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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로펌을 운영해 보겠노라 결심하고 법무법인 디엘지를 설립했다. 그렇기에 디엘지의 1호 공익사업은 더욱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오랜 시간 장애인 인권분야에서 일해 온 김용혁 변호사와 함께 창업을 했기에 자연스럽게 장애 분야에 눈길이 갔다. 마음을 쓰니 새로운 기회가 보였다.
기술의 혁신으로 장애인의 삶에 실질적이고도 광범위한 도움을 주는 제품과 서비스라면 어떨까. 비록 지금은 시장이 작아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지만 사회에 꼭 필요한 사업. 여러 기관, 업체들이 함께 한다면 분명 새로운 시장으로 자리할 것이라는 확신, 그렇게 기술로 장애의 벽을 허무는 제1회 디테크 공모전이 시작되었다.
수동 휠체어를 전동화해 장애인의 이동성을 향상시키는 휠체어 보조동력장치, 제1회 디테크 대상은 토도웍스에게 돌아갔다.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는 토도웍스를 비롯해, 디테크 초기 입상 회사들의 눈에 띄는 성장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 사명감을 고취시킨다. 더욱이 해를 거듭할수록 장애와 관련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 개발해서 참여하는 개인과 업체가 많아지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의 지평을 넓혀 보자는 디엘지의 초기 목표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다만 시장의 규모가 여전히 작아서 인력과 투자가 적어 사업을 힘들게 하는 기업이 많고, 수상을 했음에도 사업화로 연결되지 못하고 무산되는 경우가 있어 못내 아쉽다.
더불어 디테크 공모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졌다. 주최나 후원으로 참여하는 기관의 수가 많아졌고 보건복지부나 서울시 등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공모전 참여팀도 많아졌는데 제7회 디테크 공모전에는 무려 90여 팀이 지원해 저변이 확대되어 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공동주최나 후원을 계속 늘려가 더 많은 기관이나 기업들이 참여하는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올해 사업을 진행하며 소망해 오던 ‘디테크협의체’가 탄생했다. 디테크공모전의 회차가 늘어날수록, 국내 시장만으로는 부족해 해외로 판로를 넓혀야만 하는 디테크 업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건 규제의 허들을 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영세하고 투자도 많이 받지 못할뿐더러 자금과 인력도 부족한 상태이다. 그래서 홀로 고군분투해서 판로확대를 준비하기보다는 협의체를 통해 정보도 공유하고, 개선해야 하는 규제가 있다면 한 목소리를 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이 한 걸음 내딛기 힘든 이 시장에서 열 사람이 모여 한 걸음을 내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협의체를 결성했다.
이제 남은 일은 장애 관련 기술의 수요와 공급을 매칭시키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은 기술을 개발하는 분들은 장애를 모르고, 장애인들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생각이 개발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술, 수요자, 공급자, 후원자가 매칭되어 장애인의 삶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기술들이 신속히 개발, 공급되는 시장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7년, 디테크 분야에 함께할 수 있던 건 나에게 큰 행운(FORTUNE)이었다. 그 시간을 걷게 한 행운들, 삶을 조율(TUNE)하게 만든 기술업체들과 그 기술을 필요로 한 사람들을 만난 건 크나큰 행운이었다. 7회 디테크 공모전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행운은 진행 중이다. 디엘지의 대표로, 공익사업으로 만난 7번의 큰 행운들은 내 삶과 디엘지 구성원의 삶을 바꿔주었다. 행사를 진행하며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행운 덕분에 받은 감사를 생각하니 벌써 8번째 행운이 기다려진다. 더욱더 조율된 기술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개선할 팀들. 제8회 디테크 공모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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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