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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녀가 범죄를 저질렀다. 피해자는 사망했고, 이대로 사건은 묻힐 것 같다. 그렇다면, 자녀가 법의 심판을 받게 할 수 있을까. 영화 '보통의 가족'이 묻는다.
2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영화 '보통의 가족' 언론시사회가 진행돼 허진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이 참석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영화.
'보통의 가족'은 로튼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 전 세계 유수 영화제 초청 19회라는 독보적인 기록으로 전 세계 언론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국내 개봉 전부터 화제작으로 올라섰다. 개봉을 앞두고 허진호 감독은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이고 1년 만에 한국에서 여러분들을 만나게 됐다. 어느 때보다 떨리고 설렌다"라고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된 소감을 전했다. -
'보통의 가족'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허진호 감독은 "처음 대본을 받고, 제안을 받았다. 이 소설을 기반으로 그동안 만들어진 영화를 모두 봤고, 소설도 읽었다. 만들어진 영화도 훌륭했다. 이걸 다시 잘 만들 수 있겠느냐고 고민했다. 저도 '숨길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를 아이들을 두고 부모가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에 저도 자식이 있기에 공감이 갔다. 이야기의 틀을 지금 한국 사회에 가지고 와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용기를 내 하게 됐다"라고 한국 영화 '보통의 가족'으로 만든 이유를 설명했다.
제목처럼 재완(설경구)과 재규(장동건) 형제의 가족이 이야기의 중심에 선다. 재완과 재규의 아이들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이를 두고 변호사인 재완과 그의 후처 지수(수현), 소아과 의사인 재규와 그의 아내 연경(김희애)가 한자리에 모인다. 작품 속에서는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는 문제를 두고 만난 네 사람의 첫 번째 저녁 식사와 아이들이 범죄를 저지른 후 만난 두 번의 저녁 식사를 중심으로 흐른다. 허진호 감독은 "카메라를 세 대 정도 두고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찍었다. 배우들의 미세한 심리적인 변화들이나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첫 번째 디너는 영화의 시작이고, 인물을 소개하는 장면들이라 조금 유머도 있다. 두 번째 디너는 아이들의 사고를 알고 난 후,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들, 세 번째 디너는 인물들의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분을 많이 신경 써서 찍었다"라고 깊은 고민으로 완성된 장면임을 전했다. -
각기 다른 무드의 세 번의 저녁 식사는 배우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의 연기를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열등감이 공존하는 형제의 미묘한 감정선부터 연상의 아내인 연경이 한참 어린 지수의 '동서'가 된 것까지 가족 사이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때로는 보는 이들을 웃게 하고, 때로는 숨을 막히게 한다. 이에 설경구는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감독님이 8번 했다고 했는데, 저희는 100컷을 넘게 찍었다. 해도 해도 끝이 안 났다"라고 전했고, 장동건은 "세 번의 식사 장면이 각자 주제가 다르고 감정이 다르다. 촬영하면서 그 장면 찍을 때가 배우들이 아주 힘들었다.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은 많이 없지만, 네 명의 입장이 다 다르고, 심리들을 표현해야 하고, 그것을 너무 드러낼 수도 없고, 한쪽이 이렇게 표현하면 다른 쪽에서 리액션을 하는, 네 명의 유기적인 관계가 있었다. 세심하게 조율해야 해서 기가 빨리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장동건은 설경구와의 형제 호흡에 대해 "처음에는 동생 재규가 재완을 조금 더 질투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쪽으로 해석했다"라며 허진호 감독과 많은 대화로 완성했음을 전했다. 이어 "설경구와 연기하며 많이 배웠다. 흥부, 놀부 장면은 치열하게 다투는 걸 준비하고 갔는데 설경구는 여유롭게 받아치더라. 처음 리허설과는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표현됐다. 나갈 때 '흥부'를 덧붙인 건 설경구 애드리브였다. 그런 게 현실감 있고 영화에도 맞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
무거운 화두를 던지지만, '보통의 가족'에는 '부조리극' 같은 빵 터지는 웃음 코드도 존재한다. 특히 재완(설경구)이 "너는 왜 그걸 이해 못 하는데"라고 큰소리치는 장면은 관객의 빵 터지게 했다. 설경구는 "촬영 현장에서도 빵 터졌다. 그다음부터 제가 입만 떼도 웃더라. 그래서 그 장면에서 눈을 안 보고 소리 질렀다. 장동건도 아까 보자마자 빵 터지더라. 저는 심각하게 했는데 왜 웃는지 모르겠다"라며 웃음 지었다.
허진호 감독은 "부조리극 같은 느낌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에 대해 "숨길 수 있는 범죄를 저지를 아이들 앞에서, 두 가족의 행동이 특별할 수도 있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질 때 어떻게 할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보통의 가족'이라는 제목이 좋았다. 역설적이고 반어적인 느낌도 있었다. 영화를 본 후 제목이 또다시 영화를 생각하게 해주는 제목이 아닐까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의 각기 다른 자리에서 펼쳐지는 깊은 내공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는 영화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9일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