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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현 "복귀 의지 살려준 '오겜2', 루저 캐릭터였기에 용기 냈다" [인터뷰]

기사입력 2025.01.17.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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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THE SEED 제공
    "(작품 공개 후) 시원한 느낌은 전혀 있지 않다. 제 과오에 많이 실망하신 분들께 풀어나가야 할 일들이 참 많이 있다는 생각으로, 반성하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십여 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선 최승현은 과거의 잘못을 고백하는 순간, 단어 하나하나에 신중한 모습이었다. 생각을 정리하는 듯 살짝 떨리는 손으로 입술을 매만지기도, 발언 중간 말을 멈칫하기도 했다.

    정상에서 바닥으로 추락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새 시작을 결심한 만큼 최승현은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죄와 설득에 써야 할 터다. 그 시작을 '오징어게임2' 인터뷰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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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THE SEED 제공
    '오징어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최승현은 마약 중독자 래퍼 '타노스' 역을 맡았다. 타노스는 명기(임시완)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MZ코인에 투자했다가 거액을 잃고 오징어게임에 참여하는 인물이다.

    지난달 '오징어게임2'가 공개된 후 배우들이 이달 초 인터뷰를 마친 가운데, 뒤늦게 최승현의 인터뷰 진행이 결정됐다. 그간 작품 홍보에 참여하지 않았던 그는 지난 15일 열린 인터뷰에 단정한 정장 차림으로 등장했다. 이날 최승현은 "오늘 기자님들을 뵙는다는 것 자체가 제게는 큰 변화다. 11년 만에 처음 발을 내딛는 듯한 감정이 느껴진다"라며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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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THE SEED 제공
    Q. '오징어게임2'를 통해 오랜만에 대중을 만났다.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뭔가.

    처음에 제작사를 통해서 오디션 제의를 받았다. 타노스의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사실 너무나도 많은 고민이 된 것도 사실이었다. 왜냐면 지난날의 과오, 부끄러운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그런 이미지가 박제될 수 있는 캐릭터라 고민도, 걱정도 많았다. 한편으로는 운명적인 캐릭터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오디션 테이프를 찍어서 감독님께 보여드리고 리딩 제의를 받고 캐스팅됐다.

    (논란 이후로) 들어왔던 작품은 없었다. 십 년이라는 시간 동안 아무도 저를 쳐다봐 주지 않았는데, 그런 저에게 손을 내밀어주신 황동혁 감독님의 믿음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그래서 자신감을 얻은 것도 사실이다.

    Q. 캐스팅 소식이 전해진 후, '오징어게임2'와 황동혁 감독에 대한 논란도 일었다. 당시 심경은 어땠나.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그 당시에는, 제가 과거에도 그렇고 너무나 많은 분들께 피해를 드린 사람이기 때문에 더 이상 피해 드릴 수 없겠다는 생각에 하차도 고려했다. 무너지는 심경이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저와 함께 캐릭터를 디자인해 주시고,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저와 시간을 보내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다. 정말 무거운 마음이었다. 쉽게 결정한 건 아니었다.

    타노스 캐릭터로 선뜻 (출연을) 용기 낼 수 있었던 건, 그래도 그가 결코 정의로운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시대를 반영하는 약물 문제라든지 굉장히 루저 같은 캐릭터여서 (출연할)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다른 캐릭터였다면 용기 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도 솔직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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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넷플릭스 제공
    Q. 앞선 '오징어게임2' 홍보에 불참하다 뒤늦게 인터뷰 진행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

    작품 홍보와 관련된 것은 제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다. 저는 결정해주시는대로 따르는 입장이었다. 어떤 목적과 계산이 있어서 인터뷰를 결정한 건 아니었다. 그동안 소통의 창구가 없었고 기자님들을 만날 명분도 없고,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갑자기 만나 뵙고자 하는 것 자체도 경솔한 행동이라 생각했다. '오징어게임' 라운드 인터뷰를 통해 (기자들을) 만나 뵐 수 있는 명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저도 오랜만에 하는 인터뷰라 상당히 고민도 많았고 신중한 마음으로 나온 거다.

