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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오늘의" 장진이 돌아왔다…이엘·이연희·안소희→공승연 '꽃의 비밀' [종합]

기사입력 2025.01.15.18:43
  • 연극 '꽃의 비밀' 기자간담회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 DB
    ▲ 연극 '꽃의 비밀' 기자간담회 / 사진 : 디지틀조선일보 DB

    "내가 옛날에 뭘 한 사람인지는 정말 소용이 없다. 내가 오늘 뭘 만들 수 있는 사람이냐가 다 인 거다."

    연극 '꽃의 비밀'을 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장진 감독이 이야기했다. '꽃의 비밀'은 10년 전 처음 선보인 이후, 네 번째 무대에 올려졌다. 특히 2025년은 장진 감독의 30주년이 된 해이기도 하다. 30주년에 선보이는 10주년 작품. 15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된 연극 '꽃의 비밀' 기자간담회는 장진 감독과 15명의 출연 배우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그리고 이들은 한 마음이었다. 관객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 그 마음으로 설레게 했고, 웃음 지었고, 긴장하기도 했다.

    '꽃의 비밀'은 장진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이탈리아 북서부 작은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축구에 빠져 집안일을 소홀히 하던 가부장적 남편들이 하루아침에 사고로 사라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왕언니 소피아(박선옥, 황정민, 정영주), 술고래 자스민(장영남, 이엘, 조연진), 미모 담당 모니카(이연희, 안소희, 공승연), 맥가이버 지나(김슬기, 박지예)를 비롯해 카를로(김대령, 조재윤, 최영준)와 산드라(정서우, 전윤민)까지, 이들이 선보이게 되는 황당무계한 하루가 펼쳐진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기대되는 전통적인 역할을 거부하며 새로운 반란을 예고하는 것.

    장진 감독은 영화 '아는 여자', '킬러들의 수다'를 연출하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고,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 시리즈를 통해서도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크라임씬' 언급에 장진 감독은 "제가 너무 좋아한다. 놀이동산 가는 기분으로 거기에서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어 오랜만에 선보이는 자신의 창작극 연출작과 관련해 그는 "갓 데뷔한 작가님, 연출님과 저는 같은 선상에서 평가받는다. 그 평가가 잔인할 수 있지만, 코미디는 더더욱 즉각적으로 이뤄진다. 연습하며 배우들에게 '이렇게 하면 터집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거 백 퍼센트 터집니다, 여기서는 80% 터지고요'라고 이야기해 왔는데, 저는 얼마나 긴장이 되겠냐. 5년 만에 돌아온 소감은 정말 '긴장' 그거 하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 ▲ 영상 : 유튜브채널 '픽콘'

    지난 공연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시 '꽃의 비밀'을 무대에 올리며 차별성에 대해 장진 감독은 "사실 되게 부담감이 크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연극은 영화와 달리 시간성의 제약이 없다. 그래서 점점 좋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라며 "희한한 게 관객들의 웃음은 정말 과격하게 바뀌는 것 같다. 관객의 취향일 수 있다. 그렇기에 만드는 사람으로 긴장해야 한다. 전작에서 아무리 흥행했더라도, 성공 사례를 믿는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과거의 기억은 지우고, 바짝 긴장하고, 새로운 웃음을 만들 생각이다. '예전과 뭐가 달라졌나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초연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고 답하고 싶다"라고 연극 '꽃의 비밀'에 연출에 임하는 자신의 속내를 털어놨다.

