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몇 초 만에 우울증부터 각종 암 예측… 체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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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병원에 나타날 ‘인공지능(AI) 보조 의사‘가 한 곳에 모였다. 4일 방문한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OSPITAL+HEALTH FAIR 2024, KHF) 2024’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에서 의료 현장에 쓰일 다양한 AI 보조의사를 만났다. NIPA는 ‘닥터앤서 2.0’ 사업을 통해 뇌경색부터 간암, 폐암, 폐렴, 위암, 갑상선암, 고혈압, 간질환, 전립선증식증, 당뇨병, 피부질환, 우울증 등 질환 진단을 돕는 AI 보조 의사들을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뇌경색 환자가 발생하면 발병 시간이 중요하다. 4.5시간이 지났는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뇌혈관을 막는 혈전을 녹이는 혈전 용해제를 사용할지 아닐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날 NIPA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에서는 중요한 의사의 판단을 도와줄 수 있는 AI 보조의사를 볼 수 있었다. 서울아산병원과 뉴냅스가 개발한 뇌경색 발병 예측 AI 보조의사다. 뇌 MR 영상을 단숨에 분석해 발병 시각을 추정하고, 4.5시간 이내일 확률이 69%라는 퍼센트 결과와 함께 제공한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환자의 골든타임 시간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고 처방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홍지훈 뉴냅스 선임은 “아산 병원에서 700명의 데이터를 받아 모델을 구축했고 지난달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며 “전문의가 부족한 의료 현장에서 빠르게 쓸 수 있는 설루션이다”라고 설명했다.
피부질환을 예측하는 AI 보조의사에도 관람객들이 모여들었다. 모발 이식에서 필요한 모발 수는 비용과 직결되지만, 현재는 의사의 육안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 AI가 잘하는 것은 사람들이 볼 수 없는 이미지를 단숨에 많이 보는 일이다. 닥터앤서는 AI 분석을 통해 모발 밀도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또 간단한 사진 촬영만으로 피부암까지 예측할 수 있다. 라이프시맨틱스와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남대병원이 개발했다.
이날 소개된 AI 보조의사들은 NIPA 닥터앤서 2.0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이 사업은 의료 현장에 AI 기반 정밀 의료가 실현될 수 있도록 기업과 병원이 힘을 합친 사업이다. 질병 예측·분석, 진단 보조, 치료지원, 예후 관리 등 진료 전 주기적 관점에서 의료진의 진료를 지원하는 AI 정밀의료 소프트웨어 개발해 임상 검증과 인허가까지 일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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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 시작된 닥터앤서 2.0은 오는 12월 사업 기간이 완료돼 이제까지 개발해 온 기술들이 상용화 돼 결실이 맺는다. 이는 곧 병원에 도입될 기술들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대부분의 기술들이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거나 진행 중이다. 올해 말까지 허가와 실증이 진행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병원에 도입될 예정이다. 이날 닥터앤서 2.0부스에서는 이러한 기술들을 미리 시민들이 체험할 수 있게 뇌경색부터 간암, 폐암, 폐렴, 위암, 갑상선암 등 12개 질환에 대한 AI 기반 의료 SW들의 체험존과 시연존을 마련했다.
닥터앤서 2.0은 가천대길병원, 가톨릭대서울성모병원, 경북대병원, 고려대안산병원, 부산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아주대병원, 전남대병원, 충북대 병원 등 30개 이상의 의료기관과 인피니트헬스케어, 라이프시맨틱스, 제이엘케이, 딥노이드, 플랜잇헬스케어, 아크릴, 메디컬아이피, 뉴냅스, 코아아이티, 아이도트 등 19개 ICT 등 기업이 참여했다.
이제까지 닥터앤서 사업으로 12개 진환 의료 학습 데이터를 구축했으며, 24개 AI 의료 SW가 개발됐다. 이날은 9월 의료기기 인허가 획득을 한 AI 의료 설루션이 다수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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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증 예측부터 소아·성인 폐렴 예측까지
이날 NIPA 디지털헬스케어 특별관에는 AI 기반 의료 설루션이 총집합해 미래의료 혁신의 모습이 펼쳐졌다. 이른바 닥터앤서 2.0 설루션들이다. 우울증부터 피부암, 소아·성인 폐렴 예측까지 관람객들이 체험해 볼 수 있는 ‘닥터앤서’ AI 기반 SW 체험이 가득했다.
