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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강점인 화려한 비주얼을 놓지 않았던 손나은이 이번엔 그 누구보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으로 대중의 호감을 샀다. 드라마 '가족X멜로' 속 K장녀 캐릭터로 누군가에겐 공감을, 또 다른 이에겐 위로를 준 손나은과 작품 종영 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가족X멜로'는 11년 전에 내다 버린 아빠가 우리 집 건물주로 컴백하며 벌어지는 피 튀기는 패밀리 멜로로, 극 중 손나은은 집안의 기둥이자 갑자기 찾아온 아빠를 견제하는 장녀 '변미래' 역을 맡았다. 미래는 살아돌아온 아빠 '변무진(지진희)'에게서 엄마와 가정을 지키려 노력하는 인물이다. 그와중에 회사일과 로맨스까지, 가장 바쁜 역할을 소화해야했던 손나은은 "미래가 하는 일이 많았다"라며 "미래 자체가 매사에 충실한 인물이기 때문에 저 역시 충실하게 연기하려고 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미래라는 캐릭터로 이전과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성장해나가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스스로 '이 작품을 잘 끝내고 나면 한 걸음의 성장이 있지 않을까. 단단해져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다"라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
손나은 역시 실제 장녀였기에, 미래에게 더욱 정이 갔다. "장녀로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라고 말한 손나은은 "미래는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친구라 생각한다. 저도 이쪽에서 십 년 넘게 일을 하고 있다 보니까 책임감 면에서는 강하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다. 일상적인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갔다. 엄마랑 투닥거리는 신에선 정말 나랑 엄마 같았고, 직접 말하지 못하는 걸 강아지한테 이야기하는 부분도 진짜 나 같았다. 실제 엄마랑 싸웠을 때 생각이 나고 재밌는 신이 많았던 것 같다"라며 싱크로율을 전했다.
손나은은 엄마가 대본 연습 상대가 되어주곤 한다며 작품을 본 모친의 반응을 덧붙였다. "엄마도 '이 장면은 딱 너 같아' 하시기도 했다"라며 미소 지은 손나은은 "대본을 쳐줄 사람이 필요해서 가끔 엄마가 도와주신다. 엄마가 대사를 쳐주신 덕분에 모녀 신이 더 잘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여담을 전했다. -
만성피로를 달고 사는 N년차 직장인 변미래에게는 5샷 아메리카노가 아침밥이자 영양제다. 손나은은 현실 직장인을 고증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디테일을 더했다.
"스타일링이나 비주얼적인 것도 연기의 기본이고 중요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었다. 미래가 4년 차 직장인이고 MD라는 직업이라 내근과 외근을 하면서 뛰어다닐 수 있게 그렇게 일상적이고 편하면서도 갖춰져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직장인들이 어떻게 다니시는지 지켜봤다. 태블릿 PC나 서류를 들고 다닐 수 있는 빅백, 그리고 파이브샷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패션의 완성인 것 같더라.(웃음)"
"'손나은인지 못 알아봤다'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데뷔 이후에 가장 큰 헤어스타일 변화를 줬다. 긴 머리를 자르고 앞머리까지 낸다는 게 쉽지 않았다. 굉장히 큰 결심이 필요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다." -
손나은은 '가족X멜로'에서 가장 많은 관계성을 다뤄야 했다. 특히 엄마 '금애연'(김지수), 연인으로 발전하는 '남태평'(최민호)과 함께하는 모녀, 로맨스 케미가 주 임무였다. 손나은은 찰떡같은 호흡을 위해 촬영 전부터 힘을 쏟았다.
"김지수 선배님과는 촬영 전부터 자주 만났다. 극 중에서 엄마와 딸이고, 애틋한 모녀 관계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편하고 친근한 모습을 (시청자분들께)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선배님께서도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기도 했다. 집이 가까워서 함께 밥을 먹고 한강 산책도 하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자주 만난 덕에 현장에서 케미가 좋았던 것 같다.""선배님께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선배님께서 애연뿐만 아니라 미래나 무진에 대해서도 연구를 많이 하셨더라. '미래는 이럴 것 같아'하시면서 조언해 주셨다. 작품을 준비하는 입장이자 후배로서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가수 겸 배우로 활동하며 안면이 있던 최민호와는 '가족X멜로'를 통해 더 친근한 사이가 됐다. 지난 2017년 드라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잠깐 호흡을 맞추기도 했던 두 사람. 손나은은 "또래이기도 하고 활동하면서 오며 가며 마주친 적도 많다. 드라마에서 짧게 호흡을 맞춘 적도 있었는데, 오래된 일이라 새로운 마음으로 호흡을 맞췄다"라며 "선배님이 편하게 대해주셔서 저도 편하게 임할 수 있었다. 우선 내적 친밀감이 있다보니까 현장에서도 태평과의 신이 더 재밌게 나올 수 있었다." -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오래 달고 있던 손나은이다. 연기 초반에는 혹평도 있었다. 점점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며 배우로서의 틀을 다진 손나은은 '가족X멜로'를 통해 성장을 입증했다. 화려하지 않아도 호감인, 평범해서 더 예쁜 '미래'로 연기 호평을 이끌었다. 반응을 찾아봤는지 묻자, 손나은은 수줍은 기색을 드러냈다.
"사실 저는 반응을 다 찾아본다. 저도 연차가 있다 보니까 안 좋은 말에 크게 흔들리지는 않는데, 어쨌든 저도 늘 만족하지는 못한다.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좋게 봐주시는 반응에 대해서는 감사하다. 좋은 소리든 쓴소리든 받아들이려고 한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특히 이번에는 제 캐릭터에 공감해 주시는 댓글이 많아서 정말 기분이 좋더라. 그저 감사했다."
쓴소리도 달게 받는 법을 알기까지는 남모를 시간이 있었을 터다. 손나은은 과거 연기력 논란이 일었던 때를 떠올리며 운을 뗐다. 연기력 뿐만 아니라 마음가짐도 한층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예전에는 제가 작품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속상하기도 했다. 그 계기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전환점,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젠 결과에 있어서는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쓴소리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
30대에 접어든 손나은은 배우로서의 목표와 바람을 덧붙였다. "배우로서는 시작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다. 도전하고 싶은 분야와 캐릭터가 너무 많다.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 액션도 해보고 싶고 통쾌한 사이다 같은 스토리도 하고 싶다"라며 "그냥 오래 꾸준하게 일하고 싶다. 이 일이 너무 좋고 욕심도 많다. 계속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손나은이다.
"예전에는 빨리 성숙해지고 싶었는데 막상 서른이 되니까 조금 혼란스러웠던 것 같다. 요즘 마음먹고 있는 건 조급해하지 말자는 거다. 내 페이스대로, 주어진 것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 더 멋진 배우로 성장해있지 않을까 싶다. 욕심을 내되 너무 크게 욕심부리지 말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며 충실하게 해나가자라는 마음을 먹고 있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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