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그림 생성 한계는 여전,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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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이 대학가를 파고 들었다. AI를 활용해 그림을 제작, 전시전을 펼치는 대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젊은 세대에서 예술계 AI 활용이 증가하자 AI란 장르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그림와 영상을 새로운 장르로 인정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현장에선 이미 생성형 AI 활용 폭이 커지고 있다. AI로 그린 예술 작품을 활용한 전시가 열리고 있고, 실제로 판매를 한 작가도 있다. AI 그림을 활용한 심리치료 등 활용 영역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AI가 그림을 생성하는 데 있어 아직 기술적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2일부터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연희예술극장에선 AI 전시가 펼쳐졌다. 임연수 홍익대 학생은 이번 전시에서 AI를 활용한 미술 작품 1000여 개를 전시했다. 그리스 신화의 ‘파리스의 심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미드저니, 스테이블디퓨전, 달리 등 다양한 생성형 AI 도구를 활용했다. 임 학생은 홍익대에서 동양학과 졸업 후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다.
그는 “다양한 프롬프트를 시도하며 AI가 그린 그림이 제가 그린 그림의 화풍을 얼마나 잘 반영하는지, 행동 묘사는 어떤 프롬프트가 잘 작동하는지, 불쾌한 골짜기를 줄이는 프롬프트는 없는지 등을 생각해가며 작업을 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AI의 미술적 활용 가능성과 창의적인 면을 보았지만, 한계도 경험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학가에서 AI 전시가 펼쳐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뉴욕대 티시예술학교(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인터랙티브 텔레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석사 학위를 받고, 서강대 아트엔테크 박사를 수료한 김은진 아티스트의 AI 개인전시가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렸다. ‘AI가 천국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AI 전시를 펼친 그는 AI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이젠 당연한 문화가 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AI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아티스트와 협업하는 협업체로써의 역할까지 하고 있다”면서도 “이미지 생성 AI 도구를 본격화하려면 디자이너를 비롯한 사용자 친화적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순수미술부터 미디어아트 등을 공부한 그는 예술가 입장에서 봤을 때 AI로 만들어낸 그림은 창작의 아이디어를 주는 점엔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완성도는 높지 않다고 밝혔다. 손을 완벽하게 그리지 못하는 단순한 문제부터 현실과 동떨어지는 작품을 그리는 문제, 개수는 많아도 유사한 그림이 많은 문제 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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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스타워즈, 심슨네 가족들, 트랜스포머, 핑크팬더, 스파이더맨 등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션 거장인 넬슨 신(신능균) 애이콤프로덕션 회장도 제기했다. 그는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것 중 하나가 ‘고품격으로 그려줘’라는 것인데, 그림에서의 품격을 AI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라면서 “고품격이라는 프롬프트라는 것에 관한 명령어 등이 있겠지만, 작가마다 생각하는 고품격의 기준이 다른데 이를 다 담아내지 못하니 AI로 그린 그림이 비슷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한계에도 생성형 AI는 예술계에 새로운 장르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예술계의 시각이다. 박은지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AI문화경영연구소장 겸 교수는 “AI 예술로 인해 새로이 대두될 뉴 폼 아트(New Form Art)를 개척해나가는 것은 AI 아티스트들의 특권이자 숙명”이라며 “기존에 엄격히 구분되었던 다양한 예술 장르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장르가 횡단하는 데에는 생성형 AI의 발전이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예술 패러다임에는 전방위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전시를 진행한 임연수 홍익대 학생은 “전시를 준비하는 동안 리처드 볼드윈 제네바대학 경제학과 교수와 제이슨 생커 프레스티지이코노믹스 회장 등이 얘기한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뿐이다’라는 말이 생각났다”면서 “AI가 가져오는 혜택을 잘 이용하는 능력이 앞으로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