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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건, 판타지에서 땅으로…잘생긴 남편·친구 같은 아빠의 삶 [인터뷰]

기사입력 2024.09.29.00:01
  •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보통의 가족' 속 저는 외적으로 현실에 발붙인 캐릭터이고, 실제 있을 법한 사람의 모습이다. 배우로서, 되게 새로운 시작 같은 느낌이 든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할 때의 마음가짐도 많이 바뀌었다. 제 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표현하는 것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배우 장동건이 말했다. 오는 10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보통의 가족'은 마주 앉게 된 형제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변호사인 재완(설경구)과 그의 어린 후처 지수(수현), 의사인 동생 재규(장동건)와 연상의 아내 연경(김희애)가 테이블을 중간에 두고 앉았다. 그리고 그들의 테이블 위에는 '걸리지 않을' 범죄를 저지른 두 자녀의 이야기가 있다. 과연, 부모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장동건은 의사 동생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잘나가는 것 같지만 형을 향한 열등감이 있고, 아내를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것 같지만 미묘한 불만이 있다. 그리고 늘 정의롭고 다정한 의사인 것 같지만, 이중적인 모습이 있다. '보통의 가족' 속에는 실제로 배우이자 남편이자 아빠인 '보통의 사람' 장동건의 얼굴이 담겼다.

  •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Q. 전작 '태극기 휘날리며', '친구' 등의 작품과 달리, 재규는 굉장히 남편이자 아빠로 현실적인 캐릭터였다. 작품을 처음 제안받고 어떤 느낌이었나.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허진호 감독님께서 연출을 맡으셨고, 설경구 배우가 캐스팅된 상태였다. 기존에 했던 캐릭터가 아닌, 정말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라는 점이 되게 좋았다. '내가 이런 역할을 해본 적이 많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저도 자식을 키우고 있으니, 그의 심정이 잘 이해됐다. 다시 한번 잘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재규 내면의 어떤 지점을 꺼낼 수 있는 캐릭터라고 깊이 생각을 이어갔다.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하기에 좋은 경험이 될거라고 생각했다."

    Q. 재규는 타인에게 이타적인 소아과 의사이지만, 아내 연경(김희애)에게나 아들에게는 어쩌면 이기적인 면모도 있다. 그를 어떻게 이해했나.

    "약간의 비겁하고 찌질한 모습이 있는 게 좋았다. 형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이 저에게도 투영이 됐다. 공식 석상에서 제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라고 말씀드렸는데, '보통의 가족'을 하면서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사람이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그 사람의 성격, 인성, 가치관, 삶의 방향 등이 결정되는 것 같다.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이기적인 선택도 잘못된 선택도 하게 된다. 그러면 잘못된 선택을 한 번 했지만, 옳은 선택을 10번 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재규도 굉장히 옳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했던 사람 같다. 그런 선택들이 쌓여서 '재규'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을 만들고, 또 그 시선에 맞춰서 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지점이 선한 캐릭터의 전형성에서 조금 더 사람에 대해 깊이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Q. 김희애와 금실이 좋은 듯하면서도 어딘가 기묘한 부부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현장에서 어땠나.

    "가장 걱정이 김희애 선배님과 부부 호흡을 하는 거였다. 차에서 재규와 연경이 대화하는 장면은 지금 봐도 약간 오글거린다. 그 장면을 김희애 선배님과 만나서 처음으로 촬영한 장면이라 더 그렇기도 했다. 부부 연기도 처음이었다. 김희애 선배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제가 연기하면, 대사의 톤이나 리액션 등이 다르게 온다. 그런데 그 지점으로 연기하면서 '맞아, 맞아'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배님 덕분에 저까지 괜찮아진 것 같다. 첫 저녁 식사 때, 어머니를 어디에서 모실 것인가라는 이슈로 이야기하고, 밖에서 재규가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연경이 온다. 저는 두 사람의 의견 충돌이 있어서 다툴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김희애 선배님은 오셔서 살짝 팔짱을 끼며 몸을 기대더라. 그때 '이 장면을 어떻게 할지 알겠다' 싶었다. 김희애 선배님께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재규 캐릭터는 결국 충격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지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

    "시나리오를 볼 때, 촬영을 할 때, 그리고 얼마 전에 영화를 다시 봤을 때마다 '재규는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이 있다. 재규가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를 켜켜이 쌓아간 지점이 있다. 아들과 캐치볼을 하고, 아들이 울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는 제가 가슴이 찢어지더라. 내용을 다 아는 데도 마음이 그랬다. 그리고 아들이 잠자는 모습을 방에 들어가서 보고, 아들과 통화하는 장면도 있었고, 감정을 쌓아가는 장면이 몇 장면 더 있었는데 편집 과정에서 없어졌다. 재규는 마음의 결정을 미리 내린 건 아닌 것 같다. 본인의 가치관, 다른 사람들의 시선 등을 의식하며 살아가다가 결국 본성에 의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그 선택은 아들을 위한 선택이었을 것 같다."

  •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영화 '보통의 가족' 스틸컷/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Q. 실제로 부모이기에 재규에게 더 몰입했다고 했다. 실제로 나라면, '걸리지 않을' 범죄를 저지를 자녀를 앞에 두고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것과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정말 답을 아무도 모른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사실 정답이 있다. 그런데 내 일이 되면, 답이 없다. 그리고 지금 그 답을 생각할지라도,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촬영하며 많이 돌아보게 됐다. 그럴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조금 더 깊이 저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이유에서 관객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해 드릴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Q. 공식 석상에서 '보통의 가족' 팀이 '자식은 부모 마음대로 안 된다'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스스로 '아빠 장동건'은 어떤가.


