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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룡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그와 함께 부녀 호흡을 맞추면, 그의 곁에 딸로 남는다. 배우 갈소원('7번 방의 선물')이 그랬고, 고윤정('무빙')이 그랬다. '우리 딸'이라고 부르고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에 어색함이 없다. 배우 류덕환의 전시에도 참여했다. 나이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이지만, 생각을 대체 불가능한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하고자 해던 생각은 통했다. 늘 궁금했다. 한 번 함께하면 그 곁에 남아버리는 사람들은 왜 '류승룡'을 사랑하는가.
류승룡을 만난 건 영화 '아마존 활명수'의 개봉을 앞둔 상황에서였다. '아마존 활명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진선규)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이다. 한 줄의 설명보다 신뢰감을 더하는 것은 영화 '극한직업'에서 함께했던 웃음 3인방 배세영 작가와 배우 류승룡, 진선규가 함께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아마존 활명수' 웃음의 내면에는 류승룡이 던지고 싶었던 화두였던 자연과 인간이 있다. -
Q. 완성된 '아마존 활명수'를 본 소감이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객관적으로 못 보겠어요. 모든 작품이 그런 것 같아요. 정말 일반 관객들을 만났을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것 같아요. 작품을 보면서 '참, 치열하게 했지'라고 촬영했던 당시를 떠올리며 봤습니다."
Q. 처음 배세영 작가님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궁금하다. '극한직업'을 통해 두터운 신뢰감을 쌓은 후라 남달랐을 것 같다.
"진봉이를 봤을 때 '내가 페르소나가 되었구나'라는 느낌이 있었고요. (웃음) '나를 염두에 두고 쓰셨구나'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저를 향한 신뢰가 느껴졌고요. 배세영 작가의 시나리오가 제가 추구하는 것과 비슷한 지점이 있어요. 영화적인 엉뚱함, 발칙함에 현실적인 걸 녹여내는 지점이죠. 전작에서는 소상공인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있었고('극한직업'), 남편의 반전도 있었고요('인생은 아름다워'). 이번에도 끝내는 '너희를 가르치러 왔지만, 배운 게 많아'라는 진봉이의 대사가 제 마음에 남아 있는 한 줄 대사거든요. 그걸 위해 달려오는 것 같아요. 저를 매개체로 공감하고, 통쾌해하면서요. 그래서인지 시사회 때 지인들에게 유독 '울었다'라는 평을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
Q. 브라질 아마존 현지에서 직접 촬영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어느 정도 기간으로 촬영했나. 의식주 고충은 없었나.
"스태프들은 먼저 가서 저보다 일주일 정도 더 오래있었고요. 저는 보름 정도 있었습니다. 엄청나게 멀었어요. 가는 여러 루트가 있는데, 저는 파리를 경유해서 갔는데, 우리나라에서 파리까지 가는 게 여정의 2/5 정도 간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런데 촬영 당시 아마존이 130년 만에 가뭄이 와서, 수목이 굉장히 말라 있었어요. 그래도 멀리서 보는 경치가 꼭 필요해서 현지에서 촬영했는데요. 스태프 40여 분과 현지 보조 출연자분들과 같이 촬영했어요. 정말 '아마존의 눈물' 찍은 동네에서 촬영했거든요. 영화 속에 나오는 아이들도 정말 부족의 아이들이고요. 그곳의 살아있는 모습을 담아낸 것이 가장 큰 성과였고,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도 맞닿아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마존에서 파란 하늘을 보기가 힘들었거든요. 정말 개발로 스모그가 꽉 차 있었어요. 이상기후로 원주민들은 점점 강가로 떠밀려 내려왔고요. 오히려 의식주는 너무 잘 맞았어요. 저희 촬영 현장에서 활벤저스 3인방은 (양궁을 배우는 원주민 시카(이고르 페드로소), 이바(루안 브룸), 왈부(J.B.올리베이라)) 탈날까봐 한국 음식을 잘 못 먹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전통음식들이 너무 맛있더라고요. 엄청 큰 물고기도 있고요. 제가 너무 잘 먹어서, 부족민들이 실망하더라고요. (웃음) 전 아마존에 간 덕분에 핑크 돌고래도 봤어요. 민물에 사는 돌고래더라고요. 정말 특이했어요."
