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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전기차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앞세우거나 주행거리와 같은 효율성과 경제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럭셔리를 강조해 내놓고 있다.
스웨디시 럭셔리 '볼보자동차(이하 볼보)'는 9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안전 기술과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으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볼보의 안전을 상징하는 기존 플래그십 SUV XC90 전기차 버전이라 할 수 있는 EX90은 전기로 탄생하고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앞으로 볼보의 방향성을 구현하는 모델이다. 2022년 하반기에 공개한 이 모델은 볼보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SUV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개선을 통해 최근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으며, 미국 판매를 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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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가장 먼저 7인승 전기 SUV 'EX90'을 시승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서남부쪽에 위치한 뉴포트 비치를 찾았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아래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 주의 대표 부촌인 이곳은 신차의 럭셔리한 디자인과 지능형 안전 기술 그리고 강력한 주행 성능을 담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2030년까지 전기차 브랜드로 전환을 선언한 볼보는 우아하고 간결한 디자인을 추구한다. 새로운 EX90 역시 불필요한 디자인 요소를 최대한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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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90의 첫인상은 우아하고 세련됐다. 플래그십다운 웅장함과 당당함에 볼보 특유의 정갈한 디자인이 더해져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여준다.
EX90은 기존의 어떤 모델보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전함과 우아함 그리고 효율적인 전기 패밀리카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볼보의 디자이너와 몇 세대에 걸친 다른 스칸디나비아 디자이너들이 여러 차례 증명했듯이, 실용성과 안전성을 위해 굳이 아름다움을 포기할 필요는 없었다.
전기차의 외관을 만들고 구성할 때 디자인을 통해 효율 증대가 중요한 요소다. 공기저항은 효율성의 적이기 때문에 좋은 전기차라면 부드럽고 매끈하며 간결한 표면을 갖춘다. 볼보 디자인팀은 공기와 바람에 대한 저항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 EX90의 주행거리를 최적화하는 목표를 가지고 디자인에 임했다.
날렵하면서도 라운딩 처리된 전면부는 매끄러운 측면부 플러시 글레이징 및 도어 핸들과 결합해 공기가 후면부 쪽으로 방해받지 않고 흐를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외관 디자인을 덕분에 EX90은 0.29Cd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대형 7인승 SUV로서는 매우 경쟁력 있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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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볼보 전기차 패밀리룩을 이어간다. 전체적으로 볼보 특유의 간결한 선과 면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다. 전면부는 그릴이 생략되고 평평해진 볼보 로고가 차량 중앙에 자리한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LED 헤드램프는 끝부분이 세로로 연장돼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또한, 헤드램프는 HD 픽셀 램프가 탑재돼 주간주행등만 켜져 있을 때는 상하향등이 안쪽에 숨어있다가 상하향등을 켜면 중앙 픽셀이 위아래로 열리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교통 상황에 따라 보행자나 맞은편 차량을 인식해 빛의 세기와 높이도 조절해 눈부심을 방지한다.
XC90과 유사한 디자인과 비율을 갖춘 측면부는 넓고 긴 차체에 직선형 캐릭터 라인이 더해져 세련되고 날렵한 느낌을 강조한다. 사이드미러에는 차량 주위를 확인하는 카메라와 유리거울이 함께 배치됐다. 새로운 휠 디자인도 적용했다. 휠은 가운데 로고를 넣는 전형적으로 디자인을 벗어나 로고를 타이어쪽으로 빼고 날렵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가미해 전기차 특유의 미래지향성이 돋보인다.
후면부는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볼보가 유지해 온 D필러와 함께 내려오는 테일램프가 서로 분리된 것이다. S90과 같은 세단에서 볼 수 있는 'ㄷ'자 테일램프 디자인에 D필러 램프가 점선 형태로 배치돼 더 안정감있는 비율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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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실내에 다양한 재활용 소재와 재생 가능 소재를 사용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EX90은 15%의 재활용 강철, 25%의 재활용 알루미늄, 48kg의 재활용 플라스틱이 사용됐다.
페트병(PET)과 같은 재활용 소재로 만든 직물, 책임감 있게 관리되고 있는 스웨덴 및 핀란드의 산림에서 얻은 바이오 소재로 만든 혁신 소재 '노르디코', FSC™ 인증을 받은 우드 패널과 북유럽의 황야를 환기시키는 따뜻한 조명의 백라이트 등을 통해 스칸디나비아 거실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동물 복지 및 환경, 사회 이슈에 대한 엄격한 지속 가능성 기준에 따라 인증된 '울 블렌드'를 시트 마감 옵션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정된 1차 산업 자원의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재활용 페트병 외에도 재활용 플라스틱 및 바이오 기반의 소재가 사용된다. 실내의 카펫 역시 부분적으로 재생 폴리아미드를 채택했다.
