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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박정민, 강동원과 '로미오와 줄리엣' 호흡 "모두가 느낀 공기가 있어요"

기사입력 2024.10.20.10:18
  •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종려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사진 : 샘컴퍼니 제공
    ▲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종려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사진 : 샘컴퍼니 제공

    * 해당 인터뷰에는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은 묘한 공기가 있다. 영화는 양반댁 도련님 종려(박정민)와 몸종 천영(강동원)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선 선조(차승원) 시대, 종려는 신분이 다른 천영과 오랜 시간에 걸친 마음을 나눈다. "종과는 친구가 될 수 없소?"라는 것이 종려의 생각이다. 하지만, 왜의 침략에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떠나자, 여기저기에서 민란이 일어나고, 종려의 집에도 예외는 없다. 왕을 호위하는 종려는 백성을 베고, 천영은 왜군을 벤다. 둘은 어긋난다.

    그런데 그 마음은 어딘가 묘하다. 김상만 감독은 박정민이 연기하기 힘들어할 때, 셰익스피어의 비극 캐릭터를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어쩌면 조선판 '로미오와 줄리엣'이 종려와 천영인지도 모르겠다. 양반과 천민이 서로를 적으로 알던 그 시절은 두 사람에게 안개와 같다. 아주 가까이가 아니면, 서로의 마음을 또렷하게 보는 것이 불가능한 시절이다.

  • 영화 '전,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전,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김상만 감독님은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을 언급하셨다. 그 비유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 혹시 종려와 천영 중 누가 로미오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요. 분노에 싸인 로미오와 줄리엣. 셰익스피어 비극도 말씀해 주셨고요. 그런데 그 말씀이 더 어려웠던 건, 제가 셰익스피어 비극을 연기해 본 적이 있었거든요. 잘 모르겠더라고요. '너무 어려운데?'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 종려가 로미오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외모 이런 이유가 아니라(웃음),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조금 더 적극적이잖아요. 제가 보기에 종려의 적극성이 없었다면, 두 사람의 관계가 성립될 수 없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너무 끼워서 맞추는 것 같긴 한데,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Q. 어렵다고 느낀 건, 본인의 생각과 다른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었을까.

    "첫 장면에서 천영(강동원)이 잡혀 오고, 그의 손을 검으로 찍어 누르는 장면이 있잖아요. 거기에서 종려가 '표면적으로 나쁘게 표현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고민하던 차에, 감독님께서 '분노가 아니라, 답답한 감정이고, 자기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들에 슬퍼하는 감정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 말씀에 집중하며 연기해 나갔죠."

  • 영화 '전,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전,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자신의 줄리엣에 '강동원'이 캐스팅되었다. 박정민의 몸종이라고 캐스팅 당시부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사자의 느낌은 어땠나.

    "(강)동원 선배님께서 캐스팅됐다고 했을 때, '참 재밌는 캐스팅이다' 싶었죠. 팬이기도 했고요. 주변에서 듣는 선배님에 대한 이야기도 너무 좋고,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는데, 캐스팅 소식에 너무 좋았죠. '천 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촬영쯤 캐스팅이 되셨어요. (강동원) 선배님께서 농담으로 현장에서 '제가 캐스팅돼 싫은 건 아니죠?'라고 물어보셨는데, '저는 옛날부터 같이 하고 싶었다'고 말씀드렸어요. 선배님의 외형이 가진 기운과 에너지가 배우로서 유리한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분이 노비 역할을 하고, 제가 양반 역할을 하니 '더 재밌겠는데?'라고 생각했어요. 보통의 선입견은 제가 노비인 게 맞잖아요. (웃음) '재밌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종려와 천영에게는 시대를 둘러싸고 다양한 감정이 흐른다. 그 감정은 우정의 모습이기도 하고, 분노의 모습이기도 하고, 애정의 모습이기도 하다.


