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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 욕심 많은 지창욱의 갈증…"내 색깔 무너뜨리는 중"

기사입력 2024.12.05.15:42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고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나 계획은 늘 있다. 하지만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것 같다."

    "욕심인 것도 있다. 더 보여주고 싶고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는 그런 일 욕심 말이다. 연기가 스트레스로 다가오면 이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은데 아직 더 해보고 싶고, 시도해 보고 싶은 그런 마음이 많다."
  • 지창욱은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는 배우 중 하나다. 하지만 연기를 대하는 마음과 열정은 한결같다. 장르를 막론하고 그의 연기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이 때문일 터다.

    쉼 없이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지창욱은 최근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로 퇴폐적이면서도 거친 모습을 보여줬다. 작품은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를 찾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얽힌 세 사람의 추격 범죄 드라마. 그가 연기한 '윤길호'는 강남 바닥에서 이름을 날린 포주다. 그는 자신이 데리고 있던 강남 클럽계 톱걸 '재희(김형서)'가 사라지자 목숨을 걸고 사건에 뛰어드는 인물이다.

    전작 '최악의 악'에서 언더커버 경찰을 연기한 지창욱은 비슷한 장르물인 '강남 비-사이드'에선 전혀 다른 색깔의 인물을 소화했다. 하지만 작품의 분위기 탓에 기시감을 느끼는 시청자도 많았다.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지창욱은 "유독 두 작품을 많이 비교하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출연을 결정했다. 저는 장르가 비슷해서 우려가 된다던가 캐릭터적으로 겹친다는 생각을 아예 못 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일단 색깔적으로 봤을 때 '윤길호는 '최악의 악' 속 박준모와는 완전히 다르다. 준모가 흰색과 검은색이 섞인 회색이라면, 길호는 뚜렷한 원색을 가진 캐릭터"라며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윤길호가 나쁜 놈을 쫓는 미친 놈이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라고 연기적 주안점을 짚었다.
  • 작품은 강남에서 벌어지는 마약 카르텔과 성매매 등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지창욱은 "대본에 나오는 사건들이 다 충격적이었던 것 같다. 현실적이지 않은 것 같은데 오히려 그래서 현실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라며 "클럽 마약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나 사건들이 실제 있지 않나. 기시감이 드는 그런 일들이 되게 극적으로 표현된 대본이 재밌었다. 게다가 '윤길호' 캐릭터 자체도 나만의 색깔을 입히면 더 재밌는 역할로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악의 악'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형서와 더 깊은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재회 소감을 묻자, 지창욱은 "'최악의 악' 때보다 조금 더 편해진 것 같다. 급격하게 편해진 건 아니다.(웃음) 이번에 (형서 씨와) 다시 만났을 때는 짙은 반가움과 편해진 분위기가 있었다. 형서 씨는 후배다 보니까 제가 불편할 수 있지 않나. 제가 느끼기에는 '최악의 악' 때보다 지금 저를 더 편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라고 현장을 떠올렸다.

    김형서가 연기한 '재희'는 강남 클럽의 에이스이자 '다큐'라는 영상 때문에 목숨을 위협받는 인물이다. 지창욱은 김형서의 연기를 보고 "신선한 충격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형서 씨가 표현한 재희라는 캐릭터가 인상 깊고 좋았다. 제가 형서 씨의 성장을 봤다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 되게 재밌었다. 그 친구와 함께 있으면 저도 색다른 표현이 나오는 것 같았다"라며 "재희라는 인물에 대한 먹먹함이 있었다. 삐뚤어진 선택으로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는 인물이라 안쓰러웠다. 그런 캐릭터를 형서 씨가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하는 순간순간들이 먹먹하게 다가왔다"라며 김형서의 연기에 감탄했다.
  • 조우진과는 '발신제한' 이후 다시 만났다. 앞선 인터뷰에서 조우진은 지창욱에게 "더 독하고 깊어진 느낌이 났다"라며 칭찬했다. "저는 항상 그런 칭찬을 기다려 왔다. 너무나 감사하다"하고 운을 뗀 지창욱은 "조우진 선배님은 제가 워낙 존경하는 선배님이시다. 현장에서 동료로 만났을 때는 너무나 든든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작품과 동료들을 대하는 선배님의 태도에서 많이 배웠다"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저의 색깔을 계속 바꾸려고 하고, 무너뜨리려고 하는 과도기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들이 필요하다. 더 많이 공부하려고 하고 있다. 동료들이 제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뿌듯하고 감사할 뿐"이라며 겸손함을 덧붙였다.
  • 지창욱은 액션에 대한 체력적 한계를 털어놓기도 했다. 30대 후반 나이에도 수준급 액션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액션하기 너무 싫다'라는 생각을 매번 한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사실 액션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출연작에 꼭 액션이 있었던 것 같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작업을 할 때는 잘 만들어야하기 때문에 열심히 했다. 다행히 많은 분들이 봤을 때 제 액션이 인상 깊으셨는지 칭찬을 많이 해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남 비-사이드' 때는 괜찮았던 것 같은데, '최악의 악' 때 한 번 액션을 하다가 끝까지 합을 맞추지 못하고 주저앉았던 적이 있다"라며 "이건 나이 탓인 것 같다. 옛날에는 이 정도 백번도 했는데 이제는 숨이 차는구나 싶었다"라며 일화를 전했다.
  • 최근 차기작 소식을 전한 지창욱. '최악의 악', '강남 비-사이드'에 이어 '조각도시'까지 디즈니+와 꾸준한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디즈니+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도 얻었다.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해 3연속 장르물을 선보이게 된 그는 "이전 작품보다 더 잘 나와야한다는 부담감은 있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OTT도 TV 드라마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지표가 나오지 않다. 그래서 돈 받은 만큼 잘 나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다. 디즈니+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을 할 때 그렇다. 요즘 (드라마와 영화) 상황이 많이 안 좋다고들 하지 않나. 투자도 잘 안된다고 하는데 디즈니+에서 작품을 할 수 있게 돼서 사실 너무 감사하다. 신나게 작품을 잘 만들려고 하고 있다."

    지창욱은 이제 로맨틱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사실 액션보다 로코가 좋다면서도 "돈 받으면 또 액션 해야죠"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한 그다. "좋은 작품과 대본이 있다면 언제든 달릴 준비가 됐다"는 지창욱이 앞으로 또 어떤 호연을 펼칠지, 그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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