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봉준호 "'미키17', 25년 감독 인생 첫 러브스토리…인간 냄새 물씬 SF영화" [종합]

기사입력 2025.01.20.13:33
  •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 영화 '미키17' 기자간담회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DB

    봉준호 감독이라는 독보적인 이름을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영화 '미키17'로 더욱 선명하게 새긴다.

    2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미키17' 푸티지 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돼 봉준호 감독, 로버트 패틴슨이 참석했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는 에드워드 애슈턴 작가의 SF소설 '미키7'에 봉준호의 시각을 덧붙인 작품이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 2019년 개봉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안겨준 영화 '기생충' 이후 약 6년 만에 '미키17'을 선보인다. 그는 "'미키17'은 SF영화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인간 냄새로 가득한 인간적인 SF영화다. 로버트 패틴슨의 '미키'는 평범하고 힘없고 어찌 보면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다. 인간 냄새 물씬 나는 새로운 느낌의 SF로 만나게 돼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 ▲ 영상 : 유튜브채널 '픽콘'

    '미키'라는 역대급 캐릭터가 등장한다. 봉준호 감독은 "주인공이 불쌍하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소개를 구체적으로 덧붙였다. 그는 "일단 이 친구의 직업 자체가 반복적으로 죽어야 한다. 혹은 죽을 가능성이 높은 죽기 딱 좋은 현장에 놓인다. 17이란 숫자가 17번 죽었다는 뜻이다. 죽을 때마다 새롭게 출력이 된다. 복제인간, 클론과는 다르다. 프린트에서 서류 뽑듯 인간이 출력된다. 인간인데 출력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비인간적이다. 원작에서도 휴먼 프린팅이라고 표현된다"라며 "극한의 처지에 있는 노동자 계층이다. 그렇기에 계급의 문제도 자연스레 스며들 수 있다고 본다. 영화가 거창하게 계급 간의 투쟁이라는 정치적 깃발을 들고 있지 않다. 이 친구가 얼마나 불쌍한가, 그러면서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가, 그런 면에서 '미키의 성장영화'라고 할 수도 있다"라고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그 불쌍한 주인공을 맡은 배우는 '로버트 패틴슨'이다. 그는 봉준호 감독의 대본을 받고 "그 자체로 재미있었고, 굉장히 심플하게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실제 이 캐릭터를 보면 자신감이 없는 캐릭터다. 동시에 연민도 없다.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라며 "처음에 개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혀 놀라움을 더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여러 영감이 있었다. 저는 처음에 개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제가 버릇이 나쁜 개가 있어서 교육해도 잘 안됐다. 집에서 오줌싸고 해서 훈련을 시키려고 할 때마다 뒤로 누워서 애교를 부렸다. 이게 미키와 비슷하다 싶었다. 어떤 벌을 내려도 바뀌지 않는 거다. 17번을 죽어야 그래야 깨닫는, '삶을 좀 다르게 살아봐야 했나?'라는 것을 그때야 깨닫는 것 같다"라고 미키17이라는 캐릭터에 가진 자기 생각을 전했다.

  • '미키17'에서 로버트 패틴슨은 현장에서 미키17일 죽은 줄 알고 프린팅된 '미키18'로 인해 벌어지는 이야기가 담긴다. 봉준호 감독은 "로버트 패틴슨은 '배트맨' 같은 슈퍼 히어로의 모습도 보여줬지만, 미국의 뛰어난 인디 영화에서 놀라운 연기를 선보이기도 했다. '미키17' 시나리오를 쓰게 되며, 미키 17, 18 사실상 1인 2역을 해야 하는 인물이다. 약간 불쌍하고 멍청한 17의 느낌부터 기괴한 카리스마의 18도 다 커버해야 한다. 소심 불상부터 광기 어리고 폭발하는 모습까지, 그 두 가지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생각할 때 '로버트 패틴슨'을 처음부터 염두에 뒀다"라고 그를 캐스팅한 이유를 전했다.

