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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팬데믹 이후 위스키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다. 단순한 주류 소비를 넘어 감상을 중시하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위스키 수집이 하나의 취미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과거 유흥 문화의 중심에 있던 위스키가 이른바 디깅(Digging) 문화를 이끄는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희소성이 높은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런까지 감행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위스키는 지역, 증류소, 블렌딩, 숙성 연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각기 다른 풍미를 지닌다. 이러한 특징이 희소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 되며,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와 협업하여 한정판 제품이 출시되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위스키 브랜드 로얄살루트는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꼽힌다. 영국 왕실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을 진행해 온 로얄살루트는 2021년부터 패션과의 협업을 확장하며 ‘로얄살루트 패션 컬렉션’을 선보였다. 당시 위스키와 패션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은 브랜드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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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살루트는 패션 컬렉션을 통해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위스키 블렌딩에 대한 장인정신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알리고자 했다. 그 일환으로, 영국 디자이너 리차드 퀸과 협업해 보틀(플라곤)에 대담한 플라워 패턴을 새겨넣어 영국 왕실과의 연결고리를 초현실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위스키의 박스 패키지나 레이블에 아트웍을 표현하는 것과 달리, 보틀 자체에 패턴을 입힌 것은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았다. 또한, 패션 디자이너가 블렌딩 개발에 직접 참여하며 새로운 개념의 위스키를 탄생시키는 등 패키지부터 블렌딩까지 브랜드의 정체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로얄살루트는 아이코닉한 보틀 디자인의 ‘로얄살루트 21년 리차드 퀸 에디션’을 출시하며, 뉴 럭셔리 소비자층을 넘어 패션에 관심 있는 소비자들까지 공략했다. 이에 힘입어 2023년에는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두 번째 패션 컬렉션의 첫 공개 무대를 한국에서 열었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의 위스키에 대한 높은 안목과 예술, 패션 등 문화적 영향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로얄살루트는 올해 한층 더 대담한 디자인과 창의적인 블렌딩을 적용한 세 번째 패션 컬렉션이 선보였다. 이번 패션 컬렉션은 비욘세, 아델 등 세계적인 셀럽들과 협업한 패션 디자이너 해리스 리드와 협력했다. 젠더 플루이드(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스타일) 디자인으로 주목받는 해리스 리드는 보틀 디자인뿐만 아니라 블렌딩 과정에도 직접 참여하며 자신의 영감을 제품에 반영했다.
해리스 리드는 향수와 양초를 만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향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는 이번 협업에서 달콤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캐러멜 풍미를 구현하고자 했으며, 로얄살루트의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과 협업하여 스트라스아일라 몰트와 브레발 증류소의 셰리 숙성 원액을 활용해 풍부한 건포도 향과 고급스러운 피니시를 완성했다. 또한, 아메리칸 오크와 버진 오크 배럴에서 숙성된 그레인 원액을 블렌딩하여 복합적이고 독창적인 풍미를 구현했다.
디자인에서도 해리스 리드 에디션은 차별화를 선보였다. 그의 시그니처 디자인 요소인 ‘왕관(Crown)’을 활용해 로얄살루트의 전통을 현대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깃털 모양의 디자인은 마치 후광을 연상시키면서도 고귀한 아름다움을 강조했다. 특히, 한국 시장에 출시된 핑크와 골드 컬러의 보틀은 컬렉터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미겔 파스칼 페르노리카 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는 “과거와 다르게 위스키 소비자들은 고숙성 위스키나 특정 증류소의 기념비적인 제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의 협업으로 선보인 제품까지 리미티드 에디션에 대한 폭이 넓어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로얄살루트는 뉴 럭셔리 소비자들과 접점이 높은 예술, 문화, 라이프스타일 등 여러 분야에서 특별한 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또한, 아티스트의 개성을 담은 혁신적인 블렌딩을 통해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창의적이면서도 혁신적으로 재해석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가 ‘로얄살루트 패션 컬렉션’에 담겨있다”고 밝혔다.
파스칼 전무는 끝으로 “올해 새롭게 선보인 로얄살루트 21년 해리스 리드 에디션 역시 출시와 동시에 위스키 애호가들은 물론 위스키에 관한 특별한 경험을 디깅하려는 젊은 럭셔리 소비자들에게 선풍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