    15명의 배우는 연극 '꽃의 비밀'을 함께하게 된 이유로 "장진 감독"을 빼놓지 않고 이야기했다. 그 배우 중에는 장진 감독과 4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자스민 역의 조연진부터 데뷔작을 함께한 김슬기, 그리고 출산 후 복귀작으로 임하는 이연희, 첫 연극 데뷔작에 나선 공승연 등 다양한 이야기의 이들이 함께한다. 특히, 장진 감독은 "제 작품의 성향을 좋아해서 '같이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도 같이 못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제가 조재윤과 하자고 싶은 이유는 정말 효능이 좋은 탈모약을 줬다. 덕분에 제가 와이프에게 '젊어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저에게 너무 좋은 에너지를 줬다. 절대 배우가 가진 능력이나 본연의 매력이 아니다"라고 연기력으로 인정받아 온 조재윤의 캐스팅 후일담을 전해 현장을 폭소케 했다.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서 솔이(김혜윤) 엄마로 큰 사랑을 받은 정영주는 황정민, 박선옥과 함께 왕언니 소피아 역을 맡았다. 그는 "제일 어려운 연기가 코믹 연기 같다"라며 "30년 가까이 뮤지컬, 연극 무대를 섰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웃음을 끌어내려면, 진심을 담은 연기를 선보여야 한다. 관객도 믿어야 하고, 함께하는 배우도 믿어야 한다. 무대 경험 30년 동안 코미디 장르는 처음이다. 많이 긴장되지만, 관객에게 웃음을 드릴 것이라는데 의심이 없다. 항상 시대를 풍자하고 웃기는 건 코미디였다. 배우가 2시간 내내 건강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성공이다"라며 '꽃의 비밀'을 향한 단단한 신뢰를 보였다.

  • 배우 장영남, 이엘, 조연진은 술고래 자스민 역을 맡았다. 장영남은 자스민에 대해 "코믹극이지만 비극적인 여인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극이 진지하게 재미있다. 웃기려고 해서 웃기면 큰일 나는 인물이다. 상황이 재미있다. 그렇기에 최대한 진심을 담아 연기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자기 주류 제품을 런칭하기도 했던 이엘은 "무대 작업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제가 코미디를 못 하는 사람이라, 배우는 마음으로 장진 감독님과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제안을 주셨다. 연기 수업 듣는 마음으로 이분들과 함께 같은 배역을 맡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라며 장영남과 조연진을 함께 추켜세웠다.

    캐릭터 설명부터 '미모 담당'인 모니카 역에는 배우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이 합류했다. 이연희는 출산 후 복귀작으로 연극 '꽃의 비밀'을 선택한 것과 관련 "배우와 감독님"을 꼽았다. 이어 "장진 감독님 연극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 적절하게 제안을 받고, 안 할 수 없었다. 같이 하는 모니카 역의 친구들과 자리하게 돼 너무 감사하다"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안소희는 지난해 연극 '클로저'의 무대에 선 이후 두 번째 연극 도전이다. 그는 "제가 (원더걸스에서 배우로) 전향한 후에 오랜만에 무대에서 연기로 관객과 만나니까, 너무 신이 나더라"라며 "연극 '꽃의 비밀'을 처음 제안받고, 무대에서의 재미있던 경험을 또 한 번 얼른 해보고 싶었다. 아직 연극의 초심자다. 그래서 이번 무대에서 관객들이 어떤 모습을 보실지 너무 궁금하고 기대된다. 많이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좋겠다"라고 기대감을 덧붙였다.

    공승연은 연극 '꽃의 비밀'을 통해 처음으로 연극 무대에 선다. 그는 "첫 연극을 이렇게 좋은 감독님과 선배들과 하게 돼 복 받았다 싶다. 첫 도전이다 보니, 사실 겁을 먹었는데, 선배님들께서 하시는 대로 잘 따라가며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극 무대 이후 배우 공승연도 기대가 된다"라며 "조재윤 선배님이 제일 예뻐해 주신다. 장영남 선배님께서도 항상 응원과 아낌없는 칭찬을 주신다"라며 함께하는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덧붙였다. 또한 처음 경험한 연극의 준비 과정에 대해 "개인적으로 힘들고 버겁다는 생각도 했다. 악몽도 꿨다. 그럼에도 매일매일 연습을 나가서 이겨내는 저 자신을 보며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캐릭터 설명부터 '맥가이버'인 다재다능한 지나 역에는 배우 김슬기, 박지예가 맡았다. 특히 김슬기는 "저는 장진 감독님을 학교 동아리 30주년 기념 공연에서 만났다. 그때 첫 연극 데뷔를 했다. 그리고 올해 감독님의 연극 30주년이 되는 해에 '꽃의 비밀'을 함께 하게 돼 의미가 남다르다. 굉장히 감사하고, 기쁘게 연습하고 있다"라고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이어 "이번에 제가 맡은 역할은 이탈리아 공대생 수석 아줌마다. 그것만으로도 각자의 캐릭터가 지닌 이야기가 흥미로울 거로 생각한다. 웃음을 드릴 수 있음에 엄청 큰 기쁨을 느끼는 편이다. '많은 분이 오셔서 조금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가 가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작품에 대한 애정과 준비하는 마음속 깊은 설렘을 보였다.

