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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 분야에 걸친 디지털 전환의 거센 물결로 소프트웨어 개발자 몸값이 치솟았던 적이 있었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들조차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에 애를 먹었다. 정부에서는 디지털 인재 100만 명을 양성 중이고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 수업에 비전공자들이 몰려 부족한 수업과 강의실 문제로 애를 먹었다. 불과 1~2년 전까지 그랬던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지금은 상황이 갑작스럽게 바뀌고 있다. 놀고 있는 경력직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늘고 있고 컴퓨터공학 졸업 예정자의 취업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은 일차적으로 지금 산업이 처한 현실과 기업들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어느 정도 예견되었던 부분도 없지 않다. 챗GPT 등 생성형 AI은 문장과 이미지 생성뿐 아니라 번역, 코드 작성을 비롯해 챗봇, 가상 비서, 개인화 추천 등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훨씬 더 잘하고 있다. 인류의 긴 역사에서 예술가의 영역으로 남아 있던 그림과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 제작까지도 넘보고 있다. 다른 언어 간의 번역은 말할 것도 없고 디지털 전환의 핵심을 담당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영역마저 넘보고 있다.
이미 산업 현장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인건비 절감 사례에 대한 증언은 차고 넘친다. 번역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을 더 이상 고용하지 않아 기존 인력의 절반으로 회사를 운영한다는 중소기업, 초급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뽑지 않고 팀장급이 혼자 개발을 한다는 스타트업, 과거 한 사람이 보름 걸려 했던 업무를 챗GPT가 한 시간 내에 한다는 대기업의 어떤 팀 등 그 사례는 대기업에서부터 스타트업까지 광범위하다. 이러한 상황이 경직된 경제와 맞물려 신규 고용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학 졸업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이제 어느 직업을 막론하고 안전지대는 없어진 듯하다. 알파고로 대표되는 AI이 등장할 당시, 많은 학자는 미래에 AI이 대체할 직업과 대체하지 못할 직업에 대한 예측을 내놓았다.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지금 다시 그 예측을 돌아보면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AI는 잘 못할 거로 생각했던 직업은 생성형 AI이 잘 하고 있고, AI가 잘할 거라고 했던 직업은 의외로 인간의 영역이 크게 느껴진다.
그러면 인류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해야 하는가? 그 누구도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AI이 차지하고 있는 미래의 일자리에서 인류는 어떤 가치를 갖고 다음 세대에 어떤 교육을 해야 할지 약간의 예측은 할 수 있을 듯하다. 칸 아카데미의 설립자, 살만 칸은 올해 출간한 그의 저서에서 생성형 AI는 앞으로 교육에서 필수 불가결이며 이제 교육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기획자’가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을 포함한 모든 실무는 AI가 할 수 있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기획하고 결정하는 일은 결국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교육해야 하는가? 나는 크게 두 가지라 생각한다. 첫째는 AI 활용 능력이다. 생성형 AI를 포함해 각종 AI를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이제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필수 불가결인 조건이 되었다. 둘째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인데 모든 교육의 코어 또는 펀더멘탈이라 할 수 있는 기초 교육이다. 초중등 교육에서 배우는 모든 기초 과목들과 대학에서 배우는 교양 과목 및 필수 소양 과목들이 이에 해당한다. AI의 거센 물결에서 살아 남기 위해 우리는 다시 고전을 읽어야 하고 인문학, 역사, 수학을 배워야 할 것이며 결국 AI의 원리도 배워야 한다. 왜냐하면 AI를 가르쳐야 하는 건 결국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 최영준 아주대 인공지능융합혁신대학원 단장/더에이아이랩 대표 choiyj@aj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