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터뷰] 두리카 허재창 대표 ”자동차는 소모품... 중고차 공유 서비스로 차량 유지비 절감”

기사입력 2024.11.27 11:09
  • 한국에는 “마누라랑 차는 빌려주는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동차에 대한 한국인의 유별난 애착을 잘 보여주는 표현으로, 자동차를 실용적인 소모품으로 간주하는 미국인이나 유럽인과 달리 한국인은 그만큼 본인의 차를 아끼며 사회적 성공을 자동차로 드러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분위기의 한국에서 자동차를 타인과 공유한다는 개념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최근 한국에서 p2p 자가용 공유플랫폼 두리카(Dooricar)가 새롭게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두리카 허재창 대표와 만나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 사진 제공=두리카
    ▲ 사진 제공=두리카

    Q.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공유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선데, 두리카를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변호사로 일할 때 동료 변호사와 벤츠 E클래스를 공유했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차량 리스비와 유지비를 절반씩 분담했더니 준중형차를 탈 정도의 금액으로 운용이 가능해 만족스러웠다.

    자동차는 구매비용 외에 보험료, 정비비, 감가상각비 등이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두명이 공유하면 이런 비용이 1/2이 되어 매우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인들은 자신의 차를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이런 인식을 고려해 모두가 수용 가능한 공유 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지난 1년 동안 두리카를 나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인했고, 국토교통부로부터 적법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아 법적 안정성도 확보했다. 자동차등록원부에 공유지분을 설정할 수 있고, 공유자간 사용은 여객자동차법에서 금지하는 유상대여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Q. 두리카의 자동차 공유 모델은 기존의 카쉐어링 서비스와 어떻게 다른가?

    두리카는 기존의 단기 카쉐어링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1:1 중·장기 공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호스트(차주)와 게스트(공유자)가 한 대의 자동차를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함께 사용한다. 물론 카풀처럼 차를 동시에 타는 건 아니고, 각자 공유캘린더에 예약하면서 하루를 온전히 사용하는 방식이다. 오직 두명이서 공유하기 때문에 관리도 용이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다.

    그리고 두리카는 렌터카가 아니라 개인의 자동차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새 차가 아닌 중고차를 공유 대상으로 한다. 신차는 나라도 남이랑 공유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신차의 신혼기간은 짧고, 중고차가 되어가면서 초반에는 몰랐던 단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보험료, 유류비, 엔진오일교환 등 차량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점점 부담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자동차는 제품수명이 짧기 때문에 아끼는 것보다 공유하면서 유지비를 절약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차는 근본적으로 소모품이 맞다. 집과 달리 매년 감가상각되는 폭이 엄청난 것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결국 “중고차는 두리카하는게 이득”이라는 말이 새로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Q. 게스트(공유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격일 텐데, 어느 수준인가?

    중고차여서 신차 가격의 1/2, 둘이 공유하기 때문에 1/2, 따라서 차를 구매하는 것 대비 1/4 정도의 수준이다. 렌터카나 리스차는 저렴한 것처럼 보여도 보험료, 정비비, 감가상각비, 주차비 등을 결국 혼자 부담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차원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수준이다.

    한편, 단기 카쉐어링 서비스는 한달에 2-3회 정도 시간단위로 차를 이용할 때는 합리적인 대안일 수 있으나, 그 이상의 빈도와 사용시간으로 차를 이용한다면 두리카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 사진 제공=두리카
    ▲ 사진 제공=두리카

    Q. 자동차를 공유하면서 분쟁에 대한 우려는 없나?

    두명이 차 한대를 장기간 함께 사용하다보니 서로 매너있게 사용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며, 공동사용규칙을 근거로 공평하게 운영하기 때문에 분쟁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당근마켓에 매너온도가 있다면, 두리카에는 매너리터가 있다. 매너리터가 낮으면 매칭이 어려운 자정 시스템을 구현하고 있다. 결국, 매너있는 사람들만 두리카를 사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려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두리카는 ‘두리커버’라는 보상 시스템을 마련했다. 게스트의 “미납, 연체” 등 문제 발생 시, 두리카에서 대신 지급을 보증하며, 자동차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면 최대 1억 원까지 보상한다. 다만, 매칭 전에 사용자 정보와 이력을 철저히 검증하는 방식으로 불미스러운 사례를 처음부터 예방하고 있다.

    Q. 아파트 단지에서 두리카 공유해도 문제가 없을까?

    아파트 단지에서 차량을 공유하는 것을 오히려 추천한다. 만약 외부인이 단지에 출입하는 것이 금지된 경우에는, 같은 입주민들끼리만 차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호스트는 게스트의 주소지를 확인해서 같은 단지 입주민인 경우에만 매칭을 수락하면 된다.

    입주민들끼리 차를 공유하면 주차장(차고지)이 가까워서 가장 이상적인 모델이다. 특히, 주차난이 심각한 오래된 아파트에서는 두리카 모델이 더욱 유용할 수 있다. 2세대가 차량 1대를 공유하면 주차 공간이 2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Q. 두리카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두리카는 중고차 구매, 렌터카, 단기카쉐어링 외에 중·장기 1:1 공유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호스트와 게스트가 서로 매너있게 차를 공유하는 모습을 보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하다. 

    특히, 두리카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공유모델이다. 미국의 Turo 같은 플랫폼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면, 두리카는 1:1 중·장기 공유라는 차별화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한국에서 두리카의 공유모델이 사용편의성 및 안정성 측면에서 더 확실하게 인정받으면, 이를 기반으로 주차난이 심각하고 차량유지비가 비싼 해외 대도시로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두리카만의 영역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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