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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있기만 해도 압도하는 큰 키에 훈훈한 비주얼, 이젠 연기력, 흥행력까지 인정받았다. 배우 추영우 얘기다. 추영우는 최근 '옥씨부인전'에 이어 '중증외상센터'로 큰 사랑을 받았다.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 공개된 두 작품이 모두 사랑받으면서 단숨에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매체 인터뷰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중증외상센터' 전편 공개를 앞두고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추영우는 살짝 긴장한 기색으로 다이어리를 들고 등장했다. 그의 꼼꼼한 성격이 엿보였다.
'중증외상센터'는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통쾌한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극 중 추영우는 백강혁의 첫 제자이자 항문외과 펠로우 '양재원' 역을 맡았다.
작품은 공개 직후부터 2주째 넷플릭스 한국 톱 시리즈 1위를 기록, 태국, 대만, 칠레, 페루 등에서도 1위를 석권했다. 특히 공개 10일 만에 '오징어게임2'를 제치고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쇼 1위에 오르며 흥행력을 입증했다. 그 중심에는 까칠한 천재 의사로 분한 주지훈과 그를 따르는 제자 역의 추영우의 케미가 있었다. -
Q. 넷플릭스 '중증외상센터'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
'중증외상센터'는 제 첫 넷플릭스 오리지널 출연작이기도 하고, 원래 웹툰을 정말 재밌게 봤었다. 일주일씩 기다리면서 봤던 웹툰이다. 그렇게 좋아하던 작품의 대본이 들어와서 깜짝 놀라서 봤는데 연출이 이도윤 감독님이고, 백강혁이 누구시지 했는데 주지훈 선배님이셔서 잘 해봐야겠다 싶었다.
공식적인 말씀은 아닌데, 감독님과 지훈 선배님이 재원이와 제 이미지가 잘 맞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 미팅할 때도 셋이서 같이 만났는데, 평소의 살짝 허당기 있는 제 모습을 보고 재원이 같다고 생각해 주신 것 같다. 또 열심히 하는 모습도 재원이와 닮았다고 느끼셨을 것 같다.
Q. 재원이는 허당미를 갖춘 너드남이다.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 본인과의 싱크로율을 꼽자면?
재원이의 비주얼을 만드는 것에서는 첫 번째로 안경이 도움이 된 것 같다. 아직은 완성되지 않는 모습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안경을 수십 개 껴보면서 감독님과 함께 골랐다. 헤어스타일이나 걸음걸이에서도 일부러 어정쩡하게 걷는다든가 하는 방법을 썼다.
재원이와 저의 싱크로율은 되게 비슷한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이 어떤 자리에 가느냐에 따라 태도가 바뀌지 않나. '중증외상센터' 현장에서의 모습은 재원과 거의 90% 비슷했던 것 같다. 일단 주변의 말을 잘 경청하고 정말 빠릿빠릿하게 움직였다. 아무리 피곤해도 의자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고 무조건 뛰어갔다. 제가 아직 군대는 안 갔지만 군인처럼 (빠르게) 행동했다.(웃음)" -
Q. 이전부터 주지훈을 롤모델로 꼽을 만큼 찐팬으로 알려졌다. 주지훈과의 현장은 어땠나.
팬심의 시작은 일단 '궁'이었다. 거의 미취학 아동일 때, 진짜 어릴 적부터 주지훈 선배님의 팬이었다. 그때 사촌누나가 저를 데리고 '궁'을 봤었다. 이후에 '신과 함께', '좋은 친구들', '아수라'처럼 작품 속 선배님의 모습들이 정말 멋졌다. 선배님 자체가 남자라면 한 번쯤 존경해 본 캐릭터들을 많이 해보시지 않았나. 처음 뵀을 때는 생각보다 너무 크셔서 깜짝 놀랐다.(웃음) 함께 촬영하면서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저를 섬세하게 관찰해 주시면서 '내가 봤을 때 네가 연기적으로 할 수 있거든. 해보자' 하는 식으로 챙겨주셨다. 감사했다.
(주연 배우라는) 막중한 책임감은 당연히 있었지만, 그걸 느끼지 않을 정도로 선배님이 많이 의지가 됐다. 오히려 저는 따라가기만 했던 것 같다. 작중에서 재원이가 백강혁을 따라가듯이, 저도 그렇게 주지훈 선배님을 따라가기만 했다. -
Q. '옥씨부인전'과 '중증외상센터'로 2연타를 쳤다. 소감이 어떤가.
사실 요즘 너무 행복하다. 작년에는 오픈된 작품 없이, 쉴 틈 없이 달리기만 했는데 올해는 사랑을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다. 지금도 촬영하고 있는데 기운이 많이 난다. 이도윤 감독님도 '네 덕분에 더 홍보가 된다'라고 하시더라.
Q. 최근 아버지가 90년대 톱모델 추승일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작품에 대한 아버지 반응은 어떤가.
아버지께서 되게 좋아해 주셨다. 부모님이 제 작품도 객관적으로 봐주시는 편이다. 두분 다 이쪽 일을 하시다보니까 도움 되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옥씨부인전'은 네 작품이라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재밌다고 해주셨고, '중증외상센터'는 기대가 많이 된다고 하셨다. 아버지도 주변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하시더라. 특히 아버지가 홍석천 선배님과 동갑이신데 오랜만에 전화하셨다더라. 제 덕분에 (아버지가) 오랜 친구분들과 연락할 수 있데 돼서 뿌듯하고, 혹시 나가시면 신경 쓰이실까봐 죄송하기도 하고 그렇다. -
Q. '중증외상센터' 이후 성장한 지점이 있을까. 앞으로는 대중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나.
'중증외상센터'는 저에게는 큰 전환점이다. 되게 값진 시간이었다. 가장 애정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고, 살아가는 동안에 많이 생각날 것 같다. 연기적으로는 '방향만 맞으면 얼만큼 하든지 괜찮구나'하는 자신감이 생겼다. 캐릭터 분석을 마치고 상황을 알고, 내가 캐릭터에 자신이 있으면 오버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게 크게 얻은 부분이다.
아직까지는 그냥 다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다. 저도 이제 좀 나이가 들고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단계이지 않나. (연기에 대해) 알아가고 싶은 게 많다. 정말 다 좋다.
'중증외상센터'와 '옥씨부인전'으로 사랑받은 추영우는 올 2분기 넷플릭스 시리즈 '광장'과 tvN 드라마 '견우와 선녀'로 또 다른 도전에 나선다. 누아르와 판타지 로맨스 드라마에서 보여줄 추영우의 성장이 기대된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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