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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에게 보여드리고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진심으로 만들었다."
23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진행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시사회에서 이언희 감독이 이야기했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김고은, 노상현도 함께 자리했다. 박상영 작가의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눈치 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와 세상과 거리 두는 법에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동거동락하며 펼치는 그들만의 사랑법을 그렸다.
동명의 소설 중 한 챕터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소설과 큰 흐름은 같지만, 데이트 폭력, 직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등 크고 작은 서사가 더해져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완성했다. 이언희 감독은 "소설 속 단편을 장편 영화화하는 것이었기에 분량적으로 많은 것이 필요하기도 했다. 책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고, 재희와 흥수를 더 알고 싶었다. 그들과 더 친해지고 싶었다. 그들의 서사를 채워가며 이야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라고 영화화하면서 생각한 고민을 전했다. -
김고은은 재는 법 없고 눈치 보는 법 없는 인생도 사랑도 거침없이 돌직구인 재희의 스무 살부터 서른세 살까지의 모습을 그린다. 그는 "재희가 저와 동갑이다. 동갑인 캐릭터를 처음 맡아서 연기를 하면서 반가웠다. 재희를 연기하면서 '나는 왜 저 때 저렇게 놀지 못했나?' 생각하며 약간 부럽기도 했다"라며 웃음 지었다. 13년의 세월 동안 재희는 때로는 흥수에게 기대고, 때로는 흥수를 지키며, '재희' 그대로의 모습으로 성장한다. 김고은은 "누군가에게 사랑을 확인받아야 안심하는 인물인데 그 친구가 성장하면서 누군가에게 1순위가 아니라 그냥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 그 친구가 이뤄낸 가장 큰 성장이라고 생각했다. 그 지점을 잘 담아내고 싶었다"라고 중점을 둔 지점을 전했다.
재희는 웨딩드레스에 캔버스화를 신고 신부 입장을 하는 인물이다. 영화 '파묘'에서도 캔버스화를 신은 무당 화림 역으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은 데 이어 캔버스화를 신은 신부로 활약을 이어가는 것. 김고은은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 저희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개봉까지 하게 되고 선보이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격스럽고, 감개무량하다. 흥행까지 된다면 얼마나 기쁠지 정말, 기쁠 것 같다"라며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
노상현은 성소수자라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을 혼자 안고 세상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흥수의 스무 살부터 서른세 살까지를 담아낸다. 그는 "저는 준비를 하면서 이 친구가 가진 특징, 비밀에 대해서 성장 과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 친구가 느꼈을 만한, 어릴 때의 답답함, 고립, 수치 등 억눌린 감정이 있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런 감정에 대해 영화 임하기 전, 성소수자를 만나며 이야기했다. 그들이 큰 도움이 됐다. 그 비밀을 재희와 교류하게 되며 성장해 나가는, 이 친구에게 위로받고 용기를 얻어 자기 자신이 될 수 있게 되어가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준비 과정과 캐릭터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했다.
무려 13년 동안 두 사람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반짝반짝한 시절들은 고스란히 쌓여, 관객들에게까지 닿는다. 그렇기에 흥수가 선보이는 그룹 미쓰에이의 곡 'Bad Girl Good Girl(배드 걸 굿 걸)' 무대는 말 그대로 웃음과 감동을 더 한다. 노상현은 "춤은 굉장히 어려웠다. 열심히, 최대한, 레슨을 받으며 노력했다. 촬영할 때, 급박하게 촬영하느라 최대한, 열심히, 틀리지 않고 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웠다. 하지만 재미있었다"라고 만족감을 전했다. -
김고은과 노상현은 재희와 흥수의 보편적이지 않을 수 있는 우정을 굳건하게 뿌리를 내린 우정으로 스크린에 담아낸다. 한 살 차이인 두 사람은 수많은 대화로 반짝반짝한 우정을 완성했다. 김고은은 "굳이 아침밥도 안 먹는 흥수에게 '아침 먹자' 하면서 아침 먹고, 점심 먹고, 저녁 먹으며 계속 이야기했다. 대화가 일상이었다. 장면 이야기도 하지만 고민 상담도 하면서 그게 장면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 파주에서 세트촬영 하는 그 기간 대화를 많이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게 저는 매우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남다른 우정 케미를 만든 비결을 전했다.
이언희 감독은 김고은과 노상현의 케미에 만족감을 보였다. 그는 "물리적으로 13년의 성장이 있다. 두 친구가 '나는 누구인가?' 질문해서 나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했을 때, '사람 참 안 변한다'는 말도 있듯이 결국 그 배우에게 담겨야 한다. 조건이 좋지 않은 촬영 현장도 있었기에 배우들에게 감정선을 최대한 같이 공감하고, 중요한 것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편집하다 보니 기대한 것보다 훨씬 디테일하게 표현해 주셨다. 노안이 되고 있어서 모니터로 안 보인 표정이 편집실에서 잘 보였다. 너무 만족스러웠다"라고 밝혔다.
한편,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큰 호평을 받기도 했던 '대도시의 사랑법'은 오는 10월 1일 극장에서 개봉해 반짝이는 나날들을 살아가는 혹은 살았던 관객과 많은 화두를 나누게 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