    '미키17'은 원작 소설 '미키7'과 여러 지점에서 다른 궤도를 걷는다. 일단, 숫자부터 다르다. 영화 '미키17'은 소설보다 10번은 더 죽은 캐릭터다. 봉준호 감독은 "직업인데, 더 일상적으로, 더 다양한 죽음을 통해서, 출장을 10번 정도 더 나가는 노동자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소설과 달리, 미키 캐릭터는 역사 선생님이 아닌 마카롱 가게를 하다가 망한 소시민이다. 그리고, 배경 설정 역시 소설 속 먼 미래가 아닌 약 30년 후라는 근 미래로 설정됐다. 봉준호는 "우리 영화는 눈앞의, 주변의, 인간 냄새나는 SF영화라고 하고 싶다. 불과 10년 전 챗GPT를 상상하지 못하지 않았나. 10~20년 후 이야기를 상상하기 어렵다. 곧 겪게 될 이야기다"라고 시기를 달리한 이유를 설명했다.

  • 또한 봉준호 감독은 첫 멜로를 예고해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인간 냄새 물씬한 SF라고 했지만, 외계행성도 나오고, 큰 우주선도 나온다. 미키가 우주선에 대롱대롱 매달린 장면도 있다. 그런 것들 모두 처음 찍어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그보다도 25년 감독 경력 최초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나샤'라는 여주인공이 나온다. 그 와중에 미키와 나샤의 러브스토리가 있다. 정재일 음악감독이 만든 사랑의 테마 음악도 있다. 이 영화는 '멜로 영화'라고 하면 뻔뻔스럽지만, 사랑의 장면들이 있다. 그게 제일 뿌듯했다"라고 이야기하며 '봉준호 표 멜로'를 기대하게 했다.

    "한국에 정착할 아파트를 찾고 있다"라며 웃음 지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온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에 감탄했다. 그는 "배우들은 사실 한계에 도전하게 하고, 새로운 것을 제시해 주는 분들과 일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봉준호 감독님은 그중에서도 눈에 띈다. 저는 이 정도의 작업 스타일을 가진 감독님과 함께한 경험이 없다. 굉장히 인상 깊었다. 감독님은 체계적이고, 자신감 있게, 행동하신다. 예상한 것보다 더 적게 찍었다. 스스로 자유를 느꼈다. 촬영하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 '이 현장 최고다'라는 말이 나왔다"라며 감탄했다. 또한 그는 "현재 전 세계에서 봉준호 감독님 같은 분은 4~5명밖에 없는 것 같다. 그만큼 모든 배우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감독님이다"라고 극찬을 더 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장난스럽게 "그 4~5명의 감독이 누구냐"라고 물었고, 로버트 패틴슨은 "항상 바뀐다"라고 센스있는 답변을 덧붙였다.

  • 근미래로 시점을 옮겨갔고, 배경을 우주로 옮겨갔지만, 봉준호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제가 선보인 작품에 힘이 없거나, 권력이나 권위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시나리오를 쓸 때 자연스럽게 거기에 끌린다. 미키를 보면서도 불쌍하다고 말했다. 슈퍼히어로같이 엄청난 힘과 파워와 위력을 가진 인물이 굉장히 쉬운 미션을 해치우면, 거기에서 나올 드라마가 없다. 모든 게 간단하고 싱거울 것 같다. 반대로 힘이 없고, 불쌍하고, 곤경에 처한 사람이 본인이 감당하기 힘든 면이나, 능력 범위를 훌쩍 넘는 미션과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을 고군분투하며 헤쳐나가면 그 과정에서 나올 많은 드라마가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은 불쌍한 캐릭터에 끌리는 것 같다"라고 자기 생각을 전했다.

    봉준호 감독의 독보적인 이야기에 로버트 패틴슨의 착 붙는 연기가 더해졌다. 여기에 사상 처음으로 빌런 정치인으로 도전하는 마크 러팔로와 이롭기보다 해로운 점이 많은 미키의 친구로 스티븐 연이 나선다. 짧은 풋티지 영상만으로도 가슴을 웅장하게 만드는 영화 '미키17'은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인기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