세실리아 스타크 볼보 수석 디자인 매니저는 "EX90은 소비자의 웰빙을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며, "또한, 우리가 선택한 소재는 전통적인 자동차의 고급스러움을 이어가면서 스칸디나비아를 바탕으로 한 볼보만의 표현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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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달리는 컴퓨터의 시대를 보여준다. 이를 위해 안전 및 인포테인먼트에서부터 배터리 관리에 이르기까지 차량 내부의 대부분의 핵심 기능을 엔비디아, 퀄컴 등 글로벌 유수의 테크 기업들과 함께 개발했다. 이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성능이 향상될 수 있는 바퀴 달린 컴퓨터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스냅드래곤 콕핏 플랫폼의 최첨단 컴퓨팅 성능과 세계 최대 게임에 사용되고 있는 에픽 게임즈가 개발한 3D 툴, 언리얼 엔진의 시각화 기능을 결합해 빠른 성능과 고품질의 그래픽을 제공한다.
14.5인치의 센터 스크린은 구글의 지도, 음성 인식, 앱 서비스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지원하며, 애플 카플레이와도 호환된다. 표준으로 제공되는 5G 통신으로 통해 앱 설치나 정보 탐색도 할 수 있다. 또한, 초광대역(UWB, Ultra WideBand) 산업 표준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디지털 키 기술을 통해 가족 및 친구와 손쉽게 자동차 키를 공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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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상당히 간결해졌다. 좌우로 넓은 대시보드에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를 뒀으며, 센터 콘솔 부위에는 다이얼이 놓인 것이 전부다. 물리 버튼들은 디스플레이에 넣었다. 디스플레이는 차량 대부분 기능을 간편한 터치 방식으로 조작할 수 있으며 그래픽 또한 시인성이 우수하다. 스티어링 휠은 그립감도 뛰어나다. 가죽과 직물로 혼합된 시트는 착좌감이 뛰어나고 조절은 자동이라 편리하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손바느질 느낌의 스티치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한층 더해준다.
사운드도 신경썼다. 브랜드 최초로 몰입형 사운드를 위해 헤드 레스트에 통합된 스피커와 돌비 애트모스를 탑재한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을 적용했다. 내가 원하는 위치 등을 설정할 수 있어 콘서트홀에 온 듯한 생생한 사운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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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열은 전장 5037mm, 전폭 1964mm, 전고 1744mm, 휠베이스 2985mm 차체 크기로, 전장이 XC90(4955mm)보다 82mm 더 크다. 성인이 탑승하면 레그룸과 헤드룸이 넉넉하다. 또한, 독립 제어가 가능한 공조 시스템은 물론 열선 시트와 충전 포트를 갖추고 있다. 파노라마 파워 선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상당하다.
다른 7인승 전기차를 보면 트렁크 공간을 어느 정도 타협한다. 하지만 EX90은 그렇지 않다. 트렁크는 앞뒤로 충분한 적재 공간을 제공한다. 3열 시트를 접으면 캠핑, 차박, 짐이 많은 대가족 여행에도 무리 없이 넓고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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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차는 가장 강력한 트윈 모터 퍼포먼스 모델이다. 이 모델은 볼보 전기차 전용 플랫폼 SPA2를 기반으로, 111kWh 용량의 400V 리튬-이온 배터리가 탑재돼 최고출력 517마력(380kW)과 최대토크 910N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4.9초, 최고속도는 시속 180km다. 견인 능력도 2200kg에 달한다.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WLTP 기준 614km다. 또한, 250kW 급속충전기 기준으로 10%에서 80%까지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EX90에는 브랜드 최초로 '양방향 충전' 기능이 탑재됐다. 에너지 활용을 더욱 저렴하고 효율적이며,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잠재력을 지닌 기술로, 전기 수요의 증가가 전력망에 부담을 주는 것을 완화시키기 위해 개발됐다.
