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관절 질환은 흔히 노화로 인한 퇴행성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퇴행성 고관절염 환자 9만 3079명 중 17%인 1만 5987명이 20~40대의 젊은 층이었으며,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환자 3만 175명 중 973명이 20~40대 환자였다. 이밖에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도 30~50대에서 많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행성 고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는 연골이 닳아 염증이 생기고 통증, 변형, 부종 등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퇴행성이라는 표현 때문에 노년층에서만 생긴다고 오해하기 쉽지만, 선천적 또는 후천적 요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전 연령층이 주의해야 한다.
목동힘찬병원 정형외과 이동녕 원장은 “퇴행성 변화나 외상 등이 원인이지만 음주나 혈관 손상 때문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젊은 층이 주의해야 할 고관절 질환을 소개했다.
-
고관절은 엉덩이에 위치한 골반뼈와 대퇴골을 잇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관절로 체중을 지탱하고 보행이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몸통과 다리를 연결하고 몸을 움직일 때마다 체중을 지탱하고 걷고 뛰는 운동을 할 때 없어서는 안 되는 관절이며, 운동 범위가 넓고 운동량이 많기 때문에 퇴행성 변화도 빠르게 일어나는 부위다. 고관절은 이상이 생기더라도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가벼운 통증으로 여겨 넘기기 쉽다. 그러나 관절에 지속적인 충격이 가해질 경우 골절이 되거나 뼈끝이 자라면서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받을 수 있다.
다리를 자주 꼬고 앉거나 짝다리를 짚는 등 잘못된 자세를 습관처럼 반복하면, 체중이 급격히 증가해 고관절의 압력이 높아져 무리가 온 경우, 평상시 과격한 운동 등이 퇴행성 고관절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젊은 환자들은 사고와 충돌과 같은 외부 자극과 운동으로 외상이 잦은 경우 남성 발병률이 높다.
대퇴골두는 대퇴골 위쪽 끝부분의 둥근 공 모양으로, 골반뼈와 함께 고관절을 이룬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대퇴골두로 향하는 혈관이 막혀 영양분, 산소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괴사하는 질환으로 과도한 음주와, 스테로이드 복용 등이 괴사에 영향을 미친다. 또한, 대퇴경부 골절이나 고관절 탈구 등의 외상, 신장질환과 간질환, 잠수병도 원인으로 꼽는다.
이 원장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경우 급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치료하지 않으면 금방 광범위한 손상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라며 “괴사가 진행된 6개월 만에, 빠르면 급성으로 4주 만에 심하게 진행되어 고관절 뼈가 주저앉는 환자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주요 증상은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 부분의 뻐근한 통증이다. 통증 부위가 모호해 허리디스크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구분하기 위해서 허리보다는 허벅지 안쪽 통증 유무와 양반다리 시 불편함 등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이유 없이 가랑이와 엉덩이 부분이 아픈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고 다리를 절게 된다면 초기증상을 의심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통증과 함께 절뚝거리며 걷게 되거나 대퇴골 괴사로 관절이 주저앉아 다리가 조금 짧아지기도 한다. 고관절 질환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발병 후에는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아 약간이라도 의심 증상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과 손상 정도가 심하다면 골반뼈와 대퇴골뼈가 만나는 부위인 골반뼈의 비구와 대퇴골두를 인공관절로 바꿔주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층은 인공관절 수술 시 다리 길이 교정이 필요하며, 오랜 기간 인공관절을 사용해야 해 인공관절의 크기와 각도, 기울임 등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로봇수술을 고려할 만하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