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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손실, 무슨 일?

기사입력 2024.10.18 16:21
  • 신한투자증권이 대규모 금융사고를 내 금융감독원이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세계적으로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를 앞둔 8월 2일부터 10일까지, 신한투자증권의 ETF LP(유동성공급자)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목적에서 벗어난 장내 선물 투자 거래로 13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낸 것이다. 

  • 사진 제공=신한투자증권
    ▲ 사진 제공=신한투자증권

    ‘유동성 공급’ 하랬더니, 선물 매매를 했다고?

    ‘LP(유동성공급자)’는 매수와 매도 호가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시장의 부족한 유동성을 공급하고, 이를 통해 원활한 거래를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ETF 시장에서도 LP는 매수와 매도를 통해 안정적인 가격 형성을 유도하며, 시장 가격이 적정 가격을 벗어나지 않도록 한다.

    LP의 ‘선물 매매’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손실 위험을 방지할 목적으로 LP가 선물거래를 부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선물 매매의 경우, 위험 분산을 목적으로 한 매매가 아닌 수익을 얻기 위한 과도한 규모의 베팅이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 큰 논란이 되는 것은 이렇게 문제가 되는 방식을 통해 약 1300억원 가량의 막대한 손실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해당 손실을 회사에 ‘스왑 거래’인 것처럼 허위 등록했으며, 허위 등록한 사실이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이나 지난 뒤에야 신한투자증권의 자체 조사를 통해 발각됐다는 점이다. 스왑 거래란, 미래 특정 시점이나 특정 기간을 설정해 금융자산 또는 상품을 서로 교환하는 거래를 뜻한다. 

    이번 사태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은 깊어졌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14일 성명서를 내고, “LP 부서가 왜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었으며 불법 거래를 자행했는지에 대한 금감원 특사경의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투연은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불법 거래가 이어져 왔지만,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며, “손실을 감추기 위해 스왑 거래로 허위 등록까지 한 것은 담당자 개인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일탈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한투자증권 자체의 수익을 높이기 위한 회사 차원의 일탈 행위로, 이는 단발성이 아닌 이전에도 유사한 거래에서 불법이 횡행했을 개연성이 크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급제동’ 걸린 신한투자증권

    이번 사태로 신한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약 1300억원의 현금을 잃게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를 통해 “2024년 3분기 손익에는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감내 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내부통제와 관련한 비경상적인 손실인식이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최종 손실규모와 감독당국의 제재 수준, 동사의 평판자본에 미칠 영향, 리스크 관리 능력과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적절한 사후 조치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금융사고로 금융감독원의 현장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업계는 신한투자증권이 국민연금이 연말 예정하고 있는 내년 상반기 국민연금 국내주식 거래증권사 선정에서도 탈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일반거래 증권사를 선정할 때 ‘최근 6개월간 감독기관 조치사항’에 대해 최대 5점 감점을 적용하는데, 이번 금융사고로 신한투자증권의 감점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6월에도 자기자본 5조원 이상 규모의 초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거래선정사에 포함되지 못했다.

    한편,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지난 14일 회사 내부망을 통해 “CEO로서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오늘부터 비상대책반을 공식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17일 주주서한을 통해 “이사회와 경영진 모두 정확한 사실 파악과 더불어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다시 한번 내부통제를 되짚고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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