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정 차단되면 카드 정지 못 해… “광고 짧게 소액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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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가 규정상 이유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일방적으로 차단한 후 해당 계정이 지불하던 광고비는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계정을 하루아침에 잃은 것은 물론,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피해를 보고 있다고 공분을 터뜨리고 있다.
메타로부터 강제로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계정을 비활성화 당한 피해자 가운데 광고비 피해를 본 이들이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에 따르면, 메타는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계정을 강제로 비활성화해 놓고 광고 정지나 환불은 하지 않았다. 계정이 비활성화되면 기존에 등록한 카드 정보를 삭제하지 못해 중도에 광고 집행을 중지할 수도 없었다고 한다.
한 피해자는 “광고를 집행하고 있는 비즈니스 계정이 두 번이나 정지 당했다”며 “광고비 환불도 없었고, 카드 정보 삭제도 못 해 말 그대로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들의 계정 비활성화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메타는 계정을 비활성화하면서 그 이유를 ‘커뮤니티 가이드라인 위반’을 제시했다. 악성 소프트웨어를 만들거나 계정 사칭을 했거나 상업적인 게시물을 올렸다는 등 위반 이유는 다양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해당 사항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 피해자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능력도 없다”며 “최근엔 프로필 링크에 네이버 블로그 등만 연결해 놓아도 계정을 비활성화시키는 경우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계정을 사칭했다고 하는데, 내가 나를 사칭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메타의 가이드라인 위반 기준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이 문제가 AI 오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한다. 메타에선 수많은 계정을 사람이 일일이 점검할 수 없어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데, AI가 각 계정을 탐지하면서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례로 후지필름 코리아는 올해 2월부터 계정 차단과 활성화를 반복적으로 겪었다. AI로 인한 오류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는 디지털카메라 사업을 전개하는 후지필름의 공식 한국 법인 후지필름일렉트로닉이미징코리아와 필름 카메라 인스탁스를 전개하는 대리점 법인인 한국후지필름이 존재한다. 이 둘은 각기 인스타그램 채널을 키워오며 각각 5만, 3만에 이르는 규모 계정을 통해 고객과 소통해 왔다. 이 중 먼저 한국에 출범한 한국후지필름은 소위 파란 딱지라고 불리는 브랜드 인증 마크를 달고 있었고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의 계정은 파란 딱지를 획득하지 못한 상태였다. 메타로부터 비활성화 조치를 받은 계정은 후지필름 일렉트로닉 이미징 코리아의 인스타그램이다. 해당 계정이 한국후지필름을 사칭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AI가 오인해 판단 착오를 일으켰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I 콘텐츠 업체 대표는 “AI 모니터링 시스템에 미국에서 잘 알지 못하는 네이버 등의 링크가 있으면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위반된다고 입력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AI가 판단한 결과를 사람이 2차, 3차 검토해야 하는데,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계정이 너무 많고 이 일을 할 인력이 적다 보니, AI에 계정 탐지 업무를 의존한 결과 여러 오류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제 계정 비활성화에 더해 광고비 피해까지 본 피해자들은 메타의 불합리한 조치에 분노하고 있다. 한 피해자는 “AI 모니터링 시스템은 갖춰놓고, 계정이 비활성화되면 광고를 비활성화하는 단순한 프로그램조차 만들어 놓지 않은 의도가 궁금하다”면서 “메타는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피해자는 “언제 계정 차단이 발생할 수 있으니 광고는 최대한 짧게 적은 금액만 하는 것을 추천한다”면서 “환불받는 것은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