    "사실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을, 촬영을 마친 후 지었다. 그래서 촬영하면서 제목을 어떻게 지을지 서로 이야기를 많이 했다. 농담처럼 '자식이 웬수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이야기도 했다. (웃음) 현장에서 모두 자식을 키우고 있었고, 부모로서 공감되는 지점도 많았다. 저는 중학교 2학년 아들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이 있다. 아들이 사춘기 나이가 되었긴 하지만, 그 단계까지는 안 와서 사이가 굉장히 좋은 편이다. 그런데 아들보다 딸하고 굉장히 죽이 잘 맞아서 잘 논다. 딸아이가 좀 야무진 캐릭터이면서도 개그 캐릭터이다. 대화가 잘 되고, 농담도 받아칠 정도다. 딸이랑 지내는 시간이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제가 처음 아기를 만났을 때 했던 '아빠의 근엄한 모습'은 거의 없어진 것 같다. (웃음)"

  •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Q. 재규는 아들에게 '정정당당해지자'라는 자신의 교육관을 전한다. '아빠 장동건'이 가진 교육관도 있을까.

    "재규가 아들에게 말했던 상황은 사실 자기 입장이 많이 반영된 거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몰랐겠지만, 진심과 자기의 입장, 두 가지를 모두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아빠인 저는, 아이들에게 사실 '이래라저래라'라는 말을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제 아들, 딸 나이 때의 제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살면서 깨달아가는 것은 부모가 해준 직접적인 말에 의한 가르침은 아니었던 것 같다. 때로는 친구의 영향이 있었고, 환경의 영향도 있었고, 타고난 성향도 있는 것 같다. 잘못 가고 있는 것들만 직접적인 언어로 표현하는 편이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을 때, 옆에 아이들이 있다면 그럴 때 아이들을 많이 의식하는 편이다. 오히려 말보다, 아빠의 행동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아내이자 배우 고소영과도 작품 속 이야기를 한 적 있나.


    "처음 '보통의 가족' 제안을 받았을 때 이야기했다. '더 디너'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고 했다. 같은 소설을 영화화한 두 편의 영화도 같이 봤다. 그 영화만 봤을 때 '재완'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아내는 동생 '재규'가 더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그때는 역할이 정해진 상태이긴 했다. 하지만, 아내의 말에 재규 역할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됐다. '왜 아내가 재규가 어울린다고 했을까?' 생각해 보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도 알겠더라. 하지만, '보통의 가족' 속 아이들의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없다. 한가지 조금 걱정되는 지점이 '아이들을 너무 나쁘게 그린 건 아닐까'라는 지점이다. 작품 속에 등장한 아이들은 부모들이 가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한 것을 차용해 만들어진 캐릭터 같다."

  • 사진 : 고소영 인스타그램
    ▲ 사진 : 고소영 인스타그램

    Q. 고소영의 배우로서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함께 작품 이야기를 할 때 고소영의 갈증은 느껴지지 않았나.

    "작품 섭외가 오면, 서로 시나리오도 같이 본다. 다만, 완성된 작품을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아내의 공백기가 길어지는 건) 아쉽다. 본인도 그런 지점에서 목마름이 있다. 아내에게 가끔 제안이 오기도 한다. 그런데 공백기가 길어질수록,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내가 잘할 수 있을까?' 염려도 많아진다.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

    Q. 지난 6월 유튜브 채널 '김나영의 nofilterTV'에 고소영이 출연해 '잘생겼는데 말 안 들으면 더 짜증 난다'라는 말로 화제가 됐다.

    "제가 나름대로 고집이 있나 보다. (웃음) 지금까지 결혼 생활의 데이터를 축적해서 확률적으로 생각할 때, 제가 아내의 말을 들었을 때 훨씬 더 좋은 일들이 생겼다. 그걸 경험으로 안다. 그래도 어떤 순간, 제가 굽히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것을 재미있게 말한 것 같다. '왜 그랬어?'라고 따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 영화 '보통의 가족'에서 재규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 사진 : (주)하이브미디어코프, (주)마인드마크

    Q. '보통의 가족'으로 새로운 얼굴을 스크린에 선보였다. 앞서 '배우로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과거 주진모의 핸드폰 해킹 사건으로 문자 내용이 유출된 후,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되며 겪은 오랜 공백기를 마치고 복귀해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을까.

    "예전과 다른 마음이 든다. 이제는 '굉장히 소중하다'라는 것을 안다. 제가 20대 초반에 데뷔해서, 그때부터 알려지고,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 그때보다 현장과 대사 한마디, 이런 것들이 사실 예전보다 너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게 당연한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또 역으로는 내 안에서 이런 변화들이 생기는구나 느끼게 됐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과거에는 작품을 선택할 때 굉장히 까다로워졌었다. 80%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도, 걸리는 10% 단점을 더 크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본의 장점을 더 많이 보고, 채워나갈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한다. 제가 30년 넘게 배우로 살아온 기간에 비해서 작품 수가 많이 모자란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작품의 촬영은 이미 마쳤다. 그 영화도 사실 누아르 장르다. 하지만 과거 같은 장르의 영화를 촬영할 때와 마음가짐은 달랐다. 그리고 연기도 조금 더 자유롭게 했다. 오랜만에 비로소 저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것들이 '보통의 가족'을 하면서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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