Q. 배우 염혜란과의 부부 호흡도 인상 깊었다. 실제로도 아내를 좀 무서워하는 남편인가.
"전작에서 아내의 친한 친구로 만났는데, 이번에 같이 하게 돼 영광이었죠. 과거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때부터 '오, 저 배우, 누구야' 했었거든요. '너무 대단하다' 싶었죠. 너무너무 영광이었어요. 의상도 맨날 바뀌었어요. 사자, 호랑이 옷을 구해서 입고, 눈썹도 염혜란 배우의 아이디어였어요. 눈썹 문신을 한 모습으로 들어오는데, 정말 제가 연기하기 편하게 해준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그 중심에는 '따뜻한 아내'임을 항상 놓치지 않았죠. 아마 제 아내가 보면, 연기라고 생각 안 할 거예요. 그 모습이 아내에 대한 신뢰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았는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요. 저는 아내가 제일 무섭다고 말해요. 그런데 그게 정말 공포에 무서운 게 아니라, 없다고 생각하면요. 그런 지점인 것 같아요." -
Q. 초능력자인 아빠, 닭강정이 된 딸을 둔 아빠 등 정말 비현실적인 상황 속에서 그냥 그대로 관객에게 캐릭터를 공감하게 하는 힘을 지녔다. 회사 때문에 아마존 양궁 감독이 된 선수 출신 가장 진봉이도 그랬다. 어떤 고민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는지 궁금하다.
"'제가 그런 이야기를 선호하는구나' 싶습니다. 영화적인 장치, 발상, 기발함 속에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 생활, 친근함이 결합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거요.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는 초능력자, 아마존에 떨어진 양궁 감독, 그리고 닭강정이 된 딸을 둔 사람은 모두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아빠였잖아요. 지점은 다르지만,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일상에서 아빠이고, 남편이거든요. 제 원동력이고, 심장이고, 근간이 되는 모습이 있죠. 마음 깊숙하게 느끼는 부분을 잘 연구해서 공감할 수 있게 하는 작업 같아요. 거기에서 주어진 미션을 해결하며 나아가는 작업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Q. 앞서 배우 류덕환이 기획한 전시 'NONFUNGIBLE'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 공개한 작품이 '짐 진 자'와 'WHALE'이었다. 그 두 가지가 누군가의 남편이자 아빠로 살아가는 모습과 자연 속에 있는 인간이라는 공존의 메시지로 '아마존 활명수'와 맞닿아있는 느낌이다.
"고래를 좋아해요. 그런데 정크 고래를 만들어서 크게 위에 걸어두고, 멀리서 보면 그냥 고래 조각 같은데, 사실 가까이에서 보면 모두 쓰레기로 만들어져 있어요. 거기에 낚싯줄이 달려있는데, 바늘이 끼워져있어요. 그리고 그 바늘에 반대로 사람이 걸리는 그런 의미였어요. 제가 직접 오브제가 되어서 표현한 거죠. '짐 진 자'는 제목 그대로 삶의 여러 가지 무게를 지고 가는 사람을 표현한 작품이고요. 제가 늘 생각한 것들이 '아마존 활명수'에 녹아 있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
Q. 두 작품이 모두 인상 깊었다. 그렇기에 요즘 배우이자 인간 '류승룡'이 가지고 있는 화두가 어떤 지점이 있을지 궁금하다.
"요즘의 화두는 발란스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조급함과 신속함의 차이가 뭘까 하는 거죠. 되게 와 닿은 말이 있는데요. '성질은 방귀고, 성격은 신발 안에 있는 돌'이래요. 방귀 뀌면 자기는 시원하지만, 주변은 불편해지는 것 같은 게 성질이고, 내 신발 속 돌은 주변은 모르지만 거치적거리며 나는 힘든 게 성격인 거죠. 그런데 살면서 그런 걸 배워요. 방귀도 나가서 몰래 뀌고 오고, 신발 안의 돌도 남들이 보고 있지 않을 때 '내가 이상하구나' 생각하며 좀 빼놓고요. 그런 것들이 살면서 많이 적용이 되더라고요. 또, 번아웃과 게으름의 차이도 있어요. '이게 번아웃인가' 생각했을 때가 있었거든요. 그런데 주변에서 듣고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왜?'라고 물어보니, '뭘 해야 하는데 못했다'라면 게으른 거고, '아예 뭘 할지 생각이 안 난다'라면 번아웃이래요. 요즘에 그런 사색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맨발 걷기 하면서. (웃음)"
Q. 차기작 계획도 궁금하다.
"디즈니+ 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촬영을 마쳤고요. 다음 주부터 후반작업 녹음 들어갈 것 같아요. 지금 보고 있는 작품을 조만간 결정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봉을 앞두고 있는 두 작품(영화 '비광','정가네 목장'(가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