기 위해 비싼 비용과 시간을 소모할 필요가 없다. 아마존 베드록에선 아마존 타이탄, 앤트로픽 클로드, 코히어 커맨드, 메타 라마, 미스트랄AI, 스태빌리티AI, AI21랩스 등이 제공된다.

    대륜은 아마존 베드록에서 제공하는 파운데이션 모델 중 앤트로픽 클로드 3.5 소넷 v2 모델을 사용했다. 사용자가 채팅으로 사건 내용을 입력하면 클로드 3.5 소넷 v2를 통해 요청 내용을 파악하고 요청이 ‘서면 작성’이 맞는 경우에만 이후 워크플로를 실행하게 했다. 그 외 요청인 경우는 작업을 실행하지 않게 함으로써 불필요한 AI 사용을 방지하게 했다. 목적 외 사용을 방지한 것이다. 요청이 맞으면 서면 초안을 작성하는 워크플로와 유사한 판례를 검색해 함께 제공하는 워크플로가 병렬로 동시에 실행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빠르게 유사 판례와 서면 작성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개발팀은 아마존 베드록을 활용한 이유로 비용 효율성과 빠른 대응을 꼽았다. 동태완 파트장은 “아마존 베드록을 이용하면 자체적으로 하드웨어를 구축하지 않아도 클라우드를 이용해 저렴하게 AI를 구축할 수 있다”면서 “구축하려는 AI에 적합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고 평가했다. 박 팀장은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지금도 하루에도 몇십 개씩 모델이 쏟아지고 있고 내일 또 새로운 모델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아마존 베드록이 이러한 모델들을 빠르게 대응해 주는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외 진출에도 아마존 베드록이 유리할 것으로 보았다. 법무법인 대륜은 미국과 일본 진출을 염두하고 있다. 해외는 한국 변협처럼 리걸테크 규제가 크지 않고 효율과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에 AI와 같은 기술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륜은 여기서 AWS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박 팀장은 “AWS는 다양한 국가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또 아마존 베드록에선 여러 국가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지원한다”면서 “법무법인이 해외로 나갔을 때 여기에 맞는 AI 기술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데, 여기서도 아마존 베드록이 유리할 것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 AI 강대국 도약하려면 규제 완화와 전문 분야 인력 육성 필요

    대륜은 개발한 서면작성 AI를 다른 법무법인이나 변호사에게 제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반대로 법무법인 대륜에 더 최적화한 방향으로 발전시킬 뜻은 있다고 했다. 동 파트장은 “법무법인 대륜에는 경력 많은 변호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판례가 많다”면서 “이러한 판례에서 개인정보 등 문제 소지가 될 부분은 제거하고 학습시키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들이 가진 경험을 학습시킴으로써 더 고도화된 AI를 지속 만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박성빈 주식회사 대륜 개발팀장은 한국이 법률 AI 경쟁력을 가지겨가 위해선 “전문 분야 AI 인력 양성과 데이터 개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박성빈 주식회사 대륜 개발팀장은 한국이 법률 AI 경쟁력을 가지겨가 위해선 “전문 분야 AI 인력 양성과 데이터 개방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앞으로 한국이 AI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법조 분야에서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척화비만 세울 것이 아니라 AI 트렌드와 해외 사례를 참조해 안전하면서 효율적으로 AI를 사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해외 기업은 이미 국내 판례 데이터까지 수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지만 하지 않고, 올바른 사용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법원이 보유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더불어 전문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은 “한국에서 먼저 법률 AI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마련하고 데이터 개방과 전문 인력을 육성해야 한다”며 “지금은 전문 분야 AI를 만들고 서비스하는 것이 트렌드인데 한국은 아직 전문 분야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기관이 적으므로 관련 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륜은 앞으로도 법무법인에 특화한 AI를 고도화하겠단 계획이다. 박 팀장은 “법무법인 대륜에 축적된 전문성과 노하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첨단 AI를 통해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빠른 시간에 기술을 고도화하고 해외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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