    배우 김대령, 조재윤, 최영준은 유일한 남성 캐릭터 카를로 역을 맡았다. 최영준은 자신을 "장진 키드"라고 이야기하며 깊은 존경심과 애정을 전했다. 그는 "나중에 '이 영화 안에서 배우들이 한 말이 대사로 있었을까?' 궁금해서 장진 감독님의 대본집을 사서 다 봤다. 장진 감독님의 코미디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그가 말하는 방식이나 어순까지도 다 너무 제 취향이다. 단점이라면, 장진의 머릿속이기 때문에 '장진1', '장진2', '장진3', '장진4'가 나가서 공연을 하면 제일 좋을 텐데 편차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잘 이해해서 구사한다면, 저는 대중에게 사랑을 받지 못할 이유가 없는 코미디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그리고 지난달 28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복잡한 마음의 시국이다. 장진 감독은 이런 시기에 코미디 장르의 작품을 올리게 된 것과 관련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좋은 코미디는 그 어떤 장르보다 시대를 아울러야 하고, 나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들의 마음도 잘 읽어내야 하기도 하다. 제가 연극을 배우고, 글 쓰는 것을 배우던 시기만 해도 코미디는 시대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풍자정신으로 내가 살아가는 사회에 가려운 면도 긁어주고, 그 통쾌한 안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야기한다고 그랬다. 사실 모든 풍자는 권력 집단과 힘 있는 자를 향하게 돼 있다. 그런 차원에서는 지금 같은 세상에 코미디가 빛을 발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으로는 제 생각과 반대에 계신 분들도 있는 것 같다"라고 코미디라는 장르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전했다.

    이어 "'꽃의 비밀'을 올릴 때 솔직한 심정은 '내가 어떤 작품을 만들어서 관객을 만나고, 나와 같이 사는 이 사회의 구성원을 만났을 때, 내 코미디를 보고 그 극장에서 모두가 다 같이 웃고 있다'라면, 내가 이 사회에 갖고 있던 어떤 차이를 그만큼 좁혔다는 생각이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세대가 저쪽에 앉아 있고, 정치적 사회적 이견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다른 이들이 저기 앉아 있는데, 한 작품을 보면서 같은 심정과 같은 공감을 잠시나마 느꼈다면, 그게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반대편의 느낌까지도 알게 모르게 같이 그냥 이해하게 되는 지점이 아니냐는 생각이다. 작가로 할 수 있는 공공적이고 공익적인 것이 아주 작게라도 있다면, 그 지점인 것 같다"라고 덧붙이며 속내를 내비쳤다.

    웃을 수 있다. 그 순간만은 모두가 같은 마음이 된다. 장진 감독의 진심은 관객에게 와닿게 될까. 배우 박선옥, 정영주, 황정민, 장영남, 이엘, 조연진, 이연희, 안소희, 공승연, 김슬기, 박지예, 김대령, 조재윤, 최영준, 정서우, 정윤민 등이 선보이는 연극 '꽃의 비밀'은 오는 2월 8일부터 5월 11일까지 링크아트센터 벅스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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