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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체구에 청초함이 묻어나는 정소민은 차분한 외면과 달리 내면에 거친 면모를 숨기고 있다. 최근 그의 연기를 볼 때면 그 과격한 모습마저도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소화력에 빠져들 정도다. '엄마친구아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동네, 출퇴근 시간 버스 정류장, 지하철역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현실적인 딸이자 누나이자 친구인 '배석류'를 정소민 특유의 매력으로 선보였다. 덕분에 또 하나의 '인생캐 경신'이라는 호평까지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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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엄마친구아들'은 오류 난 인생을 재부팅하려는 여자와 그의 살아있는 흑역사인 '엄마친구아들'이 벌이는 파란만장 동네 한 바퀴 로맨스. 극 중 정소민이 맡은 배석류는 미국에서 대기업을 다니다 돌연 결혼도 파투 내고 한국으로 돌아온 인물이다. 본가로 들어온 석류는 다시 오랜 친구 최승효(정해인)를 만나고, 티격태격하는 사이 사랑을 싹 틔운다.
작품은 두 주인공의 러브스토리뿐만 아니라 고향 동네 혜릉동의 이웃과 가족 서사까지 더해 풍성한 스토리를 담아냈다. 정소민은 '엄마친구아들'의 가족 드라마적 분위기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종영이 더 아쉽게 다가왔다. -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정소민은 "개인적으로 석류라는 캐릭터를 만나고 혜릉동 사람들을 만난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라며 운을 뗐다.
"우리 작품은 각 세대를 따뜻하게 아우르는 느낌이 들어서 저에게도 따뜻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작가님과 감독님도 인물들에 대해서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계시구나 하는 마음을 많이 받았다."
"촬영장이라는 게 지치기 쉽고 체력적으로도 힘든데도 불구하고 모든 스태프들, 배우들 함께 분위기 좋게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엄마친구아들'은) 그런 현장이었다. 모든 것에 감사하다." -
정소민과 정해인의 비주얼 케미, 그리고 공감을 자아내는 스토리로 화제성을 이끈 '엄마친구아들'과 배우들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엄마친구아들'은 TV-OTT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서 4주 연속 정상, 정소민과 정해인은 7주 연속 번갈아가며 1위에 올랐다.
하지만 화제성에 비해 시청률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OTT에서 동시 공개된 탓도 있겠지만, 최고 시청률이 9%(전국유료가구기준)를 채 넘지 못하고 종영을 맞았다. 주연 배우로서 아쉬운 마음은 없는지 묻자, 정소민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부분에 집중했다고 답했다.
"늘 같은 마음 같다. (시청률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서 받아들이려고 하고 있다. 겸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선에서 후회 없이 하려는 마음이다." -
때로는 제멋대로이면서 털털한 매력을 가진 '석류'는 사실 위암과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 힘들었던 시기를 한국에 있는 부모님께 내색 하나 하지 않고 홀로 견뎠다. 미국에서 만난 연인도 있었지만, 석류의 빈 마음은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마치 먹통이 된 기계처럼 변해버린 석류는 삶을 회복하기 위해 한국행에 오른다.
석류의 깊은 서사가 극 중반부에서야 드러나면서, 초반부 감정이 널뛰는 석류의 모습이 차츰 이해되기 시작한다. 때문에 초반부터 석류를 시청자에게 이해시키기에는 어려움도 있었을 터다. 게다가 극 중후반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로맨스까지. 정소민은 배우로서 숙제를 안고 석류가 됐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4부 정도까지 대본을 봤다. 석류가 위암에 걸려 돌아온다는 정보는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고 초반부터 참고해서 연기를 했던 부분이 있다. 그래서 보시는 입장과 연기를 하는 제 입장이 좀 달랐을 수 있을 것 같다."
"극 초반 석류는 중요한 진심을 숨긴 채 마음 상태가 쏟아져 나와버리지 않나. '나 너무 힘들어서 왔어. 웃을 일이 없어서. 잠을 못 자서 그랬을 거라 생각 안 해?'라는 대사가 대본을 볼 때도 마음이 아팠다. 언젠가는 나도 느낀 감정인 것 같아서 마음이 더 쓰인 것 같다. 로맨스도 초반에 없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후반에 붙었을 때 최대한 더 현실적으로 장면을 살려서 촬영하려고 노력했다." -
'승효커플'이라 불리며 비주얼, 연기 어느 하나 빠지지 않은 케미를 선보인 정소민과 정해인.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을 때부터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두 사람이다. 정소민은 정해인과의 현장을 떠올렸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케미에 대한 것보다도 이전의 작품을 본 적이 있으니까 (정해인이) 굉장히 내재된 에너지가 큰 배우라고 생각했었다. 또 눈으로 이야기할 줄 아는 배우라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함께 호흡을 맞춰보는 것에 기대가 컸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시청자분들이 우리 케미를 더 좋게 봐주시는구나 싶었다." -
특히 정해인은 '엄마친구아들'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첫 도전했다. 그간 '로코퀸' 수식어를 유지했던 정소민에게 '로코 초보' 정해인은 어땠는지 물었다.
"어떤 때는 제가 리드하기도 하고, 반대로 오빠가 '이렇게 해보자' 하면 '너무 좋다' 하면서 리드를 먼저 해주시고 했다. 오빠도 다년간 배우로 쌓아온 노하우가 있는 배우라서 (로코가 처음이라고) 어색한 건 전혀 없더라."
"해인 오빠와는 불편함 없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나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신을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는 점이 정말 좋았다. 그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그런 것들에 대해 (정해인이) 마음을 열어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고, 또 다른 작품에서 호흡을 맞출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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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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