    Q. 극 중 타노스는 비주얼부터 언행까지, 일반적이지는 않지 않나.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과 촬영 현장은 어땠나.

    감독님과 많은 상의와 대화를 거쳐 이 캐릭터를 만들었다. 타노스 캐릭터는 시나리오 안에서도 굉장히 과장된, 어떻게 보면 만화처럼 묘사된 인물이었다. 극 중 공포스럽고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해 주는, 쉽게 말해 좀 광대 같은 캐릭터로 묘사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감독님께서도 '조금 더 하이텐션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래도 타노스가 의존한 약물은 강력한 각성제이다 보니 다른 세상 텐션으로 올라가 있는 캐릭터를 (감독님이) 요구하셨던 것 같다.

    현장에서 수백 분이 넘는 제작진분들, 출연자분들 앞에서 약물에 의존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심리적으로 쉽지는 않았다. 부끄러운 제 과거와 직면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그 또한 제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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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THE SEED 제공
    Q. 타노스의 랩 가사는 직접 쓴 건가. 아니라면 일부 의견을 낸 부분이 있나.

    가사는 대본에 있는 거였다. 타노스는 근사한 래퍼도 아니고, 전형적인 '힙합 루저' 같은 캐릭터다 보니까 대사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직관적이고 허술하다. 저도 자료를 많이 찾아보고 나름대로 치밀하게 연구했다. 타노스가 복용하는 약물에 중독된 사람들은 치아 손상도 많이 된다고 하더라. 발음을 흐리거나 얼버무리는 랩 장르로 멈블 랩이 있는데, (타노스가) 약물을 투약하기 전에는 또박또박하는 것보다 멈블 랩을 하는 게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약을 하기 전 극도의 불안감과 초조함, 투약하기 전후의 연기 톤을 감독님과 상의해서 만들어 나갔다.

    Q. 대마초 흡연 논란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라는 사람이 더 이상 팀에 피해를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가 되고 나서 소속사에 팀을 떠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서 힘이 없었다. 눈앞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7~8년 동안은 사회생활을 단절한 채 집과 음악 작업실만 오가면서 어둠 속에서 음악 작업만 했다. 음악을 만들 때 그나마 숨이 트일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고, 제 계약 기간이 끝날 때쯤 2022년 마지막으로 '봄여름가을겨울' 프로젝트를 마지막으로 빅뱅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빅뱅으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저조차도 면목이 없다. 제가 저지른 과오와 뭇매는 감내하면 되는 거지만 다시 팀에게 피해를 줄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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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THE SEED 제공
    Q. 논란 이후 빅뱅 멤버들과의 관계는 어떤가. 또 SNS에서 빅뱅을 언급한 팬들을 차단한 것은 무슨 이유였나.

    저는 평생 미안함을 가져가야하지 않나. 아직까지 큰 죄책감이 있어서 선뜻 연락을 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빅뱅이 나온 'MAMA' 무대도 물론 봤다. 정말 멋있더라. 언제나 그 친구들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평생 그 마음으로 응원할 거다.

    이 자리를 빌려서 처음 말씀드릴 기회가 생겼다. 20대 때 너무 찬란한 영광과 많은 인기를, 그렇게 과분한 사랑을 받은 게 사실이다. 너무나 큰 실수로 팀을 떠난 사람으로서, 재결합을 원하는 팬분들이  계신데 저와 함께 (멤버들을) 태그해서 사진이 올라오고 그런 걸 보는 게 희망 고문당하는 것 같았다. 당사자로서 가슴이 아프고 괴로운 심정이었다. 헤어진 가족사진을 바라보는 게 당사자만큼 힘든 건 없지 않겠나. 물론 오해를 샀다면 제 경솔함의 문제지만, 사실 너무 괴롭기도 한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

    Q. '오징어게임2' 출연으로 사실상 은퇴를 번복하게 됐다. 향후 활동 계획은 어떤가.

    '오징어게임' 제작사로부터 오디션 제의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복귀 의지가 없었던 건 사실이다. 시나리오를 보고 고민하던 중에 '내가 그동안 연기를 되게 하고 싶었구나'라는 걸 알았다. 앞으로도 무언가 특정해서 활동한다기보다는 기회가 된다면, 저를 불러주시고 원하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어떤 분야에서든 열심히 하려고 한다.

    아직 말씀드릴 수 있는 게 구체적으로 없다. (활동이) 정해지면 그때 정중하게 요청을 드리도록 하겠다. 지금 대본도 들어오고 있지 않다. 그동안 너무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건실하고 건강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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