    "대본을 열심히 봤습니다. 감정의 형태가 다양해서 2시간 안에 표현하려면 어렵더라고요. '내가 종려라면 어땠을까?'로 시작해서, 결국 '이 인물은 외로운 사람'이라는 기반 위에 만들어갔습니다. 사실 천영이와 사이가 틀어지기 전에도, 종려는 외로웠을 것 같아요. 친구가 없잖아요. 이 외로운 인물이 천영을 만났을 때, 배신당했다고 생각했을 때, 그를 잃었을 때, 오해가 풀렸을 때, 어땠을까. 꼼꼼하게 분석하려 했는데, 사실 연기가 꼼꼼한 분석대로 나오는 건 아니라서요. 감독님과 선배님의 도움을 받으며 연기했습니다."

  • 영화 '전,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전,란'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종려의 마음을 가지고, '전, 란'의 현장에서 낸 아이디어도 있을까.

    "잘 기억이 안 나요. 지금 기억나는 건, 마지막에 천영이에게 '미안하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이 원래 대본에 없었어요. 눈을 감는데, 그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마지막 장면 촬영 때, 박찬욱 감독님께서 오셨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얘는 왜 내 영화에서는 이렇게 안 하고, 여기서 이렇게 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웃음)"

    Q. 현장에서 실제 호흡은 어땠나.

    "현장에서 저를 구경하게 만드는 동료 배우들이 몇 있거든요. 상대가 연기를 하거나, 제가 나오지 않더라도 대사를 맞춰주거나 할 때, 넋 놓고 구경하게 되는 배우들이 있는데요. 이번에 (강)동원 선배님께서 그러셨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시려나 궁금하기도 했고요. 선배님의 아우라를 보며 신기하기도 했고요. 정말 액션을 하시면, 입이 안 다물어지거든요. 제가 살갑지 못해 죄송한 지점도 있는데, 아마 선배님은 모르실 거예요. 제가 그 정도로 말을 건 건, 정말 많이 말한 건데. 생각 못 하실 거예요."

  •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종려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사진 : 샘컴퍼니 제공
    ▲ 넷플릭스 영화 '전,란'에서 종려 역을 맡은 배우 박정민 / 사진 : 샘컴퍼니 제공

    Q. 말을 많이 안 건 것처럼 말씀하셨지만, 함께 출연한 웹 예능에서 강동원은 '박정민의 추천작의 저작권을 사 오겠다.' 할 정도로 강한 신뢰감을 보여줬다.

    "옛날에, 아주 수년 전에 그런 말을 들었어요. (강동원) 선배님께서 어디서 이야기하셨는데, '지금 젊은 배우 중에 강동원이 가장 관심을 두는 배우'로 저를 꼽아주셨거든요. 되게 기분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촬영하면서 제가 실망하게 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홍보 일정을 하면서도, 선배님께서 음식을 사실 때도 꼭 제 것까지 사서 주시고요.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요. 서로 호감이 있었고, 촬영하면서 그 감정이 더 좋아진 거로 생각합니다. 제가 살가운 편은 아닌데, 그래도 이야기하면 잘 받아주시고요. 저는 (강동원) 선배님과 길게 같이 끌고 가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고 한 말이 진심이거든요. 이번에는 절반 떨어져 지냈으니, 꼭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저희가 '투캅스' 같은 코믹 장르를 해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서로 가진 캐릭터가 워낙 다르니까요."

    Q.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다. '일장춘몽', '헤어질 결심'에서 함께한 박찬욱 감독님을 비롯해, '밀수' 등에서 함께한 류승완 감독, '사바하'에서 함께한 장재현 감독 등의 굉장한 신뢰와 애정을 받고 있다. 그 비결은 뭘까.

    "물어보지는 않았는데, 저 혼자 그 생각은 해요. 제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촬영 현장에 가져간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냥 꼼꼼하게 대본을 보는 편인 것 같아요. 다만, 현장에서 감독님들께서 주문하면, 재깍재깍 잘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을 잘 들어서 찾아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제가 연출을 공부하기도 했고, 단편영화 ('반장선거')를 연출한 미천한 경험이지만, 모니터에서 볼 때, 배우가 내가 원하는 대로 연기해 주면 저는 되게 좋았거든요. 물론 깜짝 놀라게 해주면 더 좋겠지만. 정확하게만 연기해 줘도 너무 좋더라고요. 제가 감독님 말씀을 잘 들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Q. 스스로 생각하는 '배우 박정민'의 강점인가.

    "네, 온순하게 말 잘 듣는 것.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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