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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더위에 ‘감기약’도 녹았다…변질 의약품 섭취 주의

기사입력 2024.09.30 06:00
  • 최근 감기에 걸린 A씨는 상비약으로 사다 둔 종합감기약을 개봉하다 끈적한 액체가 흘러나온 것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포장을 뜯을 때 연질캡슐이 터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다른 캡슐을 확인해 보니 아직 뜯지 않은 포장 속 감기약이 모두 터진 상태였다. 함께 사두었던 밀봉 상태의 다른 제품 역시 같은 형태로 연질캡슐이 파손되어 있었다. A씨는 “자주 구매하는 제품인데 밀봉 상태의 약이 터진 것은 처음 본다”며, “생산 당시부터 불량이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 연질캡슐 제형의 종합감기약이 포장 속에서 터져버렸다. /사진=김정아 기자
    ▲ 연질캡슐 제형의 종합감기약이 포장 속에서 터져버렸다. /사진=김정아 기자

    일부 항생제 등 냉장 보관이 필요한 일부 의약품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약품은 실온 보관이 원칙이다. 하지만 올해 여름처럼 장기간 폭염이 이어진 경우 실온에서도 의약품이 변질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의약품 보관 온도인 실온의 기준이 1~30℃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약전에 명시된 보관 온도 중 상온은 15~25℃, 실온은 1~30℃, 냉소는 1∼15℃, 냉장은 2∼8℃를 뜻한다. 특히, 연질캡슐은 다른 제형보다 온도나 습도에 민감해 보관 온도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국내 최대 연질캡슐 제조 기업인 알피바이오는 “연질캡슐이 설정된 보관 조건에서 자연적으로 터지는 경우는 없지만, 권장온도를 벗어나는 경우에는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상이 변하거나 녹아 터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연질캡슐 특성상 누액, 기포, 반점, 인쇄 등 공정 중에 불량이 발생할 수는 있으나, 여러 차례의 선별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터진 불량 캡슐이 출고되기는 어렵다”며, 캡슐이 터질 경우 내용액이 다른 캡슐에 묻는 문제 등으로 후속 공정으로 넘어가는 것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 포장 속에서 터져버린 연질캡슐.
    ▲ 포장 속에서 터져버린 연질캡슐.

    실제 전문가들은 실내 기온이 의약품 표준 보관 온도를 벗어나기 쉬운 여름철에는 음식처럼 의약품도 보관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의약품이 고온에 방치될 경우 변질되거나 약효가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연질캡슐뿐만 아니라 액상 제제, 분말 제제, 연고류 등도 마찬가지다. 또한, 고온 노출을 막는다고 냉장 보관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제품 손상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의약품은 성분 및 포장 방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보관 방법이 달라지므로, 포장 용기 및 제품 설명서에 명시된 보관 방법을 확인해 보관해야 한다.

    습기에 약한 의약품은 PTP 포장을 하거나, 빛에 약한 의약품은 어두운 색깔로 코팅된 용기로 차광 포장을 하므로 약품 보관 시 포장 상태를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복용 직전에 개봉해야 한다.

    가루약은 일반 정제(알약)보다 습기에 약하므로 서늘하고 건조한 장소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럽제(액제)는 개봉 전후의 보관 방법이 달라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포장 용기에 기재된 보관 방법은 개봉 전에 해당하는 내용이므로, 개봉 후나 건조 시럽 조제 후의 보관 방법은 제품 설명서를 확인해야 한다.

    성상이나 형질이 달라진 의약품은 변질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손상된 의약품은 약효를 나타내는 성분이 줄어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불순물이 생겨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손상된 의약품을 발견했다면, 해당 약을 구입한 약국에 가져가 문의하도록 한다. 손상된 의약품은 약국을 통해 제조사에 전달되어 다각도로 원인 조사를 하게 되며, 제품 자체의 품질 문제일 경우 교환이나 환불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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