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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율주행로봇 기술 미래와 우려

기사입력 2024.11.07 11:03
  • 천영석 트위니 대표.
    ▲ 천영석 트위니 대표.

    자율주행로봇은 스스로 움직이며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로봇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며, 사람이 알려주지 않아도 주어진 경로를 따라 목적지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로봇이 지도데이터와 센서데이터를 비교해 가면서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사람과 많이 닮아있는데, 사람처럼 이동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요소기술이 필요합니다. 바로 지도제작, 경로계획, 실시간 궤적생성, 자기위치추정 기술입니다. 센서를 이용해서 지도를 제작하고, 목적지까지 어떻게 이동할지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동 중에는 장애물을 회피하고, 지도 내에서 자기 위치를 파악하면서 이동합니다. 특히 넓고 복잡하고 변화가 많은 환경에서 자기위치를 추정하는 기술이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기업 간 기술격차가 발생합니다.

    필자가 자율주행로봇 기업을 창업한 2015년에는 자율주행로봇이 단어조차 낯설었지만, 지금은 우리 일상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때는 시장조차 형성되지 않아서 이 기술을 어떤 시장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고민부터 해야 했습니다. 이후 여러 로봇기업들은 이동에 대한 니즈가 있는 청소, 보안, 호텔 서비스, 길 안내, 서빙, 공장 및 물류센터의 물류 등 다양한 곳에서 자율주행로봇을 시범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청소, 서빙을 위한 자율주행 로봇 시장이 확실하게 자리 잡았고, 최근에는 공장 및 물류센터의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로봇이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니즈에 따른 여러 시도를 해본 결과, 로봇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은 가격 경쟁력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면 인건비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사한 성과를 기대하는데, 업무 난이도에 따라 그 기대가 충족되기도 하고 불만이 생기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업무가 단순한 청소로봇이나 서빙로봇은 빠르게 시장영역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공장과 물류센터의 경우 적재중량이 무거워 하드웨어에 높은 가격이 책정될 뿐만 아니라, 공간이 넓고 복잡하고 주행 환경의 변화도 많은 특징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는 점이 큰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최근에는 센서 등 부품의 가격이 낮아지고, 기술의 발전이 더해져서 서빙로봇보다 훨씬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시장의 니즈, 가격, 기술 요소를 고려해 보면 미래 자율주행로봇이 우리의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먼저 유통의 마지막 단계인 라스트마일 배송을 떠올려 볼 수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하는 현관문 앞 택배 박스를 로봇이 가져다줄 것입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활공간인 아파트 단지에 로봇이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그 쓰임은 무궁무진해질 것입니다. 냄새 나는 음식물 쓰레기와 분리수거가 필요한 용품들은 로봇이 찾아와 분리수거장으로 날라줄 것이고, 아파트 상가에서 급히 사야 할 물건도 로봇이 받아다 집 앞까지 가져다줄 것입니다. 중고거래를 위해 상대와 시간을 정하고 직접 만나는 대신 로봇을 보내서 간편하고 안전하게 주고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율주행로봇을 활용하는 분야가 사람과 밀접해질수록 환경도 그와 어울리게 변해가야 합니다. 바퀴 달린 로봇이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바닥이 평평해진다거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해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될 것입니다.

    로봇이 주는 편리함과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로봇의 도입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우려는 사람의 일자리를 로봇이 대체한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사실 장단점이 모두 포함됩니다. 하나의 단순 업무를 반복하는 인력 대신 로봇을 투입한다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은 더 이상 필요 없지만, 그 로봇을 도입한 기업은 전보다 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게 됩니다. 노동자의 입장에서도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은 로봇에게 시키고 기존보다 차원이 높은 복잡한 일에 숙련되는 것이 더 나은 근무환경이라 할 수 있습니다. 100년 전의 직업과 지금은 많이 달라졌고, 또 100년이 지나고 난 후에는 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 변화의 중심에서 경쟁력을 갖고 더 나은 결과를 내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자동차,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처럼 자율주행로봇의 활용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미래에는 강한 기술경쟁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이 전 세계에서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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