문진표를 작성하고 간단한 검사만으로 폐렴을 예측해 볼 수 있는 체험에도 관람객이 북적였다. 이는 1차 병원에서 X-RAY 없이 문진표와 피검사만으로 폐렴 진단을 도울 수 있는 SW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이지케어텍은 성인 폐렴을, 분당서울대병원과 플랜잇헬스케어가 소아청소년 폐렴을 문진 수준의 기초 임상 데이터를 가지고 예측하는 SW를 개발했다.
현재 소아청소년 폐렴 진단 SW는 식약처 의료기기 허가를 받은 상태다. 플랜잇헬스케어 관계자는 “소아 폐렴의 경우 바이러스성 폐렴에는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가 없지만 오남용하는 경우가 있다”며 “X-ray가 없는 1차 병원에서도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문진표와 혈액 검사 기반으로 소아 폐렴을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SW”라고 설명했다. 이어 “엑스레이를 찍지 않아도 예측 정확도가 96% 가까이 나왔다”며 “오는 11월까지 4개 병원에서 실증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날 많은 관람객들은 문진표를 작성하면서 폐렴 AI 예측 설루션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에서 의료 시스템 공부를 하는 한 관람객은 “폐질환에 대한 집안 내력이 있어서 폐질환 AI 설루션을 주목해 봤고, 이러한 기술이 환자들에게 많이 적용됐으면 좋겠다”며 “사실 폐렴 등 항생제에 대해 환자한테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가 많으며, 이러한 부분도 향후 AI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휴먼 헬스 시스템(Human Health System)에 대해 관심이 많으며, 의료 시스템을 비교하기 좋은 박람회”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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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암 진단 돕는 AI
AI로 위내시경을 분석하고 위암도 예측한다. 위내시경을 하면서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미세한 부분을 AI가 찾아 직관적인 빨간 네모 상자로 표시해 준다. 가천대학교길병원과 인하대병원, 국립암센터와 인피니트헬스케어가 개발한 SW다. 피씨티는 가천대길병원, 인하대병원, 국립암센터와 위암을 예측하는 SW를 개발했다. 건강 검진 문진 데이터와 EMR 데이터(과거 영상 판독 소견, 혈액검사 데이터) 위내시경 영상에서 직관적인 빨간 네모 상자가 보인다. 위암 예측 AI 설루션도 지난달 6일 식약처 의료기기 인허가를 획득했다.
일반 CT와 방사능 농도 차이가 10분의 1인 저선량 CT 폐암 판독 지원 SW와 CT와 PET-CT를 활용한 영상기반 폐암 판독 지원 SW도 눈에 띄었다. 딥노이드 관계자는 “저선량 CT는 일반 CT보다 방사능 수치가 낮지만 영상이 선명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며 “AI로 영상 화질을 높여 폐 결절을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CT 같은 경우 한 환자에서 200에서 300장의 사진이 나온다. 이 많은 사진 중 폐 결절이 의심되는 부분을 골라 AI가 알려준다.
피부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부암을 진단할 수 있는 AI 설루션도 개발됐다. 라이프시맨틱스는 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남대병원과 피부암 감별 진단 보조 AI 피부과 의사를 만들었다. 스마트폰으로 사진만 찍으면 AI가 피부암인지 아닌지 위험도를 파악해 알려준다. 라이프시맨틱스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가볍게 찍을 수 있으면 현재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개발됐다”며 “향후 일반 시민들도 간단히 애플리케이션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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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기반 의료 설루션 한 곳에…닥터앤서 2.0 공통 플랫폼 올해 하반기 도입
이날 전시장에서 선보인 12개 질환 예측·보조 AI 시스템 등 닥터앤서 2.0을 통해 개발된 AI 보조 의사들을 한 플랫폼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티쓰리큐는 의료 AI 데이터와 설루션들을 하나로 모아 공통 플랫폼으로 작동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티쓰리큐가 구축 중이 닥터앤서 2.0 홈페이지는 병원마다 이용하는 의료 AI SW를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티쓰리큐 관계자는 “의사 선생님이 필요한 SW를 비교하고 검색,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 플랫폼”이라며 “하반기부터 계약 관계를 구축해서 운영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NIPA는 올해 AI 의료 SW 사업화를 마무리하고 닥터앤서 3.0 사업을 새롭게 시작할 예정이다. NIPA 관계자는 “현재 기업들인 식약처 의료 기기 인증을 마무리하고 실증에 들어가 있다”며 “닥터앤서 플랫폼이 완성되면 한 곳에서 다양한 질환의 AI 보조 의사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닥터앤서 2.0에서 12개의 질환에 집중했다면 3.0은 예후 관리를 집중하는 방향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고 추후 닥터앤서 3.0 사업에 대해 귀띔했다.
- 구아현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