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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란국극단에 속한 단원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드라마 '정년이'를 만난 배우들도 함께 성장했다. 김태리는 "준비하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웠고 그 안의 성취감이 실제 정년이가 느꼈을 성취감처럼 다가왔다"라며 작품에 대한 남다른 의미를 전했다.
1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 파크볼룸에서는 tvN 새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정지인 감독과 배우 김태리, 신예은, 라미란, 정은채, 김윤혜가 참석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정년이'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다. 정지인 감독은 "시골에서 올라온 친구가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국극단에 입단하고, 사람들을 통해 배우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
극 중 김태리는 국극 배우가 되기 위해 목포에서 혈혈단신으로 상경한 소리 천재 '윤정년' 역을 맡아 소리부터 무용, 무대 연기 등 종합공연예술까지 선보인다. 김태리는 "신선한 소재에 끌려서 도전했고, 여러 서사들 속에 담긴 이야기가 마음을 끌었다"라고 작품 선택 이유를 밝히며 "소재를 처음 접했을 때 이렇게 재미있고 신선한 소재가 왜 한 번도 드라마화 안 됐을까 궁금했는데, 막상 준비해 보니 정답은 어려워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태리는 실제 '정년이'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인 만큼, 이번 캐스팅이 더욱 뜻깊다. 정지인 감독은 "태리 씨는 이 원작이 드라마화가 된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부터 캐스팅 0순위였다. 저도 단행본을 산 팬이었는데, 이렇게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사실 태리 씨는 지금 이 모습이 낯설 정도로 정년이 그 자체였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정년이'를 완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묻자 김태리는 "이 작품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소리 수업을 시작해서 꽤 긴 시간 동안 수업을 받았다. 지난 작품이 끝난 이후부터 무용이나 무대 연기 같은 것도 배우고, 정년이가 목포 친구이기 때문에 사투리와 함께 열심히 준비하면서 만들어 갔다"라고 답했다. -
신예은이 연기하는 '허영서'는 노래, 춤, 연기까지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탄탄한 실력에 집안 배경까지 갖춘 자타공인 매란국극단의 엘리트다. 유명한 소프라노인 엄마와 언니의 그늘을 벗어나고자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실력을 인정받고 매란국극단 연구생 중 최고의 인재로 통하게 된 도도한 얼음공주 같은 인물이다.
신예은은 "영서라는 인물과 제가 닮은 점이 생각보다 많은 것 같았다"라며 "제가 표현할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본을 접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신예은은 "준비를 해야 할 것이 많아 과연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도 있었는데, 그런 두려움은 좋은 대본과 선배님들, 감독님, 작가님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다"라며 "확실히 작품을 준비하며 성장하고 나아가는 제 모습을 보면서 매란국극단의 아이들이 극 안에서 성장해 갈 때와 같은 희열을 느꼈고, 작품을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
라미란이 연기하는 '강소복'은 서늘하고도 대쪽 같은 카리스마를 지닌 매란국극단 단장으로, 소리꾼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 여성 국악인들을 모은 후 과감하게 국극단을 시작해 국극의 전성기를 연 장본인이다. 정지인 감독은 "원작에 있는 이미지대로 캐스팅하자면 한정적이었고, 고민을 하며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렸다"라며 "예전에 짧게 단막극을 함께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느낀 에너지가 대본 이상의 것을 표현해 준다고 생각했다. 넓은 스펙트럼으로 소복을 연기해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라미란은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보통 작품에서 예를 들어 우리 작품인 '여성 국극' 소재라면 그게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병원에서 사랑을 하고, 법원에서 사랑을 하고, 또 어디에서 사랑을 하는 그런 식인데 그런 배경이 되는 것이 아닌 '정년이'나 다른 배우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었고, 다양한 공연이 실제로 나오는 것이 좋았다. 그런 부분에서 다름 드라마와 차별점이 있고, 충분히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다만 라미란의 경우 원작은 보지 않았다며 "제가 싱크로율이 가장 떨어질 것 같다. 보통 원작을 보면 잠식당할까 봐 대본으로만 보는 편이다"라며 "얼핏 봤던 강소복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모습일 수 있지만, 그런 것보다는 소복이라는 인물이 예술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인물이기 때문에 대쪽같은 카리스마가 나온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부드럽지만 어떤 지점에 있어서 한없이 날카로운, 내가 매란국극장 강소복이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준비했다"라고 전해 그가 완성할 모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
여기에 문옥경과 서혜랑은 각각 매란에서 남역(남자 주인공)과 여역(여자 주인공)을 도맡는 국극계의 간판스타들로 분한다. 특히 두 사람 모두 이번 작품을 위해 노래와 춤, 무대 연기, 북과 장구 등 많은 것을 준비하고 연습했다고 강조했다.
정은채는 "무대 위에서는 제가 완성형의 주역이기 때문에 그 역할에 걸맞은 무대 장악력과 스케일을 보여주며 여유롭게 연기를 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했다"라고 말했다. 김윤혜 역시 "춤을 정말 지겹도록 춘 것 같다. 춤에서 대단한 실력을 가진 친구라 어색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해보려고 했다"라고 전한 바, 이들의 활약에도 궁금증이 더해진다.[종합②] 편성 논란→메인 캐릭터 삭제까지…정지인 감독이 답한 '정년이' 기사로 이어집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