전기차들이 서로 가상의 발전소를 형성해 이동 중에도 생활에 필요한 동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의 역할을 하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전력망의 수요와 가격이 낮을 때 충전을 하거나,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장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또한, 가정은 물론 다른 전자 제품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호환이 가능할 경우 다른 볼보와 서로 충전을 지원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스마트 충전 기능이 추가된 볼보 카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체 충전 프로세스를 자동으로 관리하며, 제한된 방식으로 배터리를 충전 또는 방전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으로 배터리 성능 저하의 위험을 줄여준다.
각 에너지 시장의 상황에 따라 양방향 충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리드(Grid)를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반대로 수요가 많은 피크타임에는 저장된 에너지를 다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생산이 수요를 능가할 때 재생 가능한 자원의 잠재적인 에너지 낭비를 줄임으로써 그리드의 전반적인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볼보는 EX90에 고급형 월 박스 및 가정용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포함해 양방향 충전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하드웨어를 제공할 계획이다. 가전제품용 어댑터 플러그 및 다른 차량과의 충전을 지원하는 케이블과 같은 기타 액세서리도 지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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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뉴포트 비치 일대에서 시승한 EX90은 주행 내내 뛰어난 정숙성을 유지했다. 모든 전기차가 갖고 있는 공통적인 특징임에도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 승차감은 부드럽고 편안하다. 전기차 특유의 하체로 쏠리는 무게감은 덜하면서 전 영역에서 안정적인 승차감을 보여준다. 코너에서는 서스펜션이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시켜 주어 언더스티어가 거의 나지 않는다. 휠베이스가 길지만 차체가 따로 논다는 느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일체감도 뛰어나다.
고속에서도 힘이 부족하지 않다.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은 만족스럽다. 제동 감각은 자연스럽다. 플래그십 SUV답게 고속에서도 안락함과 편안함은 항시 유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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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의 대명사답게 안전은 더 강화했다. 충돌 없는 미래를 향한 첫 번째 핵심 기술 중 하나는 8개의 카메라와 5개의 레이더, 16개의 초음파 센서 및 최첨단 라이다(LiDAR) 센서로 구성된 첨단 센서 세트다. 특히 브랜드 최초로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오린 시스템 온 칩'이 눈에 띈다. 초당 250조 건 이상의 연산 능력으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능동 안전 및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안전한 자율주행 등 차량 내 주행 경험 전체를 조율해 탑승자를 보호한다. 이를 위해 새롭게 탑재된 라이더는 낮과 밤 상관없이 고속 주행에서도 전방 250m에 보행자와 반경 120m에 있는 작은 물체까지 감지할 수 있다.
반자율주행 기술인 '파일럿 어시스트'는 구글에서 제공하는 HD 지도를 통해 차선 변경을 지원하는 조향 지원 기술을 새롭게 추가했다. 라이다 및 기타 센서의 데이터와 결합한 실시간 도로 정보는 엔비디아 드라이브 AI 플랫폼인 자비에 및 오린으로 작동하는 코어 컴퓨터 시스템을 통해 처리된다. 이를 이용하면 차선 안에서 일정하고 정확하게 차량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확실히 피로가 줄어들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파일럿 어시스트 사용 시에도 운전에 집중하지 않으면 바로 경고한다. 이는 처음 선보인 운전자 이해 시스템 때문이다. 실내에 위치한 두 대의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의 컨디션이 최상이 아님을 파악할 수 있는 조기 신호를 포착하면, 이어서 운전자의 시선 패턴을 관찰한다. 일상적인 수준의 편차는 허용한 상태에서 운전자가 전방의 도로를 주시하는 시간을 측정해 다른 곳에 집중돼 있는 경우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정전식 핸즈 오프 기능을 통해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이를 감지해 조향 동작이 안정적인지까지 모니터링한다.
엠마 티베스텐 볼보 안전센터 선임 기술 전문가는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우리는 운전자의 시선과 눈을 감는 횟수, 시간을 관찰함으로써 현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축적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된 계산과 감지 시스템을 통해 볼보는 졸음, 주의산만, 음주와 같은 운전자의 운전 가능 여부를 파악하고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하게 추가적인 보조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운전자가 잠재적인 위험에 사람을 남겨 두는 것을 방지할 수 있도록 실내 전체 탑승자 감지 기능이 제공된다. 트렁크를 포함해 실내 전체에 걸쳐 있는 최첨단 레이더는 어린이나 애완동물이 차 안에 오랫동안 남겨졌을 때 움직임을 감지하고 경고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준다.
EX90의 국내 가격은 미정이며, 미국 기준 8만1290달러(1억882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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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 성열휘 기자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