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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AI 만난 리걸테크, 성장과 한계

기사입력 2024.10.10 09:35
  •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법률 서비스의 혁신은 더 이상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인공지능(AI)이 리걸테크(legaltech)와 만나면서 혁신을 위한 변화의 가속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리걸테크(legaltech)는 기술(technology)과 법률(legal)의 결합어로, 법률 서비스에 기술을 접목해 기존 법률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공지능과 리걸테크는 판례 검색 등 단순한 영역을 넘어 법률계약관리(특허, 상표 등 지적재산권 관리, 계약수명주기 관리, 문서관리), 법률연구(입법동향 파악 등), 법률고객관리(사건 및 고개정보관리),법률플랫폼(변호사 마켓플레이스, 분쟁해결 플랫폼 등), 법률답변 서비스(챗봇), 법률문서작성(브리핑문서, 요약문서) 등 다양한 법률 서비스에서 활용되고 있다.

    법률․계약 정보에 관련한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AI의 도움으로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될 수 있으며, 간단한 법률문서 초안작성, 계약서 검토 등의 업무도 AI를 통해 할 수 있다. 법률소비자는 표준화된 법률 문서 서식을 제공받음으로 전문가 도움 없이 법률문제를 해결하거나, 법률챗봇 등을 통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이혼이나 성범죄와 같은 민감한 주제에 관해 대면 상담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법률전문가와 일반인 간의 지식 간극이 좁아지고, 법률서비스를 AI가 일정 부분 대체하면서 법조분야 위기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처럼 리걸테크는 AI와 결합으로 급성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한계도 존재한다.

    먼저, 정확성과 공정성의 문제이다. 법률분야는 판례, 사례, 국내법령, 해외법령 등 고려요소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결론의 도출이 까다롭다. 할루시네이션(환각), 데이터 편향성으로 인해 AI의 답변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블랙박스 현상으로 인해 AI의 판단 근거가 불분명하다. AI가 내놓은 답변에 오류가 있는 경우, 법률소비자는 경제적인 피해, 인신상의 문제 등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법적인 결론은 하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으며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한 답변이어야 한다. 최근 여러 AI 법률서비스 챗봇이 등장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결국 법률전문가와 상담하라는 멘트로 끝맺고 있다. 리걸테크 개발자들은 AI가 완벽한 수준의 답안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일정 정도의 수준까지 답변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법률의 복잡성으로 인해 결국에는 법률전문가의 추가 검토를 거쳐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EU AI법은 법 집행, 사법 분야를 고위험 분야로 지정했다.

    다음으로, 학습데이터 확보와 저작권, 개인정보의 문제이다. 법조계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속도가 더딘 편이다. 로펌마다 서면이 전자화된 수준과 형태가 다르며, 이를 통합하여 관리하고 있는 곳도 많지 않다. 법원 또한 민사소송에는 전자소송을 도입했지만, 아직 형사소송 분야에는 전자소송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학습할 양질의 데이터를 다수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습데이터로 사용될 법률 자문서나 소송 서면의 저작권 귀속문제, 개인정보와 민감한 사생활, 기업의 영업비밀 노출 우려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 변호사법 위반의 문제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어, 변호사 대신 법률 자문을 제공하는 챗봇이 변호사법 위반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형량예측 서비스를 제공하였던 로톡은 10개월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고, AI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였던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AI개발에 참여했던 변호사들이 대한변호사협회의 징계심사를 받기도 했다.

    리걸테크의 계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AI의 한계인 할루시네이션, 데이터 편향성, 공정성 문제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며, 법률 시장을 이해하는 엔지니어 및 데이터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법률 정보와 서면의 표준화, 인프라 구축을 통해 리걸테크의 발전을 뒷받침하고, 학습데이터와 관련한 저작권,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변호사법 위반 문제와 대한변호사협회와의 갈등 문제도 중요한 해결 과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필요하다면 리걸테크 관련 규정의 개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AI가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적절한지, 어떠한 역할은 적절하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래야 개발자들도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게 될 것이며, 법률서비스 제공자, 법률소비자 모두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리걸테크와 AI의 결합은 법률 서비스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그러나 무한한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법적, 윤리적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리걸테크가 지닌 한계 요소를 극복하고,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된다면, 리걸테크는 법률 서비스의 혁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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